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삼성이 달라지고 있다. 빈틈없는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한 ‘관리의 삼성’에서 구성원 간 브레인스토밍과 자유토론을 통해 창조적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소통의 삼성’으로 바뀌고 있다. 단연 이 중심에는 이재용 부회장(사진)이 주목받는다. “이 부회장이 만난 사람 보면,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과감한 사업재편…‘선택과 집중’ 독해졌다
공격경영 나서면서 조직·인력은 군살빼기
1년 전만해도 이 부회장에게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경영수업 중'이는 것이었다. 현재도 삼성은 “이 부회장은 경영수업 중"이라고 말하지만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오랜 부재로 어깨가 무거워졌고, 이 회장의 그늘이 아닌 이 부회장만의 삼성을 그려나가야할 만큼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부회장이 평소 “(이건희) 회장님이 키운 회사를 단순히 유지만 해선 안된다는 게 저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해왔다. 그만큼 그의 힘은 막강해졌다.
특히 그는 세계를 무대로 직접 발로 뛰며 국내외 기업들과 인수합병(M&A)을 통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사업의 방향을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오찬자리에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 지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기업 투자 전문가 피터 틸과 만나 IT와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 교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양 중국 부총리, 응우옌푸쫑 베트남 당 서기장 등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도 빼놓지 않았다.
관리서 소통으로 변신
2차전지나 모바일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업체는 과감하게 인수하고 과거에 신수종사업으로 삼았던 분야라도 비전이 불투명하면 곧장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긴다.
내부적으로도 임직원 상호간 소통을 강화하며 새로운 대화채널을 여는 등 커뮤니케이션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에 참여한 이후 즐거운 직장 분위기 만들기와 임직원 간의 소통에 주력했다. 삼성전자 주요 사업장을 대학 캠퍼스처럼 꾸미고 삼성의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도 삼성의 조직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가감(加減) 없이 올리도록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회장 본인도 해외 출장을 다닐 때 수행원 없이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닌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해 ‘남의 말을 존중하고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한편 업계는 올해를 사실상 이재용 체제의 원년으로 꼽는다.
올해 안에 새 체제의 ‘화룡점정’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서슴지 않는다. 이 부회장의 결심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이 회장이 만들어 놓은 체제가 이 회장 입원 이후 더 긴장감 있게 돌아가고 있지만, 앞으로 조(兆) 단위 투자나 전략적 경영 방침을 제시해야 할 때 이 부회장의 대응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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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