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간통죄’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간통죄’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3-02 11:04
  • 승인 2015.03.02 11:04
  • 호수 1087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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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생활을 나라에서…? 이제는 모두 옛 이야기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간통죄가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6일 간통죄가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 간통죄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맺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또 부부간의 문제를 형사법으로 처벌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폐지론’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간통죄는 가정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제로 간통죄 폐지 소식이 들리자 콘돔회사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헌재, 4차례 합헌 결정에도 불구 결국 7대2로 ‘위헌’ 판결
‘전 남편 고소’ 김주하 공소 기각, ‘피소’ 탁재훈 소송 무효

형법 제241조(간통)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한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이 조항이 62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6일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판결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앞서 1990년부터 4차례에 걸쳐 간통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그 동안 간통죄로 사법 처리된 3400여 명이 공소 취소나 재심 청구 등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또 마지막으로 간통 합헌 결정이 있었던 2008년 10월30일 이후 간통죄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된 이들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간통죄 폐지는 위헌 결정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이에 김주하가 전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한 사건이 공소 기각됐으며, 같은 혐의로 피소당한 가수 탁재훈의 소송도 무효가 됐다.

“불륜 법으로 다룰 범죄”
 vs “국가 개입 안돼”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성행위의 증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준이 엄격하다. 배우자가 불륜이라는 증거를 획득해도 성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 간통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통을 인정받기 위해서 배우자가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경찰과 함께 덮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심부름센터 등 불법행위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간통죄는 그 전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부부문제를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일부일처제, 가족제도를 보장하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보호해야 하며, 불륜은 법으로 다룰 범죄라는 이유로 간통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이처럼 간통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은 예전부터 뜨거웠다.
이 때문에 헌재는 1990년부터 1993년, 2001년, 2008년 등 이미 4차례에 걸쳐 간통에 대한 판결을 내려야만 했다. 그동안 헌재는 간통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선량한 성도덕, 일부일처주의, 가족생활 보호를 위한 간통 규제는 불가피하며,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에 미뤄 간통죄에 부정적인 국민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이 2001년 1명에서 2008년 4명으로 늘어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5년 헌재는 간통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입장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대체로 시민단체들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국가가 형벌권 사용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정한 것은 환영할 일” “부부사이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로 제재를 취한 것은 과잉이었다는 것이 이번 결정의 의미”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또 직장인 최모(32·여)씨는 “간통죄 폐지 결정을 환영한다. 개인의 성생활을 나라에서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불륜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부 김모(42·여)씨는 “간통죄는 가정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울타리였다”면서 “이제 법적 처벌이 사라졌으니 불륜이 더욱 많아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6·여)씨도 “간통죄가 폐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콘돔회사 주가가 뛰었다는 뉴스를 봤다”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간통제 폐지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민사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무룡·김지미’부터
‘박철·옥소리’까지

한편, 간통제 폐지 소식에 누리꾼들의 관심은 역대 간통 사건으로 쏠렸다. 최근 법원은 간통죄로 재판을 받던 일명 ‘사법연수원 불륜 사건’의 주인공 신모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신 씨에게 실형을 선고하고도 헌재 판결을 기다리며 법정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신 씨의 실형 선고는 무효가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누리꾼들의 관심은 연예인 간통 커플에게도 쏠렸다. 연예인의 간통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최무룡과 김지미가 1962년 최무룡의 아내인 배우 강효실에 의해 간통혐의로 고소당한 것이다. 조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두 사람은 구속됐으며 일주일간 유치장 수감이 됐다 김지미가 강효실에게 위자료를 주기로 하면서 풀려났다.

1975년 가수 태진아가 간통죄로 구속됐다. 상대는 모 건설회사 사장부인 김모씨였으며 태진아는 김 씨에게 6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태진아는 김 씨가 남편과 이혼을 합의하면서 고소 취하로 석방됐다.
1984년에는 배우 정윤희가 당시 조규영 중앙산업개발회장의 아내에게 간통죄로 고소당해 구속당했다. 당시 법원은 상대의 결혼관계가 이미 끝난 시기였다는 이유로 정윤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정윤희는 조규영과 결혼식을 올리고 연예계를 떠났다.

2002년에는 배우 황수정이, 2004년 말에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예분이 간통 혐의로 고소당했다. 또 2007년에는 배우 옥소리가 남편 박철로부터 간통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옥소리와 박철은 이혼소송을 제기 중이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옥소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팝페라 가수 정모씨와 간통했다”고 밝혔다. 옥소리가 정 씨와 이탈리아인 요리사 A씨 2명과 간통을 했다는 소문이 돌던 차였다. 이에 박철은 옥소리를 정 씨, A씨 두 사람과 간통을 했다며 고소했다. 결국 옥소리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옥소리는 이탈리아인 A씨와 결혼해 가정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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