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포인트를 줄이거나 적립률을 낮추고 있다. 기존 0.5% 가량의 적립률은 0.1%로 낮아졌다. 1000원 당 5원을 포인트로 적립해줬다면 이제는 1000원당 1원을 적립해주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1원 적립 받을 바에 안 받고 말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고객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도입한 서비스를 교묘히 축소하거나 없애는 일은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통신과 항공, 정유업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너나할 것 없이 포인트 줄이기 전쟁에 나선 기업들의 속사정을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통신·항공·정유 등 곳곳에 퍼지는 분위기
홈플러스는 1일부터 인터넷쇼핑몰에서 훼밀리카드 소지 고객의 포인트 적립률을 0.1%로 낮췄다. 기존에는 구매금액의 0.5%를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즉 1000원당 5원에서 1000원당 1원 적립으로 바뀐 것이다.
이마트도 신세계푸드 식품사업 브랜드인 ‘보노보노’와 ‘자니로켓’의 신세계포인트 적립률을 0.1%로 내렸다. 두 브랜드는 2013년 8월 1000원당 20원 적립률에서 3원으로 변경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1000원당 1원으로 낮아졌다.
또한 인터넷쇼핑몰도 지난해 1월부터 0.5%에서 0.1%로 포인트 적립률을 변경해서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롯데카드로 구입 시 0.5%를 포인트로 적립해줬지만 지난해 7월부터 100만 원 이하 구매금액에 대해선 0.1%로 적립률을 낮췄다. 100만 원어치를 구입하고 5000원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1000원에 그치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를 놓고 “실적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충당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란 것이다.
충당부채는 지출의 시기 또는 금액이 불확실한 부채를 말한다. 포인트나 마일리지 등이이에 속하는데 기업에게는 빚인 셈이다. 매년 고객들의 적립 포인트 사용에 대한 충당부채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가 좋을 때는 이에 대한 부담이 적었지만, 최근 대형유통업체들의 동반부진이 이어지면서 충당부채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대비 3.4% 감소했다. 2012년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매출도 0.7% 줄어들었다.
또 2011년 무렵 도입한 새 회계기준(IFRS)도 한 몫 거들고 있다. 현재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공한 마일리지와 포인트는 부채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새 회계 방식 도입 후 각 기업들은 부채가 많게는 1조 원가량 늘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과거 현금으로 구매한 고객이 현장에서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았어도 나중에 영수증을 제시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줬지만, 이제는 적립을 해주지 않는 곳도 등장했다.
‘적립제도’ 유명무실화 되나
포인트 적립 축소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는 할인혜택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측은 “인터넷쇼핑몰 이용고객은 포인트 적립보다 구매시점의 가격할인을 더 선호한다”며 “할인쿠폰 제공행사를 늘리고, 배송료 절감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도 “그동안 마케팅 차원에서 적립률을 높게 유지했지만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으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모양새다. 소비자 A씨는 “그전에는 소비한 만큼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생색내기용이란 생각이 든다”며 “1000원에 1원씩 포인트 받아서 언제 한 번 써보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1000원에 1원 받을 바에는 그냥 안 받고 말겠다”면서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혜택을 축소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없애는 곳이 많아서 역시 소비자들을 봉으로 보는구나 싶다”고 전했다. 대형유통업체들만의 움직임은 아니란 것이다.
특히 통신업계는 대형유통업체들만큼이나 소비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은 가족 결합 할인 프로그램인 ‘T가족 포인트’를 폐지했다. LG유플러스도 가족고객 지원 프로그램인 ‘가족무한사랑클럽’ 적용 방식을 변경해 사실상 혜택이 축소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원이 끊긴 소비자들에게 가족포인트는 유용한 혜택이 됐다. 그런데 이 같은 서비스가 줄어들면서 “홍보할 땐 언제고 폐지시키면 어떡하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4월부터 보너스 항공권 교환과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 공제액 기준을 인상했다.
또 가족합산 마일리지 이용 방법도 ‘본인 확인’ 절차가 강화됐다. 기존에는 인터넷으로 항공권 좌석승급을 요구한 뒤 탑승 당일 공항 카운터에서 서명하는 것이 끝이었지만, 이제는 미리 직접 공항에 가서 본인 확인 서명을 해야 한다.
더욱이 2008년 7월 이후 적립된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10년이 지나면 소멸돼 소비자들은 “마일리지 사용을 어렵게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혜택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쌓아 놓은 마일리지와 포인트를 못 쓸수록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도 2008년 10월 이후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등급별로 10~12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또한 우수회원인의 마일리지 항공권 양도 범위를 줄였으며, 우수회원으로 승급할 때 주던 추가 마일리지 혜택도 2015년 12월부터는 사라질 예정이다.
정유업계에서도 포인트 적립제도가 사라지는 추세다. SK에너지는 지난해 5월부터 리터당 5포인트 적립에서 주유금액의 0.1%로 변경했다. SK플래닛의 OK캐시백 포인트는 따로 유효기간이 없지만, 5년 동안 포인트 추가 적립이나 사용이 없으면 자동 소멸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부터 주유 리터당 적립금액을 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낮췄다. 또 리터당 2포인트를 더 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추가 적립제도를 없앴다. 이밖에도 맥스무비 온라인예매, 온라인서점과 알라딘 등의 제휴서비스도 줄이고 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