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즐기면서 돈 번다?” 젊은 여성들 쏠린다

최근의 성매매는 이른바 ‘보도방’을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보도방은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접대부 공급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손을 뻗고 있는 곳은 대부분의 유흥업종에 두루 걸쳐 있다고 한다. 흔히 룸살롱 같은 경우 ‘출근하는 아가씨’들이 있어 보도방이 필요없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아가씨가 부족할 경우 그들 역시 보도방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보다 많은 여성들이 보도방으로 유입되고 있다.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고정급과 비슷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방에 소속되어 있다고 무조건 ‘페이’가 보장된다고는 할 수 없다. 도우미들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도방은 과연 어떤 구조로, 어떤 방식으로 유지가 되고 있을까. 불황기, 보도방의 활약을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흔히 보도방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노래방 도우미다. 노래방의 경우 정기적으로 출퇴근 하는 아가씨가 없으니 대부분 보도방을 이용해 아가씨들을 공급받게 된다. 일단 손님이 아가씨를 원하게 되면 노래방 업주는 보도방 실장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보도방 실장은 다시 자신이 데리고 있는 아가씨 중 일부를 차출해 해당 업소로 데리고 가게 된다.
창업하기 쉬운 보도방?
보도방 실장의 전직은 상당히 다양하다. 물론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적인 직업이 없이 화류계 주변을 떠돌던 인물들이거나 혹은 백수 생활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초보자들이 아는 ‘형님’들을 통해 일을 배우고 자신이 독립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사채업계 주변에 있던 사람, 범죄자, 조폭 등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이들이 보도방을 ‘창업’해 자신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 대개 이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다. 하지만 30대 이후에는 대개 또 다른 직업으로 전업을 하거나 혹은 4~5개의 보도방을 거느리면서 자신의 아래에 ‘소사장’을 두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 ‘필드’에서 뛸 나이는 지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부 보도방을 통해 돈을 많이 번 경우에는 안마 시술소나 대딸방,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아가씨에 대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성매매와 화류계의 언저리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도방들도 ‘공급 과잉’ 상태를 빚고 있다. 사실 보도방은 일단 창업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별도로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비싼 사무실을 얻고 인테리어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생활 정보지나 인터넷을 통해서 아가씨를 확보하게 되면 1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 거래선의 확보.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큰돈은 들어가지 않는다. 찌라시 같은 명함을 만들어 계속해서 뿌리고 관련 업소 사장들을 만나서 자신을 홍보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보도방 거래의 경우 한번 거래가 시작되면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거래선 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이 일 자체가 ‘음지의 일’이다 보니 매번 새로운 거래선과 거래를 해봐야 업주들 스스로가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신규 보도방이 새로운 거래선을 뚫기 힘들다는 점이 있다. 여기에다 기존의 보도방도 ‘공급과잉’이 일어나다 보니 창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 먹고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보도방은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적게는 5명, 많게는 30여명 정도의 아가씨를 확보하고 있다. 사실 30명 정도를 넘어서면 일단 ‘대규모’로 분류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인원을 넘지 않는다. 어차피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만 잘 굴려도 먹고사는 문제는 걱정이 없을 뿐더러 굳이 경찰에 노출이 될 수 있는 ‘기업형 보도방’을 만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도우미 따로 있다
그렇다면 보도방의 수익 구조는 어떨까. 일단 노래방의 경우 도우미 아가씨의 시급은 2만원. 여기에서 보도방이 이른바 ‘찡값’ 명목으로 5천원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 5천원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예를 들어 노래방의 피크 시간은 오후 8시부터 새벽 4시까지다. 총 8시간으로 치면 아가씨는 12만원, 보도방은 4만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아가씨가 10명이라면 40만원, 30명이라면 하루에 12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 달에 주말 이틀을 제외하고 2천4백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물론 이렇게 30명이라는 인원을 ‘풀’로 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경우라 하더라도 일반 직장인 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직업이다. 따라서 특별히 할 것이 없는 백수나 화류계, 범죄 집단의 언저리에 있는 이들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룸살롱 보도방의 경우 수익은 더욱 늘어난다. 아가씨의 테이블 차지 10만원 중 1만원을 가져가기 때문에 수익은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아가씨들은 이러한 보도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보도방들은 ‘잘 나가는 도우미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 세계에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만이 살아남는 비결이라는 이야기다. 전직 보도방 실장 김모씨(32)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일반적인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장이 편애하는 직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보도방도 마찬가지다. 부를 때 언제든지 핑계 없이 나와 손님을 맞아주고, 즐겁게 놀아줘 노래방 업주들에게 칭찬받게 해주는 도우미가 최고다. 보도방 입장에서는 돈도 벌어주고 이미지도 좋게 해 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또 무엇보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아가씨가 모자랄 때 노래방 업주의 심정은 피가 마른다. 도우미가 없으면 손님도 없고, 그런 만큼 자신의 매상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우리들로서는 업주가 최대한 영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해줘야 한다. 그런데 데리고 있는 아가씨들이 불성실하고 연락 안되고 하면 보통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만약 예뻐하는 아가씨가 있으면 아무래도 일도 많이 주고 진상 손님들은 피해서 일을 준다. 결국에는 아가씨들도 일하기가 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도방 아가씨들은 어떤 부류일까. 이들의 나이는 매우 다양하다. 이제 갖 성인이 된 20대 초반에서부터 심지어 40대 중후반까지 있다. 이는 노래방이나 도우미를 찾는 남성들의 다양한 연령대에 기인한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남성들이 다 ‘영계’를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을 찾거나 조금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 남성의 경우 오히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농염한 여인’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도방 여성들은 참으로 ‘사연’이 많은 여성들이라고 한다. 사연을 들어보면 나이가 많든 적든 저마다 아픈 사연과 우여곡절이 한 두 개가 아니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성의 입장에서 보도방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간다는 것은 이른바 ‘막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보도방 일을 하겠느냐’라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성향은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더 많다고 한다. 대부분 이혼을 한 경험이 있고, 그 전에 돈을 벌기 위해 다단계, 식당 등 온갖 밑바닥 생활은 다 겪어 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다 최후까지 몰려서 나오게 되는 곳이 바로 보도방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이가 어릴수록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의 개념에서 보도방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취직은 어렵고 힘들게 일하기는 싫고 거기다가 놀고 싶은 여성들이 보도방을 선택한다는 것.
젊은 도우미 ‘노는 게 좋아’
특히 이러한 성향은 보도방의 ‘근무환경’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앞서 잠시 살펴봤듯이 매일 ‘풀’로 일하는 여성의 경우 하루에 12만원. 한 달이면 240만원이라는 돈을 벌 수 있다. 힘들게 식당에서 음식 나르고 설거지를 해봐야 100만원 조금 넘게 받는 상황이라면 노래방 도우미는 사뭇 ‘괜찮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도 하다. 거기다가 일이라는 것 자체가 ‘노는 것’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여성들의 경우 이 일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취재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노래방 도우미를 하고 있는 김모양(20)의 이야기를 통해 요즘 ‘젊은 노래방 도우미’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나 같은 경우 공부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아예 대학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래서 신나게 놀았다. 우리 학교에서 짱먹는다는 일진회에서도 놀아봤고 나쁜 짓은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봤다. 이제 성인이 되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에 놀았으니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그냥 계속 놀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더니 나에게는 노래방 도우미라는 좋은 직업이 있었다. 솔직히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만족하고 산다. 아직 한 달 수입이 200만원이 채 안되지만 사회에 나오자마자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가게라도 해볼 생각이지만 아직은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돈을 잘 모으지 못하고 있다.(웃음)”
사실 보도방과 도우미는 화류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남성들의 끊임없는 욕구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화류계의 악순환을 계속해서 이어가게 만드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국내 화류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 보도방의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고 단속해야하는지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준 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