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 맞은 김정은 정치 행보
집권 4년차 맞은 김정은 정치 행보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3-02 10:34
  • 승인 2015.03.02 10:34
  • 호수 1087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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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거리 된 북한, 러시아 손잡을까
▲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4년차를 맞았다. 집권 당시만 해도 어린 나이와 정치경험이 없어 체제를 장악하는 데 많은 불안요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됐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외교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에서는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의 정치행보를 분석하고자 한다.

중국과 멀어지고 엘리트 떠나 체제 안정성 약화
국제사회 입지 좁아졌지만 무력시위 여전해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체제 역시 강력한 통치 수단으로 공포정치를 펼쳤다. 그 정점은 2013년 12월 12일에 있었던 장성택 처형이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당시 국방위 부위원장이었다.

공포 정치로
직언 대신 눈치만 봐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은 당·정·군의 실세로 불렸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숙청했다. 군권 장악의 일등공신인 리영호 전 군 총참모장, 김영춘·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도 권력에서 멀어져 갔다.

북한의 간부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수면제를 끼고 사는 간부들도 많다는 소문이다.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대를 오가는 무역일꾼들 사이에서는 수면제가 필수품이 됐다고 한다. 북한의 간부들이 이들에게 수면제를 구해달라는 부탁이 많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하루 아침에 나와 가족이 모두 죽을 수도 있다. 도저히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공포정치의 결과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재 표면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책 불완전성과 혼선은 더욱더 심해졌다고 지적한다.

공포정치의 폐해 중 하나가 직언을 하는 간부들조차 몸 사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피해를 입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김정은의 지시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황과 기분에 따라 지시가 바뀌다보니 결국 수하의 사람들은 아무런 결정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외형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듯 보이지만 너무 많은 핵심권력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결과 남은 간부들의 충성도가 약하고 엘리트 그룹이 해외로 이탈하면서 체제 안정성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김정은의 독주는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마디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같다는 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해외선 조롱 대상

북한 내부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국외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 ‘악의 축’이라 불리며 절대악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이빨 빠진 호랑이’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에 김정은을 비하해 이슈가 된 영화 ‘디 인터뷰’는 북한 풍자의 최고봉이었다.

‘디 인터뷰’는 북한 지도자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떠나는 토크쇼 사회자와 프로듀서에게 암살 제의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다. 영화 속에서는 김정은이 여성과 파티를 즐기고 농구를 하는 모습 등을 과도하게 희화화해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결국 이 영화는 자칭 평화의 수호자(GOP)에게 끊임없는 위협을 당해왔다. 평화의 수호자라고 밝힌 해커는 소니 픽처스의 전산 시스템을 해킹하고 국외 인터넷 커뮤니티 및 레딧엔 기밀 정보를 포함한 파일이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던 미국 연방수사국 FBI가 “해킹과 테러 위협의 배후가 북한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는 김정은의 헤어와 눈썹 스타일 변화까지도 조롱거리로 삼고 있다.

김정은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사다리꼴 모양으로 한층 진화된 일명 ‘패기머리’를 선보이자 국내외 여론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했다. 사진 속 김정은은 기존 헤어스타일 보다 옆머리와 뒷머리를 더욱 짧게 쳤고, 윗머리는 자연스럽게 넘겼던 것과 다르게 사다리꼴 모양으로 한껏 띄워 힘을 줬다. 절반 가량으로 반 토막냈던 눈썹 끝도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전문가들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고수했던 짧은 옆머리와 앞머리 가르마를 모방한 데 그치지 않고 한 단계 진화한 ‘김정은 스타일’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 놨다. 하지만 국내외 언론들은 당시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을 ‘사다리꼴’ ‘핵폭탄’ 같다고 조롱했다.

심지어 해외 네티즌들은 김정은의 짧고 위로 올라간 헤어스타일에 대해 마치 예전 손으로 다이얼을 돌리던 수화기의 모양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바마의 모습에 김정은의 머리 스타일을 합성한 네티즌도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마치 버섯구름 같다고 이야기했으며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의 헬멧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고 있는 폴리 D와 비슷하다는 의견에 더해 어떤 네티즌은 마치 1590년대의 엘비스 머리스타일과 1970년대의 엘비스 몸매와 흡사하다는 피드백까지 등장했다.

우방국이었던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도 북한의 국제적 힘을 약화시켰다. 자유북한방송은 지난 16일 열린 김정일 생일축하 행사에 중국측이 축하사절을 파견하지 않은 이유를 김정은의 욕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주재 북한 외교소식통은 19일 "지난해 7월 노동당 간부 회의를 주관하던 김정은이 조·중 경제무역에 관한 보고를 받던 중 시진핑에 대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욕설들이 중국정부에 고스란히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러시아 전승행사가
터닝포인트

해외의 북한에 대한 시각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체제 다지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김정은은 군사위 회의에 앞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회의, 정치국 확대회의 등 정치 군사적으로 중요한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당과 군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탈상 3년에 맞춰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강력한 지도자상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지난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어떤 전쟁 방식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전투동원 태세를 갖추고 군 조직도 개편할 것을 지시하는 등 군사적 행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등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이 척도가 될 것은 러시아가 5월에 개최하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다. 러시아로부터 공식적인 참석을 요청받은 김정은이 이 자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주변국과의 관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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