외국인과 ‘하룻밤 원 나잇’ 성행

홍대는 피카소 거리를 중심으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젊은이들의 공간이었다. 특히 ‘홍대 미대’라는 약간은 ‘예술적인 분위기’가 감돌면서 자유롭고 끼가 넘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밤이면 많은 내국인들이 그곳을 찾고 또 한국에 여행 오는 이들은 반드시 한번 들려보는 곳이 홍대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홍대 클럽’이라는 독특한 문화는 젊음을 발산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나이트나 ‘한국관’ 등과 전혀 차별되는 생기발랄한 클럽 문화는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가 이제 서서히 퇴폐 향락화 되어 가고 있다. 하룻밤 섹스 파트너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이런 외국인들과 놀고 싶어 하는 한국 여성들이 몰리면서 주말 저녁, 더군다나 클럽데이면 한마디로 ‘광란의 파티장소’로 변한다. 이런 향락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부비부비 춤’이다. 남녀가 서로 몸을 밀착하면서 춤을 추는 것인데, 이것이 ‘섹스’를 위한 일종의 싸인이 되기 시작하면서 원나잇 스탠드를 바라는 남성들이 대거 홍대로 몰려갔던 것. 거꾸로 홍대의 클럽 매니아들은 오히려 이곳을 떠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환락의 도시’로 변하는 것을 못 보겠다는 이유다. 홍대 클럽 데이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클럽데이의 홍대는 전체가 휘황찬란한 ‘젊음의 해방구’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대 전철역에서부터 시작되는 흥분과 파격의 분위기가 피카소 거리는 물론 홍대 골목 구석구석까지 뻗쳐있다. 거기다가 유명 클럽들은 그러한 홍대거리의 심장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대는 음악소리는 사람들의 심장을 터질 듯 흥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심장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
어림잡아 클럽데이에 이곳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1만 여명. 그리 크지 않은 홍대 일대라는 점을 봤을 때 이 1만 명의 숫자는 거의 ‘구름인파’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다. 그런데 이곳은 원나잇 스탠드를 원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 물론 원나잇을 위해서는 나이트클럽을 찾아도 되기는 하지만 홍대쪽은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특히 나이트 클럽에서는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비싼 룸을 잡고 양주를 시켜야할 뿐만 아니라 그저 수동적으로 웨이터가 부킹해주는 여성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여자들이 룸에 들어온다고 해도 무조건 같이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또 원나잇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잠깐만요’하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여성들도 껄끄럽지만 남자들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면서 굴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홍대 클럽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저 맥주 1~2병이면 충분하다. 비싼 양주를 마실 필요도 없고 룸이라는 것은 아예 클럽에 없는 문화다. 일단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부비부비 춤’을 시도해보고 여성이 받아들이면 일단 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계속 춤을 추고 이야기를 하고 술을 마시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텔로 찾아가면 그만인 것. 물론 여성이 부비부비 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굴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춤을 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 ‘스킬’을 발휘할 수 있다. 대놓고 당하는 굴욕의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주말의 홍대는 지역 전체가 모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대다수의 커플들은 말 그대로 진짜 모텔을 찾아가지만 일부 커플들은 동네의 후미진 곳이나 공중 화장실, 공원의 으슥한 곳에서 진한 스킨쉽과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주말의 홍대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정신없고 시끄럽다. 남들은 노는데 나는 일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술주정을 하는 사람, 술에 취해서 버릇없이 구는 사람, 또 화장실에서 들리는 여자 신음 소리 등 한마디로 눈뜨고 못봐 줄 꼴이다.” (편의점 알바생 H씨)
길거리나 클럽에서 벌어지는 싸움도 다반사다. 그래서인지 업주들은 경찰이 오거나, 싸움이 더 커지기 전에 이를 막기 위해서 자체 경호요원들을 두기도 한다. 나름대로 홍대의 이미지를 위한 자구책이다.
화장실에서 여자 신음소리
이렇게 원나잇 스탠드가 성행하다보니 주말 늦은 시간에는 모텔에서의 방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는 시간제 예약을 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일단 모텔에 가서 선금을 주고 몇 시간 다른 곳에서 놀다가 다시 모텔에 들어간다는 이야기. 이러다보니 적지 않은 문제도 발생한다.
막상 술에 취해서 함께 성관계를 갖긴 했지만 때로는 그것이 ‘강간’의 수위를 넘나드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주장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지만 여자의 주장은 ‘술취한 나를 강간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의 경계는 매우 불확실한 것이다. 특히 술에 만취했을 경우 남성들은 여성의 행동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애매한 판단들 때문에 한 달에 1~2건은 이런 사건들이 접수된다고 한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하는 솔로 외국인 남성들은 주말이면 거의 이곳 홍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원나잇을 염두에 두면서 이곳에 오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여성들은 영어를 배운다는 미명하에 외국인을 사귀고 자연스럽게 잠자리까지 같이 하게 된다. 물론 영어를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곳을 통해서 영어를 배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이야기다. “솔직히 말은 영어를 배운다고 하지만 술 취해서 하는 게 그게 제대로 된 영어 회화인가. 그런 브로큰 잉글리쉬나 짧은 단어 몇 개 배우면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술이 취하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여자와 섹스할 생각만 한다. 하지만 그걸 잘 모르는 여성들은 마치 큰 기대를 하면서 외국인 남성들과 잠자리를 한다.”(홍대 클럽 관계자 B씨)
하지만 이곳에서 원나잇을 할 수 있는 내국인 남성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말 그대로 ‘몸짱’에 ‘얼짱’ 정도가 되어야 여성들이 덤빈다는 것. 적당히 해야지 괜히 덤벼들었다가는 진짜 심한 굴욕을 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부비부비춤을 들이대거나 몸을 만지며 추행을 하게 되면 어김없이 욕이 튀어나오고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조건’을 갖춘 남성의 경우 여성이 먼저 부비부비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잘생긴 남자들은 희소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먼저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홍대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발생지이기도 하다. 현재 주류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 가운데 다수가 이곳 홍대출신이기 때문이다. 예전만 해도 ‘홍대’라고 하면 나름대로의 브랜드 가치도 지니고 있고 뭔가 예술적인 것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홍대는 껍데기만 남고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퇴폐와 향락 문화에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정한 음악을 추구하는 인디밴드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하나 둘 사라져가기도 한다.
밴드들 자체도 퇴폐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밴드 맴버들이 공연이 끝난 뒤 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고 때로는 성관계까지 맺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름 없는 밴드라고 하더라도 최소 수백명 정도의 팬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을 유혹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의 홍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업주들이 적극 나서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나서서 퇴폐 향락 분위기를 몰아내지 않는 한 원나잇만을 바라고 홍대거리를 찾는 남녀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준 미디어헤이 대표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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