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회관 하루 다리 품…수십군데 의원실 찾아

상임위원 국회 보좌진까지 상대 직급 다양
공공기관 국회담당자의 하루일과는 비슷하다. 의원실과 방문을 통해 보좌진과 소통을 늘리는 가 하면, 국회 상임위원회 여·야 간사실이나 상임위 행정실 등을 통해 의사일정이나 회의개최 여부 파악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국회업무만 전담하는 기관은 그나마 수월하다. 기관이 작은 곳에서는 내부업무까지 챙겨야 한다. 그러나보니 국회업무가 부담스럽다. 자주 국회를 올 수가 없다보니 의원실과 관계도 좋지 않다. 상임위원회 인원수가 많은 곳은 의원실 자주 방문하기도 힘들다.
공공기관 국회 담당자들은 개별 의원실을 수십군데씩 상대해야 한다.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도 죽을 맛이다. 상대해야 할 의원실은 많고 파악하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원실마다 분위기도, 특성도 달라 업무에 애를 먹곤한다. 자신이 속한 공공기관의 업무를 담당하는 의원실 보좌진이 보좌관일 수도 있고, 비서관이나 비서가 맡고 있어, 상대하는 직급이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의원실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훈련과정에 있는 인턴비서가 맡기도 한다.
현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제외하면 전체 상임위원회가 16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수가 가장 많다. 정원이 31명이나 된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도 각각 위원수가 30명에 이른다. 반면, 법제사법위원회 16명, 국방위원회 17명, 환경노동위원회 15명, 농림축산식품위원회 19명 등 위원회 정원 수가 적은 위원회도 많다. 상임위 정원수가 적다고 국회담당자들의 업무가 수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곳보다는 다소 쉽다. 일단 상대해야 할 의원실이 적으면, 그만큼 보좌진들과 소통하기 쉽기 때문이다.
국회 의원회관은 구관건물만 있을 때는 비좁아 개별 의원실을 도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않았다. 하지만 몇해전 신관 건물이 생기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건물구조나 동선(動線)이 복잡해져 국회담당자들이 더 힘들어졌다. 다리 품을 팔아야 할 정도다.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실을 하루에 다 방문하는 것도 힘들다.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기관장이나 임원들과 함께 의원실을 차례로 방문할 경우에에는 별도 이동경로를 구상할 정도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큰 일이다.
의원실을 방문해 보좌진들과 대화하면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정도 티타임을 갖는다. 모두가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의원실마다 반응이 각기 다른다. 대부분 보좌진의 성향이나 성격탓이다. 친절하게 응대하는 방도 있고, 퉁명스럽게 반응하는 곳도 있다. 경험많고 노련한 보좌진들은 이들과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이끌고, 업무관련 정보도 습득하다. 반응이 냉랭한 의원실도 찾아야 한다. 국회 담당자들은 의원실과의 접촉하지 않으면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좌진 칼 숨기고 대관 ‘방패’ 숨기고
하지만 이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해서 의원실이 마냥 휘둘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친절하게 대해 줄 뿐이다. 의원실은 이들에게 칼끝을 숨기려 한다. 보좌진의 업무특성상 준비하고 있는 자료아이템이나 질의서를 사전에 풀어 헤칠 수는 없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숨긴 채 소위 큰 건 한방을 잡으려고 한다. 언론에 대서특필될 수 있는 특종을 잡는 것은 보좌진의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보안도 중요하다. 예리한 자료분석도 중요하지만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하한다. 사전에 밖으로 새나간다면 공공기관들이 기민하게 대처해 막을 수도 있다.
공공기관들이 예봉(銳鋒) 피해간다면 의원실이 오랫동안 준비한 자료는 헛방이 될 수 있다. 언론에 작게 소개되거나 아예 보도조차 안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의원실에서 준비한 보도자료나 질의서가 주요 지상파 방송의 뉴스를 장식하고, 신문지상에도 대서특필될 경우 국정감사나 청문회 스타의원으로 부각된다.
보좌진들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는 보좌진의 평탄도 좋게 만들어준다. 결국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불안정한 신분에도 살아남고,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생명줄과도 같다. 그래서 보좌진과 국회 담당자들은 친한 것 같지만 적절한 관계를 유지한다. 일부 의원실은 긴장관계도 있는 경우도 있다. 출입도 자유롭지 못한 방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소통은 필요하다. 국회담당자들은 보좌진과 피감기관의 가교역할을 한다. 적절한 친분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의원실의 지역구 민원사항을 상의하는 루트이기도 하다. 국회담당자들이 필요한 때도 상당하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유착되지는 않는다. 소통을 통해 민원내용을 파악해 상황을 알려주는 정도다. 지역구 민원은 수시로 접수된다. 억울하게 피해를 본 내용도 있지만 때로는 말도 안되는 내용도 있다. 그래도 민원인은 막무가내다.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한다. 솔직히 국회에 접수되는 민원 대부분이 몇차례 걸러진 내용들이 많다.
결국 상황파악이라도 해 알려줘야 한다. 이럴 때 보좌진은 난감하다. 국회담당자에게 민원내용을 전달하고 상황을 파악해달라고 요청한다. 아무튼 보좌진과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은 소통창구다. 하지만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다. 솔직히 너무 친밀하면 유착의혹이나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지나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하게 되면 정작 의원실에서 해야 할 질문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좌진도 사람인 관계로 친소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의원실과 개별 보좌진들의 특성과 역량에 따라 다르다.
국회담당자, 나이, 직급, 직책 다양해
보좌진들도 30대에서 5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지만 공공기관 국회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담당자들은 나이는 물론 직급과 직책이 천차만별이다. 기관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작은 공공기관은 30대 중반의 대리, 과장급이 맡는 경우도 있다. 해당기관의 내부에서는 기획실장 등이 국회업무 간부급이다.
하지만 의원실을 직접 수시로 방문하는 일선 담당자들은 대게가 40대 중후반의 차장, 팀장, 부장급이다. 어느 정도의 직급과 나이가 있어야 원할한 업무협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실은 인턴비서부터 별정직 4급상당의 서기관대우를 받는 보좌진이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도 대략 직장생활 15-20년차 된 직원 가운데 선발한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내부평판이나 성격, 대인관계, 활동성 등을 보고 해당기관 인사부서에서 배치한다. 의원실을 들를때마다 수석보좌관과 담당업무 비서진을 주로 상대하지만 모두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눈치와 상황판단은 물론 성격도 좋아야 한다. 의원실과 좋은 관계 유지하려면 소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잦은 방문과 대화를 통해 보좌진들과 친밀도를 높이는게 제일 중요하다. 만약 해당기관에 현안이 있거나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는 더욱 더 접촉을 늘리려 한다. <계속>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