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통일시대 위한 통일마인드 확산에 적극 노력”
러 상원의장 북한 방문 추진…남-북-러 경협 청신호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청와대가 부분 개각 및 청와대 개편 이후 추가 인사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인사가 남북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추진될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 주변에 무성하다. 청와대의 추가 인사 개편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인선과 관련된 파장을 고려해 여러 차례에 나눠 소폭 추진하고 비서실장 교체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할 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이후 총리 인준 결과에 따른 후속 대응과 향후 개편 등을 놓고도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개각(내각 개편)과 청와대 후속 개편인사를 총리 인준 이후로 미루는 등 총리 인준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5, 6월 안대희(전 대법관)·문창극(전 중앙일보 주필) 총리 후보 연속 낙마 사태 이후 3번째 같은 사건을 막기 위해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도 총리 인준에 사활을 걸고 야권의 공격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데 주력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된 발언을 해 정치권 전반에 의문이 일고 있다. 내부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 북한 문제 언급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 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안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 대통령의 북한 문제 발언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북한문제를 놓고 중요한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국내 정치문제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당초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처리되는 대로 서둘러 지난 13일 개각 및 청와대 후속 개편인사를 단행하려던 청와대의 구상도 수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여러 분석이 분분하다.
청와대의 꼬인 스텝
청와대 주변에서는 인준안 처리가 늦어지면 개각과 청와대 후속 개편인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소식통은 “청와대는 이 총리의 인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대로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 등 인적쇄신 작업을 속전속결로 마무리짓겠다는 복안이었다”며 “총리가 인준되면 (총리의)제청을 받아 개각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았는데 이는 청와대가 시기적으로 서두르는 사안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단 국회 본회의에서 이 총리의 임명 동의안 통과 후 서둘러 비서실장 교체 등 후속개편과 소폭개각을 추진하고 있다. 발표 시점은 이 총리의 인준안 처리 당일 또는 다음 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핵심부에 대한 개편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소식통들은 청와대 인선이 러시아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을 중심에 두고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박 대통령의 의미심장한 행보가 꼽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통일이 우리 민족은 물론 주변국과 세계에도 대박이 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세우고 공감대를 적극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위원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세계의 공공 및 민간자본이 한반도에 투자하고 그것이 세계경제 도약의 종잣돈이 될 수 있는 상생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또 “통일 이후 북한의 SOC 건설과 자원개발 계획들을 세심하게 세워나간다면 때가 될 때 국내외 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통일한국의 청사진도 그려지게 될 것이고,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도 해소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박차
아울러 박 대통령은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남북주민들 간 생활방식이나 인식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격차는 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 좁히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남북 간 민간교류 활성화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진정한 통일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통일 이후를 내다보는 통일마인드 확산에 적극 노력해달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그동안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여러 차례 촉구했고 조건없는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해보자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만 나열하며 호응해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국내 정치상황으로 북한에 대한 제스처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민감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박 대통령이 남북한 경제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고립에서 벗어나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몽골의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전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는 핵이 아닌 두둑한 지갑에서 나온다. 북한은 주민을 배불리 먹이고 싶다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북한은 경험에서 나온 이 고언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몽골과 베트남, 미얀마 등은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이후에 발전과 성장의 길을 걷고 있고 얼마 전 쿠바는 미국과 국교를 재개했다”며 “북한은 이런 변화의 물결을 외면 말고 직시해 하루 속히 개혁과 대화의 길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북한의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어 박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적지 않다. 더구나 최근 북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북·러 의회 간 교류 차원에서 올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란 설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지난 13일 예브게니 부쉬민 러시아 연방평의회 부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 의원들이 북한 최고인민회의와 상호협력 관계를 공고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최태복 의장 러 방문說
이 방송은 “이를 위해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연방 상원의장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방문 날짜와 기간은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연방평의회 부의장은 올해 안에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부쉬민 부의장은 이 방송에 “러시아와 북한 의회 간 상호협력과 교류는 양국의 점진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며 “상호협력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 실질적인 이익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시아 안보·평화를 유지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주러 북한대사는 “우리는 올해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상호 우정의 해로 지정했다”며 “북한과 러시아는 앞으로 정치, 경제, 군사 등 여러 분야에 있어 새로운 수준에서 상호 발전하는 해가 될 것”이라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최고위급 정치대화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밝혔다.
미국의 소리 방송도 북한의 행보를 심도 깊게 다뤘다. 이 방송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2일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과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가 북-러 관계에 뜻 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체고라 대사는 “올해가 ‘북-러 우정의 해’로 지정돼 다양한 기념행사가 계획돼 있다”며 “두 나라가 최고위급과 고위급 정치대화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있고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최룡해 당 비서가 지난해 11월 김정은 제1비서 특사 자격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마체고라 대사는 “양국 협력관계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으며, 러시아 자본과 상품이 북한 광물자원에 투입되는 형식의 교역과 투자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특히 러시아가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역시 희망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남북한을 잇는 전기, 천연가스 공급 사업과 러시아 기업의 개성공단 참여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비슷한 시기 경협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어서 남한의 입장 표명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청와대의 향후 개편과 개각이 정상회담을 위한 인적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비서실장이 가장 핵심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론과 집권 3년차 정치지형 등을 고려해 청와대 후속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비서실장 인선의 카드를 던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후임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복수의 인사를 놓고 마지막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주목되는 인사가 권 전 대사다. 그가 외교부 정기공관장 인사와 함께 귀국할 예정이기에 그의 향후 역할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그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사인 데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 때문에 또다시 ‘측근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권 대사 본인은 내년 4월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 4선에 도전할 뜻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져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