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금융시장에서 사모펀드투자(PEF)업계를 두고 진정한 ‘엄친아’들만 모이는 금융엘리트의 최종 집결지라고 부른다.
정·관계나 재계 유력인사의 2세들이 대표나 파트너(임원)로 참여해 일하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아버지의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는 시기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모간스탠리·포메이션8 등 자본력 막강…1조대 매물 도전
두뇌와 재력 다 갖춘자들만 모여… ‘그들만의 리그’ 우려도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사모펀드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량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남기는 펀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독립계·외국계 대형 PE의 출자 약정액은 국내 증권계열 PE(증권사·자산운용사 PE부문 포함)의 규모를 압도한다. MBK의 경우 2005년부터 17개의 펀드를 조성했고 전체 규모는 6조3663억 원에 달한다. IMM PE 역시 2조1535억 원 규모의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한앤컴퍼니(2조3296억 원) 보고펀드(1조9476억 원) 등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PE업계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 중에는 재벌가 키즈들이 자리잡고 있어 주목받는다.
그 대표적 인물이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사진)의 자제들이다. 이 고문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아들 둘이 PE시장서 맹활약 중이다.
엄친아 누구
차남 이상호 글랜우드 대표는 지난해 이슈였던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여해 성과를 냈다. 선정될 당시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자금 모집 등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중도하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듯이 인수에 성공해 업계서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함께 참여한 기업이 현대백화점그룹(현대홈쇼핑), 한앤컴퍼니 등 업계의 ‘큰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형인 이상훈 모간스탠리PE 대표의 활약은 이미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약 3000억 원에 한화L&C 지분 90%를 인수하는 딜을 이끌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화L&C를 소재 부문과 건축자재 부문으로 나누고 건축자재 부문을 모간스탠리에 사명까지 그대로 매각하기로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주페이퍼ㆍ놀부NBG 등 다양한 투자 건을 성사시켜 M&A 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그는 삼성그룹과 메릴린치증권 등을 거치며 일을 익힌 것으로 알려진다.
포메이션8을 이끌고 있는 구본웅 대표도 업계서 주목받는다. 그는 LS전선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께 국내 모바일 서비스업체인 옐로모바일이 1억500만 달러(약 1139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구 대표는 2012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가업을 물려받는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사를 설립하고, 이후 PEF 분야로 보폭을 넓히며 사업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유명 PE의 대표나 임원 가운데 남다른 출신, 배경을 갖춘 인물들은 이 밖에도 여럿 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정도현 대표는 정형근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의 아들이다. 이정진 H&Q AP 공동대표는 이동원 전 외무부 장관의 사위로 알려져 있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도 야구단을 인수하기 전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경영했는데, 그의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밑그림을 그렸던 고 이기홍 경제기획원 차관보다.
탄탄한 인맥 형성
그렇다면 이들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의 한 전문가는 “PEF특성상 운용능력 뿐만 아니라 자금동원이나 투자처의 물색, 기업경영 등 여러 방면에서 정보와 인맥을 갖춘 유력인사나 가문의 ‘주니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조기유학을 하거나 최고 학군에서 교육을 받아 탄탄한 인맥을 쌓았고, 부친이나 가문의 후광에서 얻는 인맥까지 더해져 사업에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다보니 기관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는 것에 수월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모든 업계 종사자들이 화려한 배경을 갖춘 ‘주니어’들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