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여고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한국판 콘크리트 살인사건’의 주범들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5월 윤모(15)양을 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살인·시체유기 등)로 양모(15)양 등 10대 여학생 4명과 20대 남성 3명을 검거했다.
윤 양은 같은 해 3월 김모(24)씨를 따라 가출한 뒤 부산의 어느 여관에서 이들과 함께 지냈다. 이들은 윤 양에게 강제로 성매매를 시켰으며,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생활을 이어갔다.
이들은 보름 뒤 윤 양의 아버지가 가출신고를 한 사실을 알고 윤 양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했다. 이에 다음날 교회에 간 윤 양을 납치해 울산의 한 모텔로 끌고 갔다.
이들은 이곳에서도 윤 양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그러다 4월 윤 양이 모텔 컴퓨터를 통해 SNS에 접속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이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노출했다며 윤 양에게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폭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이들은 냉면그릇에 소주 2병을 부은 뒤 윤 양에게 마시도록 강요했다. 윤 양이 토하자 이 토사물을 억지로 먹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윤 양이 “너무 맞아 답답하니 물을 좀 뿌려달라”고 부탁하자 끓는 물을 붓기도 했다.
결국 윤 양은 4월10일 대구의 어느 모텔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 웅크린 채 탈수와 쇼크로 인한 심장발작으로 숨졌다. 그러나 이들의 악행은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다음날 윤 양의 시신을 경남 창녕군의 어느 야산에 유기했다. 그러면서 윤 양의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윤 양의 얼굴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이고 시신 위에 시멘트와 흙을 덮어 암매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결국 드러나고 말았다. 집을 나간 딸이 연락이 없다는 윤 양의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에게 지난해 5월 붙잡힌 것이다.
경찰에서 10대 소녀들은 “20대 남성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씨 등 20대 남성들도 “살해의도는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얼굴을 수차례 때린 적이 없다”거나 “끓는 물이 아닌 5초간 데운 물이었다”는 등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허모(15)양 등 10대 여성 3명에게 장기 8년에 단기 6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모(26)씨 등 2명에게는 무기징역을, 공범 이모(25)씨에게는 징역 35년, 양모(16)양에게는 장기 10년, 단기 7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 존재의 근원이자 절대적 이유로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인간의 생명을 훼손한 남성 2명에 대해서는 무기징역 이상의 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도 “사형의 적용 여부를 살펴봤지만 사형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만큼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1988년 일본에서는 15~18세 청소년들이 여고생을 납치·감금한 뒤 고문·성폭행을 하다가 피해자가 사망하자 공사장 인근 드럼통에 시신을 콘크리트에 묻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콘크리트 살인사건’이라 불리며 충격을 준 바 있다.
이로부터 20여년 뒤 발생한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한국판 콘크리트 살인사건’이라 불렸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