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표- 안희정 지사 동지적 협력관계 확인
“분당은 현재 야당 여건을 보면 자살행위”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정동영 전 고문의 탈당과 신당합류 선언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복잡한 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29 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선거연대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신당 창당의 초석을 놓은 국민모임 측은 당장 4.29 보궐선거 3곳에서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어서 새정치연합 재편 여부에 야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향후 선거연대 등 야권의 분열론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고 우려 섞인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일단 야권의 움직임은 복잡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정 전 고문의 신당합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새정치연합은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동요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신당이 어떤 인물을 영입할지 그리고 영향력 있는 인물의 추가영입과 적극적 협력이 가능할지가 성공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박지원 이인영 의원 등 당권도전자들은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현하는 정도로 심경 피력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들은 진보연대의 분열을 우려하는 상황에 처했다.
새정치연합 천 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이번 4·29 광주서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로써 텃밭인 광주에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는 말이 무성하다. 선거가 치러진 이후 야권 지형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천 전 의원 탈당은 대선 후보 출신의 정동영 전 의원의 1월 탈당에 이은 것으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도미노현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전주에서 “천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주역이자, 당을 이끌어 온 분”이라며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출마에 뜻이 있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달라는 권유도 드렸다”며 “(탈당을) 최종 확정한 것이 아니라면 다시 권유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전략공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천 전 장관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공천에는 선을 그었다.
일부에서는 정풍운동을 주도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중 신기남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당을 떠나자 동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다만 천 전 의원이 보선에서 경쟁력이 있을지에는 평가가 엇갈린다. 높은 인지도로 당을 위협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탈당의 명분이 없는 데다 지역활동 기간이 짧아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대 반 회의 반 엇갈린 반응
양승조 사무총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나 이용섭 전 의원이 탈당했지만, 광주 시민들은 새정치연합 후보를 택했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중진이 탈당해 텃밭에서 무소속 출마하는 것을 놓고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이번 탈당은 정의당과 국민모임의 보선 준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의당은 강은미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고, 국민모임도 독자 후보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천 전 의원은 ‘무소속 시민후보’ 개념으로 새정치연합 후보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구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일각에서는 천 전 의원과 국민모임, 정의당간의 선거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민모임 양기환 사무총장은 “천 전 의원의 국민모임 합류 문제나 선거연대 부분은 앞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천 전 의원이 출마하는 광주 서을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새정치연합 중심의 연대가 아닐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야권 일부에서는 정의당·국민모임 등이 ‘비(非) 새정치민주연합’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모임은 정의당과 ‘보선 공동대응’ 원칙을 세우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는 독자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
우선 서울 관악을에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송주명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중원에도 이해영 한신대 교수,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고, 광주 서을에는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이상갑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정의당은 관악을에 이동영 후보, 광주 서을에 강은미 후보를 냈으며 성남 중원에 출마할 후보도 물색 중이다.
그러나 천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 변수로 이들의 선거전략도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의당과 국민모임은 천 전 의원의 연대를 두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국민모임과 꼭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개혁과 쇄신을 주도할 세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겠나”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정치권에서는 광주 서을 선거연대가 성사되면 파급력이 적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연대를 통해 야당 내 새정치연합의 독주를 막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두 세력의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새정치연합 후보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탈당의 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당내 동요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계파 갈림까지 겹치나
야권의 한 인사는 야권 분열조짐과 관련해 “지금 상황은 당 대표에 매우 심각한 고비”라며 “이렇게 분열이 시작될 경우 4월 보궐선거 때 고전하면 새정치연합 새 대표는 입지를 세울 틈조차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 관악을과 성남 중원구 등 수도권과 야권 텃밭인 광주 서구을 모두 해체된 통합진보당의 자리였다. 해체 이후 새정치연합이 물려받는 그림이 이상적이지만 야권이 분열될 경우 군소 야권후보가 난립하면서 표를 분산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새정치연합의 초조함은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이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단결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새정치연합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신당 추진을 하고 있는 국민모임 측은 독자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모임 측은 4월 선거에서 3곳에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 전 고문과 천 전 의원의 탈당 이외에 추가적 이탈은 없지만 이들뿐만 아니라 추가 이탈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야권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일단 누군가에 의해 탈당러시가 시작되면 분당은 불가피한 조치가 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계파갈등과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내부의 밑바닥 정서가 불안하기 때문에 분당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친노와 비노의 분리가 타진되고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전당대회와 보궐이 끝난 이후인 5월 경 본격 논의를 시작해 늦어도 8월정도에는 분당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분열로 4월 보궐선거에서 패하면 분당 논의가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말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일단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보궐선거의 중요성보다 신당과 탈당 인사들에 대한 문제가 더 비중있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당의 움직임이 분당 논의의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 대표는 친노결집 행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문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5일 전당대회 후 처음 만나 동지적 협력관계를 확인한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방문한 안 지사가 인사차 의원회관으로 문 대표를 찾아간 지 3개월 만이다.
문 대표와 ‘노무현의 또 다른 후계자’로 불리는 안 지사의 이날 만남은 전대 승리를 기점으로 문 대표에게 친노진영의 힘이 쏠리는 상황에서 이뤄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새정치 분당설에 휘청
그러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계파갈등과 부족한 역할로 인해 야당의 지지율이 점점 떨어지고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분당 요구가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20%초반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친노와 비노계가 서로의 노선을 강조하다보니 내부 계파 싸움에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는 자성과 함께 더 이상 한 지붕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에 조금씩 힘이 실리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는 현재 지지율로는 다음 총선 때 수도권 뿐만 아니라 텃밭까지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선거 경쟁으로 인한 문제는 부분적 합종연횡과 유연적인 통합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진보 정당들과의 관계와 관련, 야당 내 진보 성향 의원들은 분당보다는 과거 같은 선거 연대를 다시 추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등 비노의 대표적 인사들은 친노 비노 세력과 거리를 두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반면 박주선·강창일·김동철·이상민·정성호·최재천·최원식 의원 등 중도 성향 의원들은 ‘구당구국(救黨救國)모임’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등 모임을 유지하며 야권 분열 현실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노계는 당장 야권에 확산되고 있는 야권 분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문재인·정세균·이인영 의원 등 친노와 486·재야 출신 인사들은 “분당은 현재 야당의 여건을 보면 자살행위일 뿐만 아니라 누구도 분당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통진당 해산 이후 새정치연합 일각에서는 “신당이 친노와 강경파를 배제한 중도 신당일 경우 이동을 고민해 볼 것”이라는 의견이 늘고 있다. 이에 비노계 내부에서는 신당으로 인재가 유출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친노와 결별하고 비노계 결속을 통해 전향적 친노 인사를 일부 영입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신당이 새정치연합의 분열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신당으로 핵심인사가 이동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론 등으로 내분이 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새정치연합 내에 관망했던 의원들이 신당으로 이탈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신당의 성공과 야권 재편은 얼마나 참신한 인물이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정 부분 세력이 호응해 결단해야 야권 재편이 가능한 상황에 신당의 추진 동력이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당의 성패는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한 야권 인사는 “신당창당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세력을 더 확장할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으나 정 고문의 정치적 입지나 평가를 감안하면 신당 합류 인사들이 오래 자리에 머물며 정 고문의 곁을 지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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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