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의 매력’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논란 종지부 찍나
‘한정판의 매력’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논란 종지부 찍나
  • 서승만 편집위원
  • 입력 2015-02-23 16:02
  • 승인 2015.02.23 16:02
  • 호수 1086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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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이 뛴다]

[일요서울 | 서승만 편집위원] 지난해 8월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제과업계에 유례없는 품귀현상을 빚어내며 이런 저런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졌다. 허니버터칩 광풍과 함께 쏟아졌던 각종 루머에다 끼워팔기 논란, 그야말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격이었다. 해태제과는 난감한 입장도 있었고 해명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끼워 팔기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허니버터칩 끼워팔기’와 관련해 해태제과의 거래행위 조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전에 없던 인기로 인해 편의점·마트 등에서도 이 제품을 다른 과자들과 묶어 팔고 있는데, 이 상황이 끼워팔기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을 어긴 것인지 조사에 나서겠다고 했다. 또, 정 내정자는 ‘허니버터칩이 권장 가격 이상으로 팔리고 있다’는 국회의원의 지적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해태제과 측에서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부인했고 관계자는 “해태 영업사원들은 소매점에 물건을 공급만 하기 때문에 직접 끼워팔기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끼워팔기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 소매점들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마케팅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태의 말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묶음이 타회사 제품과 묶어 판매를 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23조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 상대방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구입강제)를 불공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해태제과 측은 한 차례 끼워팔기 지시를 내렸다가 11월 철회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이번 공정위 조사결과 파악됐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해태제과의 히트 상품인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처벌은 어렵다는 최종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6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서면조사 보고자료’를 분석해 해태제과가 지난해 11월 내부 영업전략 계획서를 통해 신제품 취급확대와 스낵류 매출강화를 위한 끼워팔기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주요스낵 3+1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주력품목 4종을 끼워 팔기로 결정했었다. 또 자사 상품들의 끼워 팔기를 개인, 대형·소형마트, 조합마트에서 실시하되, 대신 최대 30%까지 할인해서 팔 수 있도록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허니버터칩 묶음 판매는 별개 상품성과 동반구입 강제성이 어느 정도는 인정되나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끼워팔기 규모가 6300만 원 정도로 미미하고 제과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강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제과류는 필수재가 아닌 저가의 기호재에 불과하고 유행에 민감하며, 유사제품 개발도 용이해 대체성이 높아 거래강제성이 낮은 데다가 출고량 조절 의혹 역시 제품의 수요가 높아 빚어진 품귀현상으로 ‘혐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공정거래법상 끼워팔기 규제는 시장지배력, 브랜드 특성, 소비실태 등을 고려해 사업자가 동반구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로 위법성이 판단된다”며 “해태제과의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공정위…
‘대기업 봐주기’식 논란

일각에선 이번 공정위 끼워 팔기 논란 처벌불가에 대해 올바른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해 보이나 기존의 공정위가 대기업에 쩔쩔매는 관행을 보면 누가 공정위를 믿겠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공정위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늘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는 것은 불신을 아직도 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유독 대기업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대기업에 대한 과징금이 커질수록 공정위의 승소확률은 더 떨어진다는 통계결과가 있다. 대기업이 힘 있는 로펌을 끼고 싸우기 때문에 공정위가 힘을 쓰지 못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패한 사례는 최근에도 비일비재하다. 남양유업 과징금 대폭삭감, SK그룹 계열사와 SK c&c 간 IT서비스 거래에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행위에 대해 부과한 347억 원의 과징금에 대해 취소한 판결, 포스코 ICT가 낸 71억 4700만 원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법원은 포스코ICT의 손을 들어줬던 일들이 그렇다.

대기업의 과징금 소송 건에 대한 패소 문제나 으레 봐주기 식 논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논란도 정황이 포착됐지만 공정위에서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과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대기업 봐주기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일부 시각에서 비롯된다.

지난 2013년 공정위에서 집계한 자료에서 공정위가 최초기업에 부과한 과징금액수는 2012년 1조3186억 원, 지난해 9월까지 2조2628억 원으로 매년 두배 가까이 뛴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단계에서 여러 조정과정을 거친다. 이에 대형로펌들이 과징금 부과단계에서 기업을 대리한 결과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3년간 총액이 4조3439억 원에서 1조5640억원으로 64% 줄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허니버터칩에 대한
검증 안 된 ‘루머들’

워낙 인기 제품이다 보니 여러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으니 화제를 모은 것은 당연하다. 전국적인 품귀 현상이 일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과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유통업계에서는 허니버터칩과 비인기 상품을 묶어 파는 ‘인질 마케팅’까지 나타나는 등 전에 없던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시기라도 하듯 SNS 등에서 허니버터칩에 대한 다양한 괴소문도 급속도로 번졌다.

마약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유혹했다는 ‘마약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수십 년간 연구한 제조법을 해태제과에 넘겼다는 ‘창조경제설’, 제과업계가 질소과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합심하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는 ‘물타기설’ 등이 그렇다. 가장 논란이 컷던 일은 ‘허니버터칩을 사먹는 것은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일본 극우설이었다. 허니버터칩이 일본산 과자를 우리나라에 현지화한 상품이라서 수익금 일부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영입하는 운동의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내용으로 SNS에서 일파만파 퍼졌다.

이밖에 지금도 매달 60억 원어치의 물량을 공급하지만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애가 탄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한 유사 제품들이 덩달아 인기를 누리는 괴현상도 일어났다. 해태제과 후속 제품인 ‘허니통통’은 출시 일주일 만에 5만4000 상자가 판매되면서 매출 13억 원을 달성했고, 농심 ‘수미칩 허니머스타드’ 역시 같은 기간 매출 10억 원을 기록했다. 비슷한 맛의 과자들이 원조 제품의 효과를 본 셈이었다.

solar21c@ilyoseoul.co.kr

서승만 편집위원 solar21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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