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XA, 분쟁 중 소송비율 가장 높아…보험금 안 주려고?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보험사들이 소비자를 압박해 보험금을 낮추려는 수단으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AXA의 경우 분쟁 조정건 중 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가장 높아 “일부러 소송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러한 소송제도를 보험사들이 악용할 수 없도록 민원평가 및 공시기준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요서울]이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소비자 압박·민원 줄이기 등 제도 악용할 소지
시장 전체 줄 잇는 송사…지난해 대비 70% 급증
[사례] 서울서 거주하는 이모씨(38세)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수년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이모씨가 진단 받은 상해 정도는 우뇌손상을 동반한 복합골절이다. 그런데 보험사는 조사를 마친 뒤 자기네 자문의의 의견에 따르면 사고자의 상해 정도가 그 정도로 심하지 않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를 들은 이모씨는 피해당사자가 신뢰하는 병원에서 받은 진단 결과를 왜 부정하냐면서 이의를 제기했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민원을 냈다. 그러자 보험사는 민원을 취하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겠다고 했으나 이모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송사가 시작됐다.
이와 같은 경우가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가 보험사의 판단을 신뢰하지 않았을 때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올려 한 번 더 판단을 받아 볼 수 있는데 보험사는 민원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소송이 시작되면 금융감독원이 민원 처리를 중지하는 것 역시 문제다. 분쟁과 관련된 판단이 검찰 소관으로 넘어가 금융감독원은 민원 처리를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소비자연맹이 이러한 분쟁조정 중 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손해보험사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중 법원에 소송제기 건수가 2013년 501건에서 2014년 3/4분기 기준 637건으로 27% 증가했고, 연간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에서도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한 비율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AXA로 조사됐다. AXA는 전체 360건의 분쟁조정 건 중 46건을 소송으로 대응했고 비율로 환산하면 12.8%로 가장 높았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통상적으로 보험사의 실적이 떨어질 때 소송 비율이 높아지는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AXA 역시 자동차보험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고 불황 여파로 인해 실적 감소가 있어왔다는 점이 소송비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소비자는 개인이고 보험사는 법무팀까지 운영하는 거대단체인데, 누가 더 부담을 느낄지는 명백한 것 아니냐”면서 “금융당국은 소송제기가 많은 회사를 집중 관리하고 소송 제기와 민사조정 신청건수도 민원 평가 항목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소비자가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을 때 보험사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금감원 민원건수에서 제외시켜 민원평가에 유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보와 자금력에서 유리한 보험사가 법원에서 원하는 대로 합의조정을 이끌어 소비자를 압박하기 위해 소송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따라서 손해보험사가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평가나 공시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더하기도 했다.
다만 AXA는 조사 결과에 따른 오해가 많다는 입장이다. AXA관계자는 “비율만 봤을 때 우리가 소송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형 보험사가 아닌 만큼 건수는 타 보험사보다 적다”고 해명했다.
소송을 하는 이유에 대해선 “우리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협의를 거친 뒤 최후의 수단으로 소송과정을 밟는 것”이라면서 “소송을 한다는 건 회사로서도 손해기 때문에 최대한 배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은 어디에…
한편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대부분의 보험사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 전체로 시각을 넓혔을 때 보험가입자나 사고피해자 등을 상대로 보험금 산정·지급과 관련해 일어난 소송은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가입자와 금융사 사이에 제기된 보험관련 소송은 모두 1112건으로 2013년(647건)보다 71.87% 폭증했다.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은 986건으로 전체 88.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마저도 손해보험사 관련 소송이 대부분인데 총 953건이 발생했고 880건(92.3%)을 보험사가 제기했다. 업체별로는 동부화재가 163건, 현대해상 143건, 메리츠화재 113건, LIG손보 79건, 삼성화재 68건, 롯데손보 60건 등 순서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영업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보험금을 적게 산정하거나 심사를 엄격히 하려 한다. 반대로 신청인들도 경기 불황으로 보험금을 더 타내려 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서로 상충된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또 다른 일부는 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의 분쟁조정보다 이길 가능성이 큰 법적 소송에 의존한다고 꼬집는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험관련 소송이 끊이지 않자 보험협회 홈페이지에 소송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오는 7월부터는 보험계약 단계에서 보험사들이 보험금 부지급·삭감 사례를 상품설명서에 담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청구·지급 부당행위 금지의무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연내 시행되면 보험사에 대해 위반건당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개정안이 보험사의 소송 남발을 자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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