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사진)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그런데 조 행장의 선임을 두고 업계는 그가 글로벌 성과도 좋았지만 2010년 신한사태의 중립자였기에 이번 인사에서 가능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함께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 신한사태에 얽매였던 인물이었기에 그가 단수로 추천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함께 거론된 인사 2인은 논란 속 인물…그 덕 봤나
서진원 행장 복귀하면 회장직 두고 대결 불가피
신한금융그룹의 2010년은 악몽의 해로 기억된다.
그 해 9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이 다툼을 벌이다 모두 물러난 사태로 당시 조직의 극심한 내분 사태를 가져왔었다.
현재까지도 대법원은 아직 이 일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으며 금융감독원도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징계를 고려하고 있다.
라-신 라인 ‘부담’
여기에 최근 치매를 이유로 검찰 수사를 피해왔던 라 전 회장이 농심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가 라 전 회장을 추가로 고발한 상태다. 현재 라 전 회장은 농심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급기야 검찰도 라 전 회장을 불러 조사를 벌여 신한사태 불씨가 남았음을 예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라 전 회장을 불러 11시간 가까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서 검찰은 ▲비자금 조성 여부 ▲이상득 전 의원에게 3억 원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여부 ▲신한사태 때 신상훈 당시 사장을 내쫓기 위해 관련 지인의 계좌를 불법조회한 혐의 등에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노조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하듯 지난달 24일 열린 자회사경영발전위원회(자경위)에 앞서 차기 행장의 조건으로 ‘신한사태 갈등 해결’을 꼽았다.

노조는 “신한사태는 조직 내에서 최대한 빨리, 반드시 치유돼야 할 과제 중 하나"라며 “차기 은행장은 강한 의지를 갖고 조직의 발전을 위한 화합을 이뤄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을 했던 한동우 회장과 자경위 소속 위원들마저도 신한사태와는 무관한 사람의 등용을 원했고, 그 당사자가 조 행장이라는 말이 업계에 파다했다.
조 내정자와 함께 후보로 올랐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과 김형진 신한금융 부사장은 라 전 회장 라인으로,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신 전 사장 라인으로 분류돼 왔던 터라 이번 인사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립자 성격이 짙은 조 행장의 발탁이 자연스럽게 수용됐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행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신한사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라 전 회장의 일로 신한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른 점을 고려해 내분사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조 내정자를 차기 행장으로 선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내정자는 조직 내에서도 신망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2년 뒤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회장의 뒤를 이을 강력한 후보로 부각됐다. 서진원 행장이 건강을 회복한 뒤 지주 부회장 등으로 복귀할 경우 서 행장과 경쟁 구도를 만들 수도 있다.
향후 과제는?
한편 조 내정자는 은행에서 인사부장, 기획부장, 뉴욕지점장을 거쳐, 임원 승진 후에는 글로벌 사업, 경영지원, 리테일 영업추진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이후 지난 2013년 1월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재임했다.
조 내정자는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신한지주 이사회 멤버들과 상견례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서 행장 와병 중에 막중한 임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저금리 기조 하에 수익성 강화와 은행 경쟁력 강화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한사태 봉합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한사태에 대해서는 한동우 회장님과 서진원 행장이 잘 해왔다고 생각하며 나도 조직 화합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