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관계 경색 중…경제 시장 본격 시험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2001년부터 14년 동안 이어온 한국과 일본의 통화스와프가 지난달 23일 종료됐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독도 문제와 과거사 갈등으로 시작된 한·일 관계 경색 국면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아울러 실제 두 나라의 교역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일 경제관계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이번 통화스와프 종료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들여다봤다.
이주열 총재 “정치적 상황 고려 안해…영향 미비할 것”
윤호중 의원 “비 오지 않더라도 우산을 버리면 안 돼”
한국과 일본 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지난달 23일 만기와 함께 종료됐다. 이로써 2001년 7월 20억 달러를 시작으로 최대 700억 달러로 확대됐던 통화스와프는 완전히 끝이 났다.
두 나라의 재무당국과 중앙은행은 같은 달 16일 합의문을 통해 “1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양자 간 통화 스와프만기를 기점으로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오는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제6차 한ㆍ일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필요한 협력을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통화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 시 자국통화를 담보로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제2의 외환위기대비할 수 있고 일본은 엔화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해당 계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두 나라는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을 포기하면서 그 배경 역시 주목되고 있다. 현재는 이명박 정부 때 고조됐던 독도 문제와 과거사 갈등이 경제·외교적인 문제로 번졌다는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한·일 관계는 본격적으로 경색되며 2012년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은 바 있다. 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 30억 달러 계약을 끝냈고 마지막 남은 계약이 이번에 중단됐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우리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일본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스와프 규모 확대에 냉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통화스와프 종료가 향후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우선 당장 통화스와프가 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액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10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3621억 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국가들과 통와스와프를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 900억 달러 규모가 유입돼 있어 안정권에 들어와 있다. 기획재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 달 2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일 통화스와프 만기를 연장하지 않은 배경을 묻자 “한국은행은 (스와프 만기를) 연장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두 나라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일본의 재무성과 일본은행이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금융상황 요인만 놓고 협의를 한 결과”라며 “외환건전성, 거시건전성여건, 외환보유고를 봤을 때 금융불안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존재하는 불안요소
다만 한번 통화스와프를 종료하면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관점에서 조금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호중 의원도 통화스와프 자체가 위기상황에 대비한 것임을 감안해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비와 우산을 버리는 일은 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충격이 가해지면 우리자본이 유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달러 종주국인 미국과 통화 스와프가 중단돼 있고 나머지 중국과 호주, 인도네시아 등과 체결한 통화 스와프는 달러 기반이 아니라는 점도 불안 요소다. 달러 기반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 협정은 IMF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맹점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과 다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거나 “영국이나 캐나다 등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더불어 한·일 양국 간 교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교역규모도 수십년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 최대 수입국은 일본이었으나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일본은 최대 수출입국 자리를 내준 형국이다. 앞으로도 엔저(円低)와 한중 자유무역협정 등의 영향으로 일본과의 교역은 더욱 줄어들고 중국 쏠림 현상이 가속할 전망이다.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에서 미·일·중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6%에 달한다. 중국이 24.6%(1061억 달러)로 가장 많고 미국이 12.0%(510억 달러), 일본이 5.7%(244억 달러)다.
특히 대일수출 비중은 1973년 한때 36.8%로 미국(34.8%)을 추월하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2년 9.3%로 한자릿수에 들어섰다. 지난해는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와 정치적 갈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저이자 미·일·중 3국 중 꼴찌인 5.7%를 기록했다.
수출과 마찬가지로 수입도 2002년에 11.2%로 처음 10%대를 넘어선 대중 수입액 비중은 2007년 17.7%로 올라 최대 수입국이었던 일본(16.0%)이 물러났다. 전체적으로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결국 한국 교역국의 지각변동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오는 5월 예정인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앞으로 두 나라의 행보를 가늠할 척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선 양국 간 금융협력 방안 내용이 의제로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재무장관회의는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총 다섯 차례 열렸지만 일본의 신사참배와 독도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됐었다. 이번 회의는 양국이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재개에 합의해 다시 열리게 됐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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