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신종플루 괴담, 진실은?
진화하는 신종플루 괴담, 진실은?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11-10 10:52
  • 승인 2009.11.10 10:52
  • 호수 811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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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돈벌이 위해 신종플루 퍼트렸다?

신종플루 백신을 맞으면 죽는다? 최근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늘어남과 동시에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퍼지는 신종플루 관련 괴담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기본적인 안전수칙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지나친 공포가 공존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무관심보다 낭설에 가까운 괴담이 퍼지는 불신풍조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병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이 괴소문을 만들어내고 각종 가상 시나리오가 정설마냥 퍼져나가 정작 질병 예방을 위한 올바른 정보의 통로를 차단하는 까닭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신종플루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괴담을 시나리오와 영상물까지 동원해 퍼트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특히 마야 달력을 근거로 최근 제기된 ‘2012년 지구종말론’까지 들먹이며 신종플루가 인류를 멸망시킬 핵으로 포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신종플루 관련 괴담은 줄잡아 400여개에 이른다. 신종플루로 인한 지구멸망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괴담은 포탈사이트 모 카페에 올라온 가상시나리오다.


변종 출현하는 2012년에 인류멸망?

‘2010년 가을, 한 남자가 해외출장에서 돌아온다. 남자는 이틀도 안 돼 사망했다’ ‘동남아시아의 한 재래시장. 닭꼬치 장사를 하는 와랑카나씨는 고열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숨을 멈춘다’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 새 바이러스 소식이 타전된다’ 등 마치 영화 스놉시스 같은 전개는 보는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시나리오는 ‘변종 인플루엔자 발생 2주, 4주째’ 등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 세계 8억 명 감연, 1억8000만 사망, 종말론’ 이라는 표현과 세계보건기구 대변인 등 전문가 인터뷰까지 응용해 신빙성을 극대화했다.

마야문명의 달력이 2012년 특정일에 멈춰 있다는 사실에 근간을 둔 2012년 종말론을 신종플루 창궐과 연결 지은 주장도 눈에 띤다. 한 지식검색 포탈에 오른 신종플루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 중에는 이 같은 논리를 펼치는 누리꾼이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지구가 2012년에 멸망한다는 설이 있다”며 “신종플루로 사람이 죽을 적절한 시기이며 모든 생명체가 죽을 수 있는 타이밍이다. 지금 신종플루는 타미플루(항바이러스제)로도 치료가 되지 않는 변종바이러스 출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변종바이러스 출연 시기와 얼추 맞물리는)2012년에 모든 생명체가 죽는다는 것에 대해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카페 ‘오피니언 리더스’에는 신종플루로 인한 지구멸망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광천’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는 “신종플루는 신이 내린 대재앙의 서막”이라며 “사람들은 신종플루로 섬멸될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도 주저하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아예 관련 영상물까지 제작해 괴담을 부추기고 있다. 한 블로거는 지난 6월 ‘신종 플루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1분 26초짜리 동영상을 제작해 게시했다. 이 영상은 ‘2009년 4월 말 첫 신종플루 환자 발견’ ‘한 달도 안 돼 전 세계 전파’ ‘변종 플루 아마존 지역 확대’ ‘아프리카로 전염돼 새로운 변종 탄생, 전 세계 강타’ ‘세계 인구 10%가 1주일 만에 전멸’ 등 공포감을 자극하는 자막들로 채워져 있다.

“애들아 신종플루 예방주사 학교에서 맞춘다는데 그거 절대 맞지 마. 그거 학생들 대상으로 임상 실험하는 건데 백신이 아니고 독감바이러스 넣어서 이겨내게 하는 거래. 면역력 약한 애는 독감바이러스 맞고 그냥 죽는 거야.”


“부작용 생겨야 근육통 정도”

지난달 인터넷 게시판과 휴대전화를 통해 중·고생 사이에 급속히 퍼져나간 괴담의 일부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29일 이 같은 괴소문을 유포한 남녀 고등학생 2명을 붙잡았다. 이들이 퍼트린 괴담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나 실현가능성이 없는 ‘낭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백신은 신종플루를 가장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백신 유무에 신종플루로 인한 인류멸망 여부가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백신에 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종플루는 일반 독감과 다르다. 건강한 젊은 층도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까다로운 질병이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도 백신을 맞아 몸을 단련시키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인제대 백병원 신재국(임상시험 센터장) 교수는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부작용 조사 결과 부작용이 드물게 나타났으며, 부작용 사례도 대부분 발열 근육통 등 경미한 사례로 발표돼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백신접종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과민반응의 일종인 ‘아낙필락시스(항원항체반응(抗原抗體反應)으로 일어나는 생체의 과민반응) 쇼크’다. 이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백신을 맞았을 때 생긴다. 백신을 만들 때 계란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1996년 이후 백신 부작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무엇보다 백신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보다 신종플루 감염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백신 부작용은 100만 명 당 10명꼴이지만 신종플루 감염 확률은 100만 명 당 40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명은 사망한다.


‘실체 없는 공포’ 광우병 괴담 재현

괴담은 과거부터 사회가 어수선할 때 생산돼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줬다. 이 공포감 대부분은 실체가 없는 낭설인 경우가 많았다. 오싹하지 않은 괴담은 괴담이 아닌지라 이는 사실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최근 불거진 신종플루 괴담은 상당부분 지난해 창궐한 ‘광우병 괴담’과 닮았다. 당시 정부가 광우병괴담 10문10답을 발표하며 직접 진화에 나설 정도로 광우병 괴담은 무서운 파급력을 자랑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괴담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괴담이 만들어지고 빠른 속도로 유포될 뿐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 된다.

괴담에는 이를 통해 남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창작자의 의도가 십분 담겨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괴소문은 자신과의 심리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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