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염색산업단지 불법 유연탄 매립 의혹
대구염색산업단지 불법 유연탄 매립 의혹
  • 인상준 기자
  • 입력 2009-10-27 11:44
  • 승인 2009.10.27 11:44
  • 호수 809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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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대구시… 환경불감증 ‘심각’
대구참여연대 동영상 캡쳐 장면.

쓰지도 않은 유연탄이 불법으로 매립돼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와 대구참여연대, 대구 북부 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대구 염색산업단지(이하 염색공단)내 주차장 부지와 공터 5군데를 파본 결과 쓰지도 않은 유연탄이 매립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필요할 때 쓰기 위해 저장 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시민단체 등 지역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요서울>은 염색공단에 유연탄 17,000톤이 묻힌 내막에 대해 파헤쳐 봤다.

지난 22일 오전 대구지역 NGO단체 관계자와 북부 경찰서 수사진, 염색공단 관계자, 서구청, 대구시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염색공단내 어마어마한 유연탄이 매립됐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보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 옆에서 염색기술연구소 사이에 길이 500m, 폭 20m 이상 되는 거대한 면적에 수만톤의 유연탄이 불법 매립되어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무작위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 뒤 다 해진 녹색 포장이 나왔고 그 밑에 시커먼 유연탄 덩어리가 쏟아져 나왔다. 주차장으로 이용 중인 보도블럭을 깔아 놓은 곳에서도 보도블록 밑으로 유연탄이 매립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염색공단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것은 땅속에 보관해 둔 것이다. 필요할 때 쓰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는 “그것에 대해선 분석을 해봐야 한다. 당시 어떤 과정을 통해 땅에 매립하게 된 것인지는 우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도 땅에 묻어 보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유연탄을 땅에 묻어서 보관하지는 않는다. 지상에다 시설을 갖춰서 보관을 한다”며 땅에 매립해 보관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실토했다.

염색공단 관계자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 심지어 경찰관계자들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변명이다. 땅속에 유연탄을 묻어 둔 상태에서 보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비난했다.

석탄 전문가도 “이제껏 땅속에 유연탄을 보관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보통 지상에 일정한 시설을 갖춘 후 보관을 하는 게 보통의 보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 같은 변명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관을 했다고 보기엔 의문이 많이 가는 상황이다. 또한 왜 굳이 이것을 매립하게 된 것인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품질이 좋지 않았다면 다른 곳에 팔아도 되는 것을 굳이 매립하게 된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파악된 17,000여 톤의 유연탄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1998년 중국에서 유연탄33,000톤을 수입했다. 이중 16,000톤을 열병합발전소 연료로 사용했고 나머지 17,000여 톤을 3년 후에 매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땅에 매립하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자들 소환 조사 불가피

이제껏 발견된 물량만 17,000여톤에 달한다. 제보자는 더욱 넓은 부지에 무작위로 유연탄을 매립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매립 사실을 경찰에 제보한 대구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구섬유산업과 관련해서 수년 전부터 감시활동을 해오던 중 최근 염색공단운영 비리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 이러면서 더욱 많은 비리를 수집하기 위해 비리제보창구를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당시 매립에 관여한 제보자가 제보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경 염색 단지 내 부지에 깊이가 10~20m되는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후 염색공단 관계자의 지휘아래 운전기사 십 수 명을 불러 울산에서 수송해온 쓰지도 않은 유연탄을 그 구덩이에 쏟아 붓게 했다는 것.

한 달 가량 15톤 트럭 6대와 23톤 트럭 6대로 유연탄을 매립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지역은 공터 부분을 제외하면 건물이 들어서 있고 바닥은 시멘트로 포장된 상태다.

이 같은 불법 매립은 대구지역 토지와 수질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현장에 가보니 제대로 묻어둔 것도 아니고 아주 얕게 묻어 놨다. 이런 상황이면 빗물이 얼마든지 스며들 수 있다. 유연탄에 포함된 광물질 성분이 자연스럽게 지하수로 흘러들거나 다른 토양으로 흘러가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문제다. 하루빨리 유연탄을 모두 거둬내야 한다”며 심각한 환경오염을 경고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염색공단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대구시의 조치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도대체 대구시가 관리하는 지방공단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최종 관리책임이 대구시에 있는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엄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와 관련된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책임자가 누구인지, 배임, 횡령 및 낭비된 예산이 얼마인지, 유연탄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 영향은 없는지 명확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들의 유착관계는 없는지 철저한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관련자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유연탄이 땅에 매립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과 공단 관계자들의 유착관계는 없었는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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