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정동영 연대 ‘반란’의 시작과 끝
천정배-정동영 연대 ‘반란’의 시작과 끝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3-09 10:08
  • 승인 2015.03.09 10:08
  • 호수 108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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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모임, 응답하라’… 非새정치연합 연합군 군불 지폈다

문재인 탈당 만류에도 무소속 출마 강행…‘판’ 흔들기
국민모임, ‘광주 서구을’ 무공천 통해 천정배 ‘배려’조짐
새정치연합 탈당후폭풍 차단 속 ‘전전긍긍’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하기로 하면서 ‘非새정치연합 연대론’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천 전 의원과 국민모임, 정의당 등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모임과 정의당은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4월 재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국민모임 측 정동영 전 장관과의 교감 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섣부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非새정치연합 연대론’이 현실화될 경우 야권지형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정배 전 의원이 4월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시민후보로 9일 공식 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천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새정치연합 광주 서구을 보선 후보 공모 마감날 “새정치연합 후보로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항마 없는 야당
광주 민심마저…

반면, 새정치연합은 “명분없는 탈당”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천 전 의원을 상대할 마땅한 대항마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현재 김성현 전 광주시당 사무처장, 김하중 전남대 로스쿨 교수, 조영택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으나 천 전 의원 대항마로는 약하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서 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실제 지난 2월 13~14일 폴리뉴스(2월 17일자 보도)와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광주 서구을 선거구 지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의 새정치연합이 호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한다고 보는가’에 대한 조사 결과 호남의 도움을 받지만 호남을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응답이 67.7%에 달했다. 또 호남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12.2%로 조사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 서구을 지역 민심 중 부정적 평가가 79.9%로 나타났다. (그 밖에 사항은 중앙선거 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구나 호남뿐 아니라 광주지역에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것에 대한 불만이 거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주지역 민심을 들은 한 인사는 “민주화 열사 등을 먼저 참배하지 않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강하다”며 “과거에는 ‘투표를 하더라도 북한에서 투표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게 광주의 민심”이라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전남 순천·곡성에서 실시한 재보선 결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호남이 더 이상 새정치연합의 텃밭이라고 불릴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호남 지역 의원들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 정대웅 기자
천정배-정동영 연대
국민모임 합류는 물음표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치권 관계자들은 “천 전 의원과 국민모임이 손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천 전 의원은 “국민모임과 꼭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며 “개혁과 쇄신을 주도할 세력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겠나”고 말했다. 국민모임과의 선거연대를 바라는 천 전 의원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화답하듯 국민모임 양기환 사무총장은 “천 전 의원의 국민모임 합류 문제나 선거연대 부분은 앞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연대 가능성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모임이 내비친 개혁과 쇄신이 천 전 의원의 개혁정치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천 전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잔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새정치연합에서 찾기도 한다. 실제 야당 관계자들은 “천 전 의원은 지난 재보선에서 경선을 요구했으나 김한길-안철수 측에서 권은희 의원을 전략공천해 천 전 의원을 배제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문재인 대표가 천 전 의원을 만나 경선에 참여해달라는 취지로 말을 했고, 경선에 참여할 경우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천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국민모임 등을 포함해 뭔가 다른 정치적 구상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 당내 인사들은 새정치연합이 제2야당으로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새정치연합을 흔들기 위해 천 전 의원이 탈당을 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 2중대로 불릴 정도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탈당한 국민모임의 정 전 장관이 천 전 의원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동영-천정배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추측은 처음 불거진 이슈는 아니다. 정 전 장관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천 전 의원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오히려 천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 국민모임, 무소속 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었다. 

지난 1월에도 국민모임은 천 전 의원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신당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함께 가야되지 않겠느냐는 일반적인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 전 의원의 무소속 출발을 밝히면서 ‘천정배-정동영이 손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모임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양측 기류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국민모임에서는 천 전 의원이 국민모임에 합류하더라도 4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천 전 의원 역시 국민모임 합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거리를 뒀다. 

천 전 의원의 국민모임 합류에 대해 일단 양측은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선거 연대 등을 통해 언제든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야권 지형의 재편을 위해서는 이들이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 전 장관 입장에서도 야권 재편을 위해서는 천 전 의원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모임 내부 '환영'
"광주 대신 서울 집중"

정치권이 ‘정동영-천정배 연대’의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 역시 이처럼 양 진영의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까닭에서다. 취재 과정에서 접한 국민모임 관계자들도 연대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지지율 상승 등으로 동력을 잃어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에서 천 전 의원의 탈당 소식은 ‘가뭄에 단비를 맞은 것처럼’ 긍정적 효과가 많았다는 게 국민모임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단적인 예로 회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 나아가 선거 연대 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대다수가 ‘선거 연대’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민모임 한 핵심인사는 “독자후보를 내야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대다수가 천 전 의원과 선거연대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모임에서 러브콜을 보냈던 인사였고, 원하는 후보가 출마했던 만큼 독자후보를 내지 않고 천 전 의원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논의를 통해 지원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천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인해 국민모임도 4월 재보선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다. 천 전 의원의 출마가 불확실할 때까지만 해도 광주 서구을 당선이 관건이었으나 이제는 서울 관악을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울 관악을에 거물급 인사 영입을 추진 중에 있으며, 2명의 인사를 접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광주에서 천정배, 서울 관악을에서도 국민모임 인사가 당선된다면 야권 재편이 힘을 받을 것”이라며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제2야당으로서의 입지가 위축되거나 분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따라서 천 전 의원의 무소속 출마로 ‘천정배-정동영 선거연대’ 가능성이 내부적으로 기정사실화될 뿐만 아니라 국민모임도 4월 재보선에서 호남이 아닌 서울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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