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농가 죽어나가는 전시행정 그만둬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마사회(회장 현명관)가 추진하고 있는 경마개혁안이 서울마주협회와 생산 농가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마주협회와 생산 농가는 한국마사회가 발표한 경마혁신안의 골자인 ▲ 산지통합경주 시행 ▲ 레이팅제 도입 ▲ 외산마 가격 상한선 상향 등의 내용이 마주 및 생산 농가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한국마사회가 마사진흥과 축산발전의 본질을 잊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이 높아지자 한국마사회가 나서 서울마주협회 등과 지속적인 합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마주협회 “앞으로도 산지통합 반대할 것”
한국마사회 “이미 생산자단체와 합의 끝냈다”
한국마사회가 내놓은 경마혁신안은 마주협회의 반발로 인해 한차례 폭풍이 일었고, 상호간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잡음이 들린다. 생산농가가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갈등은 올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한국마사회는 국내산 말과 외국산 말이 같이 나서는 산지 통합 경주를 시행하고 외산마 가격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서울마주협회가 “국산 말 생산 업계를 도산시키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 경주마 사육 농가들도 줄도산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행을 늦춰달라고 호소하기 이르렀다.
아울러 서울마주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통합경주를 시행하게 되면 경주 상금을 벌지 못하는 국산마는 마주들로부터 외면당해 국산마 생산목장은 생산·육성한 말을 팔지 못해 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뜻을 같이하는 마주들은 산지통합경주에 대해서만 기존 산지분리경주(국산마경주·혼합경주) 방식대로 출전시키는 등 마주들의 고유권한을 행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천병득 비상대책위원장은 “마주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권위적, 독단적 관행을 일삼는 마사회의 대응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마사회의 가처분신청 후 마주들의 자발적인 위임장 접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마사회가 경마혁신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산지를 구분해 출전시키는 등 마주의 고유권한을 행사해서라도 마사회에 대항할 것이라는 입장 역시 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법적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는데 당시 수원지법 안양지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이우철)는 한국마사회가 서울마주협회와 서울마주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경마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서울마주협회는 마주(회원)들에게 경주마 출전신청권을 위임하도록 강요하거나 이를 행사하지 않도록 강요하는 등 마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이를 어길 경우 위반 때마다 300만 원씩 한국마사회에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현재도 마주들과 생상농가의 볼멘소리가 들리고 있다. 민근일 서울마주협회 국장은 “마사회가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5개월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시행돼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합의도 끝났다고 하는데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가 많고 마주협회와 합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가 합의를 봤다는 부분에 대해선 “한국마사회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생산자협회 등 몇몇의 단체와 합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서울마주협회는 산지통합경주와 같은 향후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마사회는 이마저도 반강제적으로 강행하려 한다”고 전했다.
명백한 입장 차이
한국마사회의 개혁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국산마 거래가 끊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생산자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데 3월 본격적인 경매 시장에도 나오지 않겠다는 생산농가들이 많다. 산지통합은 한 주 실시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악영향은 크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한국마사회는 경주마 가격이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소 2년 정도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발생할 수 있는 악재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하므로 개혁안은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만 한국마사회는 모든 합의가 끝났다는 상반된 반응이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이미 모든 부분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올해 경영방향도 많이 수정했고 개혁안이 진행되는 데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대응했다.
그는 “서울마주협회가 아직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한국마사회는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모두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다소 의아한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마사회가 경마시스템을 관객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를 갖고 경주마생산자단체를 설득해 경마혁신방안 시행에 대한 합의를 한 바 있다.
한편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도입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25일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회장 오영복)가 미국 리딩사이어 30위 경주마 씨수말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씨수말 대금, 보험료, 부가세, 검역 및 통관 비용 등 포함해 11억2900만 원이 소요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한국마사회의 예산 낭비 논란이 나왔다. 앞서 한국마사회는 외국으로부터 씨수말을 도입하면서 21억에서 37억 원대를 써왔다.
한국마사회가 사들인 씨수마는 리딩사이드(최고의 부마) 순위도 낮고 리딩사이드 미등재됐음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사들인 가격보다 두 배에서 세 배가량 높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낭비와 관련해 지적을 받아온 한국마사회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인 것을 알고도 씨수마를 비싸게 들여온 것이 확인되면 향후 국부유출 논란까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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