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이트·로즈·아구·추어탕데이…소비자 현혹·지나친 상술 지적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데이(day)’ 마케팅이란 기념일을 정해놓고 이벤트를 개최, 각 기업들이 자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을 뜻한다. 특히 경기 불황이 심각해지면 유통가에선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고자 더욱 많은 데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닌데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봄을 앞두고 수많은 유통사들이 너도나도 기념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요서울]은 어떤 ‘데이’들이 생겨났는지 이들의 효과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매해·매달 돌아오는 기념일 마케팅 물결
매출 신장 꼼수…명절 버금가는 이득 올려
우선 매해 3월은 봄의 초입으로 본격적인 데이 마케팅의 시작점이다. 이번 달만 삼겹살데이(3월 3일)와 삼치데이(3월 7일), 화이트데이(3월 14일) 등 세 번의 데이가 지나간다. 앞서 지나간 삼겹살데이와 삼치데이와 똑같이 화이트데이 역시 각종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다.
일례로 앞선 3일 삼겹살데이에는 대형마트들이 선두에 서서 삼겹살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3월 3일 삼겹살데이는 축산협회와 양돈 농가들이 숫자 삼(3)이 두 번 겹친다고 해서 정한 기념일이다.
관련 업계에겐 명절에 버금가는 대목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350여톤 규모의 물량을 준비하는 등 데이 마케팅의 위력을 볼 수 있다. 연이어 3월 7일 삼치·참치데이도 데이 마케팅을 활용했다.
3월 7일은 지난 2006년 해양부와 원양어업협회가 참치와 삼치에 대한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지정한 날로 발음이 비슷해 지정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은 참다랑어와 삼치를 시세대비 25%~50%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 박리다매를 노렸다.
이제 남은 데이는 연인들의 날로 불리는 화이트데이다. 화이트데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사탕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달콤한 디저트 매출이 급증한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데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날은 3월 14일이 원주율(3.1415926…)을 연상시킨다는 뜻으로 파이(π)데이로도 불린다. 파이를 먹으면서 원주율에 대해 논하는 날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파이를 생산하는 업체들에겐 손해볼 이유가 없는 희소식이다.
주변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을 비롯해 초콜릿·사탕 판매점과 제과·제빵 전문점 등만 살펴봐도 데이 마케팅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SPC그룹은 지난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부터 디즈니 캐릭터 제품을 출시하고 해피포인트 고객 대상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달콤한 디저트와 어울리는 커피전문점들도 이러한 유행의 힘을 빌어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눈치다. 드롭탑의 경우 초콜릿 종주국이라 불리는 벨기에산 수제 초콜릿을 4구와 8구 세트로 준비했다.
그런데 3월이 끝난다 해도 유통가는 온통 데이 천지다. 향후 현존하는 데이들 말고 이모저모의 데이들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3월은 전초전?
5월은 오리데이·오이데이(2일), 오삼데이(3일), 아구데이(9일), 로즈데이(14일) 등이 있다. 가정의 달 행사를 더하면 한 달 내내 기념일이다.
유통·식품업체와 농협, 축협 등 유관기관이 전개하고 있는 데이 마케팅만 50여 가지에 육박한다. 인삼데이(2월 23일), 아구데이(5월 9일)나 유기농데이(6월 2일), 육포데이(6월 4일), 육우데이(6월 9일), 추어탕데이(7월 5일) 등이다.
특히 빼빼로데이는 범람하는 데이 마케팅 중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분류된다.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이데이처럼 전부터 존재해왔던 데이만큼이나 성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빼빼로데이의 시작은 1990년대 초반 경남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중생들 사이에서 ‘날씬해져라’라는 의미로 날렵한 모양새의 빼빼로를 선물했는데 롯데제과가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롯데제과는 빼빼로 매출이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고, 경쟁사들은 에이스데이(해태), 칸초데이(롯데), 새우깡데이(농심) 등을 내세워 빼빼로데이의 아성에 도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데이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이용한 교묘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소비 불황 속 기업들에게는 이윤을, 소비자들은 추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만난 남성 소비자는 “데이 마케팅이 열풍이기 때문에 선물을 구매하긴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서 “꼭 선물을 해야 주변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업체들의 상술이라고 느낀 적이 많다”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 마케팅이 난무하면 오히려 기업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조언도 말한다. 이들은 “무분별한 데이 마케팅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지나친 상술’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서 “또 만약 숫자만 대충 끼워 맞춘 기념일에 지나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 실질적인 손해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또 다른 일각은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데이 마케팅이 시작될 무렵에는 단순히 ‘더 팔아보자’는 식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기업의 이미지와 기념일의 의미, 소비자들이 만들 추억까지 생각하는 데이 마케팅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나날이 늘어가는 각종 데이의 홍수 속에 데이 마케팅이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기업들의 돌파구가 되고 소비자들에겐 소소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으려면 각각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의미 등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들은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면 ‘상술’이라는 비판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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