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전과자 만든 여자들에 복수”
전북지역 원룸을 돌며 독신여성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은 쌍둥이 딸을 둔 30대 가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속칭 ‘전북 발바리’로 불리며 지난 8년 간 생면부지의 여성들을 짓밟은 범인은 “나를 전과자로 만든 여성이 싫었다”며 범행동기를 밝혔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8월 24일 성폭행과 강도행각을 벌여온 A(34)씨를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월 22일 새벽 전주시 인후동 한 원룸에 가스배관을 타고 들어가 부엌에 있던 흉기로 집주인 B씨(27·여)를 위협해 결박한 뒤 성폭행을 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는 등 지난 2001년 8월께부터 8년 동안 모두 26명의 여성을 상대로 강간과 함께 600여만원 상당을 빼앗은 혐의다. A씨는 침입한 방 안에 자매나 친구 등이 함께 자고 있을 땐 이들 모두를 겁탈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가 인면수심의 강간범으로 돌변한 것은 11년 전인 1998년 군대 말년 휴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술에 취한 한 원룸에 숨어들어 자고 있던 여성을 성폭행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친 뒤 경찰에 붙잡힌 것. 이후 전과자 신분이 된 A씨는 모든 비극이 ‘여자’때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됐고 이는 새로운 범행으로 이어졌다.
A씨의 추악한 밤 나들이는 3년 전 결혼을 하고 만 15개월 된 쌍둥이 딸을 낳은 뒤에도 이어졌다. 일정한 직장 없이 처가에 얹혀살던 A씨는 자주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하는 등 가정생활에 성실한 위인도 아니었다.
경찰은 피해현장에서 용의자 DNA를 수집하고 동일범죄 전과자를 탐문하는 과정에서 A씨를 지목해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검거 이틀 전인 지난 8월 22일 부모와 부인 앞으로 유서를 쓴 뒤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해 목숨을 건졌다.
수사팀은 A씨가 인정한 26건의 범죄 외에 비슷한 수법의 미제사건 13건에 대해서 여죄를 추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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