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엄모씨, 3명 살해·2명 실명 6억 원 받고 반성 안 해
2015년 노모씨, 3명 살해·1명 중상… 목숨 값으로 사치 즐겨
2005년 2월 서울 강남경찰서 유치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20대 여성 엄모(당시 27세)씨가 온 몸을 명품으로 도배한 채 앉아있었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이 입원 중 병원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유치장에서 엄 씨는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기도 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경찰은 엄 씨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 씨의 남동생은 경찰에게 “누나 주위에는 안 좋은 일만 있다”고 말했다.
‘만점’의 싸이코패스
주사로 눈 찌르고 살해
엄 씨의 전 남편과 현 남편이 모두 사망했고, 친정어머니와 오빠가 실명했다. 뿐만 아니라 두 자녀도 사망했다. 이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엄 씨의 보험금 수령 내역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이내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엄 씨의 범행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5월 엄 씨는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핀으로 눈을 찔러 실명하게 만들었다. 2001년 6월에는 남편의 얼굴에 기름을 부어 화상을 입혔으며 같은 해 9월 남편의 배를 칼로 찔렀다. 결국 첫 번째 남편은 병원 치료 중 사망하게 된다.
엄 씨는 2002년 11월 재혼한 남편에게도 수면제를 먹이고 눈을 찔러 실명하게 만들었다. 이후 불을 질러 남편에게 화상을 입혔다. 결국 두 번째 남편도 2003년 7월 사망한다. 두 명의 남편을 살해하고도 엄 씨의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엄 씨는 남편이 사망할 때 쯤 친정어머니도 같은 수법으로 실명시켰다. 11월에는 친 오빠도 실명시켰다. 2005년에는 친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집에 불을 질러 두 사람에게 화상을 입혔다. 그리고 세 들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렀다. 결국 집주인도 사망하고 말았다.
엄 씨는 두 남편과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까지 모두 3명을 살해하고, 가족 2명을 실명시켰다. 그렇다면 엄 씨가 이런 무서운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보험금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엄 씨는 보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남편을 살해하기 전 실명시키고, 가족까지 실명시킨 이유는 바로 실명이 사망 다음으로 보험금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수법으로 엄 씨는 6억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그러나 엄씨는 자신의 범행이 드러난 뒤에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마약에 중독돼 범행을 저질렀다고 거짓말을 했다. 조사결과 엄 씨의 몸에서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엄 씨에게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에서 엄 씨는 만점을 받았다. 이는 국내 사이코패스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결국 엄 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맹독성 제초제 사용
3명 살해·1명 중상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5년 2월27일 경기도 포천에서 제2의 엄여인 노모(44)씨가 붙잡혔다. 두 명의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농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였다. 노 씨의 범행 이유 또한 보험금이었다. 노 씨의 범행은 어떻게 드러난 것일까.
2011년 40대 김모씨가 병원에 실려 왔다. 김 씨는 맹독성 농약을 마신 상태였다. 결국 김 씨는 치료 도중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김 씨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사업 실패, 채무 등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망한 김 씨의 보험금으로 4억 원이 나왔지만 오래전에 가입된 보험이라 경찰은 의심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러나 이는 노 씨의 계획적인 살인이었다. 노 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1주일 전 전 남편인 김 씨의 집을 찾아가 몰래 농약을 탄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어뒀다.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김 씨가 음료수를 마시고 사망한 것이다. 당시 김 씨의 어머니도 김 씨가 음료수를 마시기 전에 우연히 음료수를 마셨지만 맛이 이상해 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씨는 김 씨가 사망한 뒤 1년 후 지인에게 소개받은 이모(43)씨와 재혼했다. 그리고 2012년 11월부터 이 씨의 어머니인 홍모(당시 79세)씨를 모시고 살았다. 그런데 홍 씨는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7개월 뒤 이 씨 또한 홍 씨와 비슷한 폐렴 증상으로 사망했다. 이 씨의 가족들은 이 씨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건강했던 이 씨가 홍 씨와 비슷한 증상으로 급사한 점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 씨의 담당의사도 이 씨의 몸에서 농약중독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족들은 “이 씨는 농사를 짓지 않아 농약을 취급할 일이 없었다”며 “아직 갓난쟁이인 애를 두고 농약을 마실 사람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씨의 사망으로 노 씨는 보험금 5억여 원을 받았다. 이에 이상함을 느낀 경찰은 보험사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노 씨가 보험에 가입할 때 이 씨의 사망보험금에 한정해서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전문가로부터 파라콰트(농약)에 중독되면 신장과 폐기능이 급격히 악화된다는 조언도 얻었다. 치사량 이하의 독을 반복적으로 투여하면 이런 증상이 일어난 다는 것이다. 경찰은 또 노 씨가 맹독성 농약을 구하러 다닌 정황도 포착했다. 모든 정황을 파악한 경찰은 사망한 지 1년 8개월이 지난 홍 씨의 시신을 부검해 파라콰트 성분을 찾아냈다.
경찰은 1년이 넘는 끈질긴 수사 끝에 노 씨의 범행을 밝혀낸 것이다. 경찰에 검거된 노 씨 또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 과정에서 노 씨와 전 남편 김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딸(19)도 농약에 중독된 사실이 드러났다.
노 씨는 두 남편을 살해해서 받은 보험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노 씨를 상대로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일명 싸이코패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해당사항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노 씨는 단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다. 경찰에서 노 씨는 “이제라도 범행을 멈출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보험금에 눈이 멀었던 이들의 범행은 이렇게 끝났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