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감기관 자료 제출 ‘늦장’ 국회담당자들 ‘곤혹’
-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수정 부탁하기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의결되기 전에 흔한 모습이다. 매년 반복된다. 이를 위해 국정감사 이후 국회담당자들은 집요하다. 보고서상의 소속 기관이 껄끄럽거나 곤란한 내용은 막무가내로 통사정을 해 온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입장을 듣는 것조차 거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의 애로를 듣는 선에서 그쳤다. 집요하게 노력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냥 수용할 수 없는 부탁이다. 말도 안된다며 손사례를 쳐도 한참을 설명하려고 든다. 애가 타는 모양이다.
그 뒤에도 수차례 의원실을 방문해 하소연하고 설득하려 들었다. 하지만 어이없는 요구사항이다.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피감기관에 핵심적인 지적사항과 시정 및 처리를 요구하는 사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피감기관 국회담당자가 이를 수정해 달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그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는 없었다. 매년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취지와 목적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때 의원실마다 준비한 정책질의서는 의원들이 구두질문을 하거나 서면으로 제출한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다. 먼저 질문내용을 중심으로 지적사항과 시정 및 처리내용을 정리한다. 국회 상임위원회 입법조사관이 실무를 맡고 수석전문위원이 관할한다. 그 뒤에 개별의원실의 의견을 수렴한다. 여·야 간사간의 조율을 거쳐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본회의에서 채택한다. 국정감사 결과보고서가 중요한 것은 피감기관이 시정·처리해야 할 사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핵심이다.
특히 공공기관 국회담당자가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국정감사 후속조치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처리결과보고서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기업의 퇴직자 단체와 자회사 때문이다. 그 단체는 단순히 퇴직자만이 가입된 곳이 아니었다. 현직 직원들도 상당수 가 가입돼 있었다. 더구나 퇴직단체가 출자한 자회사가 이권에도 개입하고 있다. 해당 공기업의 직무와 연관된 수익사업이다. 퇴직자단체가 이익단체화 된 것이다. 그냥 묵인할 수 없는 행태다
식사자리 ‘과도한’ 접대문화 사라져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은 소속기관의 요구에 부응해 업무를 한다. 수시로 의원실을 방문해서 질의서내용이나 관심사 등 동향을 파악한다. 하지만 보좌진들은 그들의 기대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평상시에도 의원실을 자주 방문해 보좌진들과 낯을 익히고,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고는 업무가 힘들다. 만약 질의서 내용은 커녕 방향이나 제목조차 얻지 못한다면 난감하다. 그럴 경우 자신이 속한 회사의 기관장이나 임원들에게 불호령이 떨어진다. 자칫 국회담당자들의 운명마저 좌우된다. 보직마저 변경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 대관담당자들의 애환이다.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은 가끔 식사자리도 요청한다. 보좌진들과 서먹함을 줄이고, 친해지려는 의도다. 점심을 먹으며 소통을 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기관마다 거의 1년에 1∼2차례 하는 정도다. 공공기관들은 클린카드를 사용한다. 출입제한 업소도 엄격히 지정해 놓았다. 그런 곳에서는 법인카드 사용을 못하게 만들었다. 기관마다 1인당 사용액도 제한이 있다. 자체감사나 감사원 등 외부에서도 통제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짐작하는 수준의 과도한 접대문화는 없다.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은 고생하는 보직이지만 인사상 특별한 우대는 없다. 과거에는 기관장이나 임원들이 특별히 챙겨줬다고도 하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별다른 인사상 혜택은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력한만큼 차후 인사에서 승진과 요직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업무 담당자들은 발로 뛰는 수 밖에 없다. 기관장이나 임원들이 눈치보는 국회를 상대하기 때문에 실수하면 끝장이다. 항상 조심하며 의원실을 수시로 들락거리고, 보좌진들을 상대한다.
국회담당자는 보좌진의 실무파트너
국회담당자들은 질의서 내용파악이 가장 최우선 업무다. 질의서 내용 전체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의원실에서는 그럴 수는 없다. 사전에 내용을 다 알려주면 간혹 형식적인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원실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도 사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의서를 사전에 전달하거나 질의꼭지 정도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충분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라도 명분이다. 제목만 알려줘도 공공기관들은 질의서 방향이나 내용을 짐작한다.
물론 질의서를 입수하기 전에도 공공기관 내부적으로 담당부서별로 예상질문과 답변을 사전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질의서 사전에 입수하려는 것은 기관장의 실수를 막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기관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면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전에 질의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면 일문일답도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관장들이 국회에 출석해서 답변하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이다. 그래서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의원들의 질의서 사전입수가 중요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들이 국회에서 업무현황 보고 일정이 잡혀지면 비상이다. 피감기관의 문제점들이 낱낱이 드러날 수도 있고, 기관장이나 임원들이 혼줄이 나기 때문이다. 제대로 답변을 못해 쩔쩔매기도 한다. 의원실에서는 보도자료들이 쏟아진다. 이를 위해 보좌진들은 수시로 자료를 요청한다. 보도자료가 언론에 대서특필이라도 되면 해당 공공기관들은 비상이다. 벌집을 건드린 것 같다. 홍보실은 물론 담당부서와 임원들도 부산하다. 상급기관 담담부서에서도 어떻게 된 일이냐고 경위도 따진다. 의원실로 전화를 하거나 담당부서 책임자와 국회담당자들도 찾아와 해명도 한다.
한편 피감기관들이 자료제출을 기피하거나 무성의하게 제출할 경우 보좌진들은 매섭게 추궁한다. 해당 기관과는 긴장관계를 유지한다. 이럴 때면 국회담당자들은 곤혹스럽다. 소통창구가 막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국회업무를 시작한 초보 담당자들은 긴장하면서 의원실을 출입한다. 보좌진들과 안면을 트고, 소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관계가 틀어진다. 보좌진들과 갈등이 있다면 업무수행에 애를 먹는다. 그들은 설사 싫어도 내색하지 못하고 웃어야 하는 다소 힘든 보직이다. 초보 국회담당자들도 빠르게 의원회관 분위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다. 보좌진들과 때로는 갈등하기도 하고, 때로는 긴밀히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해야 할 운명체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