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현재 새누리당의 역학 구도는 매우 특이하다. 친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탈박(脫朴)인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가 경선에서 이겨 당을 이끌고 있다. 이른바 K-Y 라인이다. 그러나 K와 Y는 당무를 이끄는 데 협력자 관계이면서도 개인정치 측면에서 보면 경쟁자다.
우선 두 사람의 캐릭터가 다르다. 김 대표는 가급적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취임 초기에는 “청와대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개헌 봇물론’을 언급한 상하이 발언으로 역풍을 맞은 이후 자세를 낮추고 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자신에게도 앞날이 보장된다는 생각이다.
유 원내대표는 다르다. 여당 원내사령탑에 당당히 오르면서 잠재적 대권주자로 부상한 그는 박 대통령은 물
론, 김 대표와도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가도의 길을 터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그와 가까운 한 전직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결코 김 대표 밑에서 2인자 역할에 머물지 않을 스타일이다. 지금부터 유승민 만의 색깔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에게 각인된 이미지인 ‘쓴소리’ ‘바른 말’을 계속 해나가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갈 것이란 의미다.
실제로 원내대표 취임 이후 각종 현안마다 ‘유승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김 대표의 음성은 낮아졌다. 유승민은 ‘이상론’을 김무성은 ‘현실론’을 자주 말한다.
국회에서 졸속처리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입장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여러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청렴사회 건설이 우선이란 생각에 무리해서 통과시킨 것이다. 시간을 갖고 충분히 토론해 통과시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만 토로했다.
유 원내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입법의 미비점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앞으로 1년 반의 준비 기간에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선언했다. 국회 입법은 원내대표인 자신의 소관이므로 김 대표의 의지와 상관없이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앞서 박 대통령이 여당 소속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을 청와대 정무특보로 발탁해 논란이 일어났을 때도 비슷했다.
김 대표는 “저는 정무특보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기왕에 임명된 특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현직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데 정무특보는 대통령의 특별보좌역이다. 현직 국회의원이 정무특보가 되는 데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병기 비서실장 발탁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잘된 인사”라고 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국정원장 하신 지 얼마 안 되는 분이 실장으로 가셔서 조금 유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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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성 언론인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