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몸 속 실리콘은 안전하십니까?
당신 몸 속 실리콘은 안전하십니까?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2-23 10:17
  • 승인 2015.02.23 10:17
  • 호수 1086
  • 3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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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 은밀한 여성 성형의 비밀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다. 남녀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더 크다. 자연스럽게 여성이 성형에 대한 관심도 더 크다. 성형외과에서는 얼굴 주요 부위에 대한 성형은 물론이고 가슴, 복부, 허벅지, 종아리를 넘어 여성의 은밀한 부위까지 다양한 성형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성형 전후의 모습을 살펴보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결과물을 내 놓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성형수술 실력은 그만큼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일본, 중국 등에서도 성형수술을 받으러 국내로 의료관광을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형수술의 결과만 신경 쓸 뿐 자신의 몸에 사용되는 성형수술의 재료나 시술법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돈의 노예 된 성형외과와 자격미달 의사들 믿을 수 없어
수술 전 품목허가·신의료기기평가·보험급여 유무 따져라

우리나라 성형 1번지는 강남과 압구정이다. 사실 두 곳 중 어느 지역이 더 인기냐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두 지역은 성형외과 천지다. 해당 지역의 지하철역만 가 봐도 알 수 있다. 강남역과 압구정역 지하철 출입구에는 모든 출구마다 성형외과 홍보 광고가 도배돼 있다.

성형 전후 비교 사진은 기본이고 각종 시술법 등과 함께 미인들의 사진이 도배되다시피 할 정도다. 지난주 평일 오전 찾은 압구정역도 마찬가지였다. 지상으로 나가는 출구마다 성형외과병원 광고판이 큼직하게 붙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국인들로 보이는 젊은 관광객들도 한동안 서서 병원 홍보 광고판을 쳐다보고 있었다. 광고판에는 한글과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안내 문구까지 쓰여 있다. 지하에서 나와 인도에 올라서자 형형색색의 성형외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 보이는 건물마다 성형외과가 없는 건물이 없을 정도다.

골목길도 마찬가지다. 큰길가보다는 일반 식당 등이 몇 개씩 더 있지만 건물마다 어김없이 성형외과 간판이 달려있었다. 심지어 오전 10시쯤 제법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가리고 가족과 함께 차를 타는 여성도 보였다. 성형외과 병원 건물에서 나오는 것으로 봐 방금 수술을 했거나 수술 후 상태 확인을 위해 병원에 들렀다 나오는 환자인듯 했다.

질 성형 수술에 사용되는

실리콘 안전할까?

성형수술이 인기를 끌다보니 수술 부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얼굴에 있는 눈, 코, 입, 광대, 턱 등과 가슴, 엉덩이, 허벅지 등 신체 주요 부위 모든 곳의 성형이 가능하다. 심지어 여성들에게 은밀한 질 부위도 성형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질 성형수술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용어는 ‘이쁜이수술’이다. 질 성형을 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을 겪거나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탄력이 떨어진 질 근육을 탄력있게 해 부부관계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다. 사실 질 성형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꾸기 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가꿔 자신감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크다.

최근 질 성형수술은 ‘이쁜이수술’ 외에 ‘질매직탭’ ‘질스프링’ ‘질임플란트’ ‘엠슬링’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대부분 질 속에 실리콘 보형물을 넣어 진행되는 성형수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질 성형수술 자체가 여러 가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질 성형수술을 하는 성형외과들은 대부분 실리콘 보형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 실리콘 보형물은 기다란 실 모양으로 길이는 15cm에서 17cm 정도다. 비흡수성 재료로 만들어져 인체에 삽입해 사용된다.

국내 병원들은 이 보형물이 미국 FDA 또는 국내 KFDA에서 ‘안전 허가가 승인된 보형물’이라며 홍보하고 실제 수술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보형물은 ‘여성 질 성형용’이 아닌 ‘이완된 연조직의 강화 또는 결찰을 위해 삽입되는 의료용 실리콘’으로 ‘신체의 두개골이나 엉덩이 등에 함몰된 곳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도록 허가받은 제품이다. 용도가 다른 만큼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됐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이 실리콘을 질 속에 투입하려면 요실금 수술 테이프처럼 대학병원에서 안전성에 대한 임상시험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는 이 성형 보형물을 질 성형 시 버젓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싼 무허가
업체 제품 사용하기도

또다른 문제점은 이 성형 보형물의 생산과정이다. 실제 이 실리콘의 제조허가증을 갖고 있는 업체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면 문제가 없지만 제보자에 따르면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제조허가증을 갖지 못한 업체를 통해 제품을 납품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병원들이 무허가 업체에서 제품을 공급받는 이유는 실리콘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허가받은 실리콘의 경우 수술 이후 잘 끊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이를 보완한 제품을 무허가 업체 생산해 주문 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수술 받는 환자의 안전보다는 수익이 우선이다. 무허가 업체에서 제공받은 실리콘을 여성의 질 성형에 사용한다면 안전성을 보장 받을 수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된다.

품목허가만으로
안전성 장담할 수 없다

질 성형 수술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질 성형 수술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리콘은 품목허가밖에 받지 않은 상태다.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의료용 기기나 기술·시술 방법을 개발하면 품목허가, 신의료기기평가, 보험급여 결정을 받아야 한다.

품목허가는 의료기기법을 적용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평가를 한다. 여기서는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품목허가여부만 결정을 한다. 이후 이 과정을 거치면 신의료기기평가 순서를 밟게 된다.

신의료기기평가는 의료법 적용을 받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평가를 진행하며 새로운 의료기기와 이를 포함한 의료행위를 평가해 시술목적, 대상, 방법 등이 결정이 된다. 실제 전문가들의 판단이 이뤄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기기들은 이 과정을 거쳐야만 안전성이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평가단계는 보험급여결정 과정이다. 보험급여결정 과정은 건강보험법을 적용받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평가한다. 이곳 역시 의료기기 및 의료행위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이 평가를 바탕으로 건강보험 급여 여부가 결정된다.

가장 안전한 시술이라면 이 세 가지 과정을 모두 거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의료용 실리콘을 이용한 질 성형은 이 세 단계 중 첫 번째인 품목허가만 받았다. 의료용 실리콘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받은 것이지 이를 이용한 시술방법, 대상 등에 대한 안전성은 완벽하게 입증됐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내 질 성형 수술을 진행하는 성형외과에서는 마치 이 시술법이 모든 검증을 마쳐 안전한 것처럼 과장해 홍보를 하고 있다. 실제 이 세 과정 중 품목허가만 받았다고 말해 주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신의료기술·기기평가 필수
염증·출혈 등 부작용도

현재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는 강제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신의료기술 등의 요양급여 결정신청’의 필수 전 단계로서 결정신청을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유효성 인정을 받아야 한다.

또 요양급여목록에 등재되지 않은 의료기술을 시술하고 비용을 받는 경우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요양기관 업무정지 및 과징금처분을 받게 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 제5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23조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은 신의료기술은 광고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 성형외과들에서는 대부분 질 성형 수술을 인터넷 등에서 대놓고 홍보하고 있다.

질 성형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리콘에 대한 안전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서 질 성형을 하다보니 환자들에게 다양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그 보형물이 질 속 내강으로 돌출해 이물감을 주는 불편함은 차치하더라도 돌출된 부위의 질 벽이 상처처럼 벌어지거나 심한 경우 돌출 보형물 자극으로 충혈상태가 지속되는 육아종이 발생하는 등 질 속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은밀한 부위의 성형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신체구조상 성기가 몸 바깥에 있어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사후처리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질과 자궁이 신체 내부에 있어 남자보다 사후처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국내 분위기 상 실제 의료용 실리콘을 질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며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워낙 수술 부위가 은밀한 데다가 아직까지는 질 성형수술 사실을 사회에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의 아닌
레지던트가 수술한다

질 성형 수술을 비롯해 성형수술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보형물과 시술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한마디로 ‘의사라고 해서 다 똑같은 의사’가 아닌 것이다.

사실 여성의 질 관련 질환 수술은 산부인과 의사가 담당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제보자에 따르면 질 성형 수술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을 살펴보면 산부인과 출신 의사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당연히 수술 도중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도 미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제보자를 통해 들은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 중에는 전문의보다 레지던트과정의 의사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돈벌이에 급급한 성형외과와 일부 몰염치한 자격미달 의사들을 믿고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맡기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성형수술은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의료와 관광을 하나로 묶은 의료관광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성형수술을 받으러 국내로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의료시술은 국민의 건강은 물론 국가 이미지에 치명적인 악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하다. 비정상적인 의료행태는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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