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독주(獨走)는 독주(毒酒)?
문재인의 독주(獨走)는 독주(毒酒)?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3-02 10:24
  • 승인 2015.03.02 10:24
  • 호수 1087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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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보선 리더십 시험대 ‘盧 비서실장’ 탈피가 관건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의 독주가 눈부시다. 차기 대선은 3년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대권 행보 중이다. 문 대표는 작년 12월29일 당 대표 출마선언하고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 ‘부동의 1위’로 여겨졌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따돌리고 당내 유력한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크게 앞서고 있다. 단순히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보기에는 7주간 1위의 위상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문 대표의 대권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은 게 또한 현실이다. 당장 4월 재보선에서 야권 텃밭을 수성해야 하고 야권 단일화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선 ‘노무현 비서실장’이라는 낙인을 털고 친노 인적 청산도 이뤄내야 한다. 문 대표의 독주(獨走)가 차기 대권에서 야권 전체의 ‘독주’(毒酒)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배경이다.

-  2·8전대 이후 ‘컨벤션 효과’ 톡톡 대선주자 1위
- 이승만·박정희 묘소 참배…재계 접촉 ‘대권행보’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문재인 대표의 대권 행보가 거침없다. 당대표 출마선언일부터 지금까지 대권시계에 맞춰 계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의 핵심 전략은 ‘통합’과 ‘외연확대’다. 차기 대권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아킬레스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통합을 위한 첫 번째 행보로 문 대표는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를 선택했다. 같은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히틀러 참배’라고 비판했지만 65%의 국민들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간 화합차원에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통합행보 일환으로 문 대표는 2월 22일에는 당내 차기 대권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만남을 먼저 요청하고 10개월 만에 회동을 가졌다. 설 전에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래도 차기 대권을 두고 당내 1, 2위를 달리고 있는 박 시장과의 회동에 정치권은 더 관심을 보였다.

통합과 외연 확대 두 마리 토끼 잡기

이 자리에서 문 대표와 박 시장은 ‘이구동성’으로 ‘협력’을 강조했다. 경쟁자가 아닌 협력의 관계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주목할 점은 정례회동 가능성에 대해서 박 시장은 ‘수시로 만나겠다’고 의례적으로 밝힌 반면 문 대표는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들이 있어 긴밀하게 의논해나가겠다’ 밝혔다. 외형상 경쟁자 관계로 비쳐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문 대표의 내공이 돋보이는 발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 추미애 의원과 이용득 전 한국노총위원장을 임명했다. 추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시내 모처에 사무실까지 마련했다가 접고 문 대표를 적극 도운 인사다. 구 민주계를 끌어안기 위한 ‘탕평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전 위원장 임명 역시 노동계를 배려한 것으로 지명직 최고위원만 네 번째다.

문 대표의 통합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3일에 문 대표는 4선이상 동료 의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회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친노 좌장이자 ‘20대 불출마설’에 휩싸였던 이해찬 의원이 정계은퇴하면서 ‘당내 4선이상 동반 사퇴’ 주장을 제기할 것이라는 친노 일각의 주장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4선 이상 의원들이 친노에 대한 강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례간담회 개최 제의에 선뜻 응하고 “언제든지 전화를 주시라”며 한껏 몸을 숙이면서 의혹을 불식시켰다. 문 대표는 향후 3선의원과 초재선 의원 그룹과도 회동을 갖고 당내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문 대표는 통합행보와 더불어 외연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자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외연 확대는 대권주자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일단 문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업에 적대적이라는 외부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첫 번째 경제단체 방문을 대한상공회의소를 선택했다.

문 대표는 박용만 회장과 만나 “좋은 정책대안을 만들기 위해선 경제계 쪽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 정례적으로 소통의 자리를 갖자”고 먼저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반기업 정서를 불식시키고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 보수층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나아가 문 대표는 야당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50대와 60대와 연쇄접촉하면서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경제계와 만난 이후 문 대표는 50대 가장들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중도층 잡기에 나섰다. 또한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를 만난 문 대표는 “어르신들이 지금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들”이라며 “야당이 된 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효도 정당’으로 효도하는 정치인 소리를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껏 고개를 숙였다. 5060세대는 대선때부터 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지만 박 대통령의 집권3년차 청사진에 실망해 대거 이탈,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30%대로 끌어내린 핵심 지지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최고치를 연신 갱신하고 있다. <본지>가 시대정신연구소(엄경영 대표)에 의뢰해 2월11과 12일 조사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문 대표는 김무성, 반기문 3자 가상 대결에서 35.1%로 1위를 달렸고 반 총장은 28.3%, 김 대표는 23.8%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문 대표는 연령별로 30대와 40대에서 지역별로는 수도권 및 PK(부산/경남)에서 보수 성향의 두 후보를 압도했다.

또한 JTBC-리얼미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2월22일)에서도 문 대표는 28.5%를 기록했고 반 총장은 14.9%, 김 대표는 10.5%, 박원순 시장 8.2%, 안철수 의원은 6.5%로 당 안팎 잠룡군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수행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져 33.5%를 기록했다. 이는 박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여권 성향의 인사들보다 오히려 야권 후보인 문 대표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표가 두 달 가까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지만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게 비노 진영의 시각이다. 우선 문 대표는 오는 4월29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차기 대권주자로서 대안정당으로서 우뚝 설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성남중원, 서울 관악, 전남 광주 지역 모두 야권 강세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광주를 제외한 두 지역이 야권 후보의 난립과 지역 밀착형 여당 후보 공천으로 승리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4월 재보선에 숨은 ‘3대 악재’는

최악의 경우 광주 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천정배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닌 국민신당으로 출마하고 재보궐 선거 지역 3곳 모두 패할 경우 문 대표의 리더십과 위상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설령 광주 지역은 새정치연합이 가져간다 해도 성남 중원과 관악 지역을 여당 후보가 가져갈 경우에는 마찬가지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그나마 성남 중원만 빼앗기고 두 곳을 수성할 경우에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계파 공천’이니 ‘야권 연대’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경우 승리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관악을의 정태호 지역위원장과 성남 중원의 김창호 후보는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알려져 있어 공천이 친노 인사로 채워질 경우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문 대표의 책임이 될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한편 19대 총선에서 야권연대로 당선된 옛 통진당 인사들은 다시 출마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통합의 조건’이라고 밝히고 있어 통합의 기치를 내건는 문 대표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원내 제1야당이 후보를 안 낼 수도 없지만 후보를 낼 경우 국민신당·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세력과의 통합은 물론 승리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문 대표로서 원치 않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결국 문 대표는 4월 재보선을 통해 친노 계파 해체선언에 대한 약속과 야권 단일화 그에 따른 재보선 성패가 당면과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 대표의 대권 행보에 가장 큰 장애물인 ‘노무현 비서실장’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할지가 최대 과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재인 최대 아킬레스건은 ‘노무현’

지난 전당대회에서 문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가 권력을 잡은 지 40년만에 다시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이는 여성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경우”라며 “군부정권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대통령 당선자를 보면 대권을 잡은 인사들이 모두 전 정권과 ‘각’을 세운 사람들이거나 ‘차별화’를 이룬 사람들이지 전정권 핵심 측근이 대통령이 된 적은 없을뿐더러 사실상 단임제 하에서는 나올 수 없다”고 내다봤다. 문 대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자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노무현’이라는 주장이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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