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등골 휘게 만드는 신학기 용품
[소비자고발] 등골 휘게 만드는 신학기 용품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3-09 09:38
  • 승인 2015.03.09 09:38
  • 호수 1088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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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원대 가방 등장…끙끙앓는 학부모들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신종 등골브레이커가 등장했다. 각 아동용 브랜드가 잇달아 고가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특히 책가방은 기본 10만 원을 훌쩍 넘으며, 명품 브랜드일 경우 최대 100만 원까지 이른다. 신발주머니 등으로 쓰이는 보조가방도 5만 원대에 이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키즈 브랜드의 상품은 품절, 추가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혹시라도 내 자녀의 기가 죽을까 걱정돼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자들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책가방 기본 10만 원…세트구성 20만 원 훌쩍
“부담스럽다”면서도 “아이 기죽을까봐” 지갑 열어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고가의 패딩이 유행하면서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의미로 불리기 시작한 등골브레이커가 이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등장했다. 70만 원에 이르는 책가방이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신종 등골브레이커가 된 것이다.

고가 제품으로 거론되는 브랜드들의 제품 중에는 금장식이나 크리스털, 수입소재 등으로 만든 것이 대다수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브랜드 ‘란도셀’은 최고가 제품으로 유명하다. 란도셀은 기본 40만 원에서 최고 115만 원에 달하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신제품도 70만 원에 이른다. 성인용 가방 가격을 방불케 하는 가격이다. 타 브랜드 가방과 비교해도 월등히 비싸다. 마트 제품과 비교하면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해당 브랜드는 100%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물에 빠져도 뜨고, 아이가 넘어져도 머리가 땅에 닿지 않도록 설계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안전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가격이 비싼 이유라고 설명한다.

이밖에 벨기에 브랜드인 ‘키플링’은 최저가 가방이 약 16만 원이며, 최고가는 32만 원가량에 이른다. 버버리 키즈는 4~14세 남·여아용 백팩 가격이 50만~70만 원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비교적 저럼하다고 불리는 제품들도 10만 원대를 훌쩍 넘는다. 제일모직의 ‘빈폴키즈’도 최저가 13만 원에서 최고가 30만 원 수준이며, 닥스키즈는 12만~13만 원선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다.

‘겨울왕국’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가방을 판매하고 있는 ‘휠라키즈’는 최저가 4만 원, 최고가 15만 원에 이른다. 여자아이들의 선호가 높은  ‘바비키즈’ 역시 최저가 3만 원, 최고가 제품은 12만 원에 달한다.

이랜드월드에서 판매하는 ‘뉴발란스키즈’는 최저가 4만 원, 최고가 18만 원이며, LF헤지스의 키즈브랜드 ‘헤지스키즈’는 10만 원에서 14만 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브랜드들이 판매하는 신발주머니, 필통 등의 학용품도 고가로 책정돼 있다. 란도셀, 키플링을 비릇한 대다수 브랜드가 최저 3만 원에서 최고 5만 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30만 원이 넘는 아동용 골프클럽과 트렌치코트, 20만 원짜리 신발도 입학 선물로 등장한 바 있다.

복수의 백화점 관계자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초등학생 책가방 가격 평균은 10만~15만원 안팎이다”며 “여기에 한 세트로 판매되고 있는 5만~7만 원짜리 실발주머니를 함께 구입하게 되면 20만 원에 이르러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자존심 대결과 상술
결합됐다

소비자 A씨는 “아이가 첫 학교에 입학하는 경우 책가방과 보조가방, 학용품, 입학식에 입을 새 옷까지 챙기다보면 100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며 “처음엔 ‘이렇게까지 비싸게 주고 사야 하나’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나 아이가 기 죽을까봐 사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지난해 학부모 참관수업에 갔을 때 딸의 같은 반 친구들이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들을 본 뒤로 계속 마음에 걸렸다”면서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어느 브랜드 가방인지, 어디서 샀는지 얘기한다는 말을 들으니 딸 혼자서 소외될까 싶은 걱정에 구입하러 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마음은 저출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골드키즈가 늘어나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있어도 자녀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당할 것을 우려하는 마음이 고가의 가방을 구입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을 읽은 패션업계는 일찌감치 새 디자인의 책가방을 출시해 판매에 들어갔다. 실제로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닥스키즈, 빈폴키즈 등은 일부 품목이 품절돼 추가 생산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가격이 비쌀수록 더 잘 팔리고 있다”며 “아동시장에도 고급화 경쟁이 시작됐다”고 관측했다. 이어 “황금돼지띠 특수를 누렸던 지난해 경우 아동 상품군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짝퉁 제품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고가의 명품 책가방이 인기를 끌자 가방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 가격을 낮춘 뒤, 해당 브랜드 상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엄마들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합리적인 가격과 질 좋은 책가방을 찾을 생각은 없고, 지나치게 브랜드와 디자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아동용브랜드들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가격을 10~20% 가량 올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술에 이용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소비자 C씨는 “자녀가 아직 저학년일 경우 엄마들이 통학을 시켜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때 엄마들끼리 ‘누구 집 아이는 무슨 가방을 들고 다니나’ 하면서 서로 의식하는 부분이 아이들의 명품가방 구매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비싸도 아이들은 한 가방을 3년 이상 쓰기 어렵다”면서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과 업계의 상술이 겹친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엿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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