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공포, 정부는 무방비, 공무원은 외유?

전세계가 신종 플루 공포에 떨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확진환자 중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선 보건소장들과 관계직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로 연수를 떠난 보건소장들과 관계자들은 모두 경기도 지역이다. 현재 신종 플루 확진 환자들 중 30%가 넘는 인원인 1000여명이 경기도지역 주민들인 것을 감안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 어떻게 이런 비상시국에 관계자들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갈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소장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일반 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어 관계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지역 보건소장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 해외 연수를 떠난 경기도 지역 보건소장은 고양시 덕양구, 용인시 기흥구, 하남시, 파주시, 양평시 등 5곳이다. 성남시 분당구, 수원시 영통구, 의정부시, 화성시, 양주시 보건소에서는 보건가족담당 계장 5명이 함께 떠났다. 이밖에도 경기도 인구보건복지협회 지부장 등 직원 5명 등 모두 15명이 4박 6일 일정으로 지난 8월 24일 출국했다. 이들의 일정은 호주 시드니의 노인복지 시설과 구청, 보건소, 장애노인요양시설 등을 둘러보는 것이다. 경기도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 연수는 3월에 가려던 것이 한 차례 연기된 상태고 호주 현지 기관들과 이미 약속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취소가 사실상 곤란했다”며 연수 이유에 대해 해명했다.
또한 관계 직원을 보낸 한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에 연수를 떠난 직원은 신종 플루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보건소장이 직접 가려고 했지만 신종 플루가 확산되면서 직원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소장이 외유를 떠난 보건소 직원 관계자는 “문의전화로 인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언론에서 너무 오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7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분위기에 대해 보고를 했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할 당국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경기도 수원지역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6살의 아이를 둔 엄마로써 무척 불안하고 답답하다. 이런 상황에서 관할 보건소 관계자들이 외유성 해외 연수를 갔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민도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는 거점 병원이나 약국이 모두 멀리 떨어져 있다. 만약에 아이들이 신종 플루에 걸린다면 신속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데 종합병원이 너무 멀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들 대부분은 신종플루의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관할 보건소의 소장과 직원들이 해외 외유성 연수를 떠난 것에 심각한 분노를 표출했다.
경기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나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어린이집에 관할 구청이나 보건소에서 지침이 내려온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이 없다고 답했다. 내가 문의를 하자 그제서야 인터넷을 통해 예방책을 아이들에게 설명해줬다고 한다. 주변의 주부들 대부분이 이런 불안함에 떨고 있는 데 관할 보건소장이 직무를 망각한 채 해외 연수를 간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관할 보건소장들의 외유에 대해선 더욱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수원에 살고 있는 한 주부는 “정부당국은 거점 병원 등을 지정하면서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지정한 것 같다. 관할 주민들의 건강도 책임질 자세가 안돼 있는 보건소장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에 대해 어의가 없다”고 말해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비판했다. 이 같은 비난의 목소리는 같은 보건소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신종 플루 확산으로 연일 밤을 세우며 일을 하고 있는데 담당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외 연수를 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변이 신종 플루와 내성 신종 플루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변이과정을 거친 2차 3차 인플루엔자에 대한 위험성이 역사적으로 볼 때도 심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종플루가 다른 바이러스와 합쳐져 더욱 강력한 변종 플루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면역이 생기면서 신종 플루 변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미 변이돼서 타미플루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내성 신종 플루가 발생됐다는 보고가 나온바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전 세계적으로 분리된 신종 플루 바이러스 중 12건이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만일에 내성 플루가 퍼진다면 현재의 타미플루로는 전혀 약효가 들지 않아 더욱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다행히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 신종 플루는 발견됐지만 또 다른 치료제인 리렌자에 대한 내성 신종 플루는 아직까지 발견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쳤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신종 플루가 결합해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난다면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의 높은 사망률과 신종 플루의 높은 전염성이 결합한다면 최악의 상황인 1918년 스페인 독감과 같은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관계자들의 이번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좀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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