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에 울고 웃는 재계
배당금에 울고 웃는 재계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3-02 09:50
  • 승인 2015.03.02 09:50
  • 호수 1087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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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 유출” vs “주주이익 환원”…사상 최대 규모 놓고 시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이 급증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이 챙긴 배당금은 1년 전과 비교해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또 지난해 해외로 송금한 외국인들의 배당액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소비를 살리기 위해 도입된 배당 확대 정책 취지는 사라지고, 외국인들의 주머니만 채워줬다는 우려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분이 70%에 육박하는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어 국부 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해외 송금액 100억,  ‘대주주 당연한 권리’
    총수 직계만 배부른 배당 확대 정책 비난도

외국인 주주들이 챙겨가는 배당금이 급증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 배당금의 절반가량인 3조8000억 원을 챙겨간 것이다. 지난해보다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또 지난해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받아 해외로 송금한 배당액은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4대그룹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따라 배당 규모를 늘린 데 따른 결과다. 4대그룹 소속 상장사의 2014년 회계연도 배당총액은 7조7301억 원으로 전년대비 28.1%, 약 1조6937억 원 늘어났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는 배당금은 34.7%가 증가했다. 각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년대비 39.4% 증가한 2조1764억 원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41.6% 늘어난 7559억 원, SK그룹은 5968억 원, LG그룹에서 2837억 원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4대그룹 상장사들이 지급하는 전체 배당금 중 49.3%는 외국인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받은 배당금은 2조8297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3조8128억 원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순증가액으로 봐도 58.1%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한 논란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경기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고, 기업이익을 가계소득으로 돌리려는 취지는 사라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우려가 제거된 것이다.

더욱이 금융사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을 계획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지분이 7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배당으로 인해 국부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외국인 주주들의 금융사 지분은 KB금융 69.2%, 신한금융 67.08%, 하나금융 69.14% 등 70%에 육박한다. 국내 상장 기업들의 평균 외국인 지분율이 34.2%인 것을 생각하면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서도 최고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올해 주당 약 780원씩 총 3013억 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도 주당 배당액을 지난해 650원에서 올해 950원으로 올려 배당총액이 사상 최대인 5124억 원에 달한다.
우리은행도 400∼700원의 주당 배당액을 검토하고 있다. 주당 700원이 되면 2006년(600원) 이후 사상 최대가 된다. 현재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51.04%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25.3%였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올해 30%에 가깝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책 보완 필요해

이밖에 삼성화재, 삼성생명, 동부화재, 신한생명 등도 올해 배당을 대폭 늘렸다. 이들은 각각 주당 2750원에서 4500원,  850원에서 1800원, 1000원에서 1450원, 150원에서 250원으로 올랐다.

앞서 외환은행이 이전 대주주 론스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일이 있어 배당금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인 시기에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2008년 10.3%에서 2011년 60.0%까지 늘어났고, 이 기간 론스타가 배당으로 챙겨간 돈은 2조 원이 넘는다.

결국 외환은행은 자본건전성 악화에 빠졌고 대출성장률, 투자 여력이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외환은행의 순이익은 직원 및 자산 규모가 절반도 안 되는 부산은행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은행과 부산은행의 순이익은 각각 3651억 원, 3550억 원이다.

한 경제전문가는 “배당을 늘린다고 내수를 살리기는 쉽지 않다”며 “미국의 금리인상 등 여러 가지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해야지, 배당을 무리하게 늘렸다가 자본건전성에 위험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초 취지에 맞는 배당 확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타주주들의 배당금 확대폭에 대한 지적이 많다.

기타주주들의 배당금은 지난해 1조2140억 원에서 1조3786억 원으로 13.6% 증가에 그쳤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 증가율 절반에도 못 미쳐 소액주주들이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 총수 직계가족들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시선도 있다.

4대그룹 총수 직계가족의 배당금도 작년 2729억 원에서 올해 3982억 원으로 45.9% 늘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가족의 배당금은 64% 증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가족도 44.3% 상승,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족은 15.5%, 구본무 LG그룹 회장 가족은 5.5% 늘었다.

반면, 긍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기업들이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느니 배당을 확대해 주주 이익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맞다는 시선이다.

또 현재 국내 배당률이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시가배당률이 2%도 안 되는 상황이므로 주주 이익을 위해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한국 증시의 예상 배당성향은 13.7%로 중국 29.6%, 미국 29.4%, 일본 26.2% 보다 낮다. 뿐만 아니라 영국 46.2%, 호주 70%, 뉴질랜드 84% 등과는 큰 격차가 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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