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간통죄’라는 단어가 이제 사라질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형법 241조 간통죄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처럼 아내나 남편이 경찰을 대동하고 간통현장에 들이닥치던 장면들은 이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더 이상 경찰이 간통신고 접수를 받고 불려 다닐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지 62년이 된 간통죄는 이제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콘돔·발기부전치료제·사후피임약 관련주 ‘상승’
위치정보·채팅 등 다양한 앱에 대한 수요 늘 전망
지난달 26일 간통죄가 폐지되던 날 서울 시내 나이트클럽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뜨겁게 달라 올랐다. 나이트클럽 여기저기서 ‘이젠 자유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불륜의 자유’를 위치며 파티를 연 사람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흥신소 웃고
변호사 울고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경찰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이 모텔 저 모텔을 돌아다니며 잠자리 간통 현장을 찾아나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불륜 증거 수집업체들의 일거리가 늘 거란 전망도 많다. 경찰이 간통죄에서 손을 떼다보니 불륜 증거 수집은 흥신소나 소위 심부름센터 차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신소가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흥신소들이 모두 다 뛰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피 튀기는 경쟁의 끝은 결국 단가를 낮추는 방법 밖에 없다.
반면 변호사 업계는 간통죄 폐지를 겉으로는 찬성하지만 속으론 울상이다. 그동안 변호사들에게 간통죄로 인한 소송은 꽤 짭짤한 수익창구였다. 비록 실형률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에 다다익선이었다.
일단 간통으로 현장에서 잡히면 합의금으로 보통 1000만~3000만 원씩 건네왔다. 이중 5~35%가량이 변호사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합의금 보수가 짭짤했지만 이젠 이런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혼 위자료 오르면
보험료도 오른다
간통죄 폐지 소식에 울상을 짓는 곳은 또 있다. 바로 보험 업계다. 간통 합의금이 사라지면서 이혼 위자료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혼 위자료는 실제 보험에도 없는 항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혼 위자료가 올라가면 따라 올라가는 위자료가 있다.
현재 이혼 위자료는 대략 3000만원~5000만 원 선이다. 사망 위자료는 최대 8000만 원인데 만약 이혼 위자료가 올라간다면 자연스럽게 사망 위자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상태라면 사망 위자료가 1억이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망보다 이혼이 더 슬플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위자료를 올려야 한다. 자연스럽게 보험료도 오를 수밖에 없다.
쑥쑥 오르는 것은 사망위자료와 보험료뿐만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도 간통죄 폐지로 수혜를 입는 주식이 있다. 바로 콘돔, 사후피임약, 발기부전치료제 제조업체다. 국내 콘돔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니더스는 지난 26일 주식이 10% 넘게 올랐고 사후피임약 제조업체들 역시 전날보다 9.7% 오른 가격에 마감됐다.
여행사 반짝 특수 기대
모텔업주 ‘지켜보자’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도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아웃도어 관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별한 관련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모텔 관계자들도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모텔을 찾는 불륜 커플이 과거보다 많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다만 대실이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다는 관계자들은 있었다.
실제 모텔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모텔촌에도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해서 모텔을 찾는 손님들이 발길이 더 늘지는 않았다. 오히려 모텔을 즐겨 찾는 사람들 중에는 간통죄 폐지 때문에 모텔 이용료가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각종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은 반짝 특수를 기대하는 눈치다. 불륜 여부를 떠나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사람을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이 과거보다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과거 산악회가 불륜의 온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 산악회 전성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
다시 인기 끌 수도
간통죄 폐지로 지난해 문을 닫았던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 ‘애슐리 메디슨’의 재오픈도 관심거리다. 에슐리 메디슨은 ‘은밀한 만남을 위한 세계 최고의 기혼자 데이팅 서비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오픈했지만 한달 만에 문을 닫았다.
당시 방통위는 법적으로 간통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트 접속 차단을 의결했었다. 하지만 간통죄가 사라진 만큼 이제 언제든지 재오픈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렸다.
이밖에 간통죄 폐지는 앱개발자들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해 줄 전망이다. 각종 위치정보 앱은 물론 채팅을 기본으로 하는 데이팅 앱들에 대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요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간통죄가 폐지되던 지난 26일 가족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정보앱은 하루에만 가입자수가 50% 증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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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