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끝나니 부동산 전쟁 시작
설 끝나니 부동산 전쟁 시작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5-02-23 10:01
  • 승인 2015.02.23 10:01
  • 호수 1086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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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전세대란…세입자들 발동동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설날 연휴가 끝나고 부동산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봄을 맞아 본격적인 이사철이 돌아왔고, 청약제도의 개편 영향으로 1순위 자격 요건 역시 완화된 탓이다. 더욱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을 앞두고 있어 청약에 나서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도 설날 이후를 대목으로 보고 3월과 4월의 물량을 앞당겨 공급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세 대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높다. [일요서울]이 부동산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청약 조건 완화 등 시장 상황 좋아
건설사들 “분위기 탈 때 바짝 팔자”
서울·수도권 할 것 없는 하우스푸어
전셋집 구하기는 갈수록 사상 최악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열린 분양 시장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 이후가 주목된다. 지난 1월 청약을 마감한 호반건설 동탄2신도시 호반베르디움 3차는 1695가구 2852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평균 1.69대 1의 경쟁률로 호성적을 거둔 것이다. 
 
같은달 현대엔지니어링이 분양한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는 평균 27.6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해 봄철 분양의 기대감을 높였다.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인터넷 청약 접수결과 총 172실 모집에 7만2639건이 몰려 평균 42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오는 27일부터 주택청약제도 개정안이 적용, 청약통장에 가입한 지 1년만 지나면 수도권에서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자도 국민주택에 청약할 수 있게 되는 덕에 이러한 분양 훈풍은 힘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청약제도 개편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연휴가 끝나고 돌아오는 27일부터 시행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당초 주택청약제도 전면 개편안은 오는 3월 이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많은 건설사들이 2월말부터 본격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법 개정 일정을 앞당겼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도권에서 청약통장 가입 후 1순위 자격이 주어지는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기존에는 1순위 자격 요건이 가입 후 2년 이상, 월 납입금 24회 이상이었지만, 오는 27일부터는 1년 이상(월 납입금 12회)으로 완화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역시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 자격 요건이 완화돼 신규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주택보유자에 대한 청약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기존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청약할 때 주택 수에 따라 감점하는 제도는 폐지된다.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주택 기준도 기존 전용면적 60㎡ 이하·공시가격 7000만 원 이하였지만 전용 60㎡ 이하·공시가격 1억3000만 원(수도권 기준)으로 상향된다. 
 
또 무주택 세대주만 가능했던 국민주택 청약도 1가구 1주택이면 무주택 세대원도 청약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는 506만 명에 이른다. 자격 요건 완화가 되면 일순간에 1순위 가입자는 733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청약 1순위 737만 명
 
특히 설날 연휴 이후 수도권에서는 가히 분양대전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데다가 3월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 자격 요건이 완화되면서 시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도 시장이 분위기를 탔을 때 분양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알짜 단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는 설날 이후 3월 말까지 일반분양 물량이 45곳, 3만6819가구(국민임대, 장기전세 제외)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수도권 일반분양은 26곳, 2만3625가구다. 이 중 경기도에서는 20곳 1만841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분양물량이 공급된다. 서울은 4곳 2982가구, 인천은 2곳 2227가구다. 지방에서는 19곳에서 1만3194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 2블록에 힐스테이트 기흥을 3월 중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49층, 5개동, 전용면적 72·84·95㎡, 총 976가구 규모다. 분당선과 용인경전철 환승역인 기흥역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비슷한 시기 반도건설은 경기 김포한강신도시 마산동 Ab17BL에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3차를 공급한다. 지하 1층~지상 12층, 11개동, 전용면적 58~84㎡, 총 662가구로 구성된다. 김포도시철도 마산역(가칭)의 초역세권 단지이며 도시철도 외에도 단지 앞 도로를 이용해 올림픽대로 차량 5분, 서울외곽고속도로 김포IC를 차량으로 10분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빠지지 않는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광주시 태전동 87 일원 태전4지구에 광주 태전 아이파크를 내놓는다. 지하 2층~지상 25층, 7개동, 전용면적 59~84㎡, 총 640가구 규모다. 45번 국도를 이용하면 분당까지 20분 내 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차로 5분 거리에는 오는 2016년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광주역이 개통된다. 
 
GS건설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로 승부한다. 지하 1층~지상 4층, 35개동, 전용면적 76·84㎡, 총 646가구 규모다. 단지 서쪽으로 제2외곽순환도로 남청라IC가 2017년 개통된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성남에 위치한 위례신도시에서 우남역 푸르지오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지하 2~지상 20층, 13개동 630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전용 83㎡의 단일형으로 공급된다. 위례선과 연결되는 지하철 8호선 우남역(2017년 개통 예정)과 위례중심상업지구인 트랜짓몰이 인접해 있다.
 
지방도 분양몰이는 이어진다. 반도건설이 대구 동구 신천3동 일대에 ‘신천 반도유보라’의 분양을 3월 시작한다. 지하 3층~지상 22층 11개동, 전용면적 39~84㎡, 600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대구지하철1호선 신천역과 동대구역과 동대구 기차역이 가까이 있어 편리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수도권에 이어서 전라북도 군산시 미장지구 A1-1BL에 ‘군산 미장2차 아이파크’를 3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25층 7개동, 전용면적 74~101㎡, 540가구 규모다. 
 
이처럼 실제 올해 건설사들은 공급물량을 대폭 늘리는 추세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대우건설이 올해 단일회사 연간 공급물량 역대 최대치인 3만1580가구를 공급한다. 지난해 1만8490가구를 공급, 주택 공급실적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6년 연속 1위를 이어가겠다는 목표가 보인다. 
 
현대건설은 지난해(9215가구)보다 82.8% 늘어난 1만6843가구,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만3394가구에서 37.2% 늘어난 1만8375가구를 각각 공급목표로 세웠다. 대림산업(2만2316가구), 롯데건설(1만1590가구), 현대산업개발(1만5673가구) 등도 지난해보다 대폭 상향했다. 
 
도약을 노리는 중견사도 바통을 잇는다. 지난해 3694가구를 공급한 한양의 경우 올해 주택 1만1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분양시장의 한 관계자는 “올해 부동산 정책과 전세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리면서 분양 성적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내년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 승부를 보려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금리로 월세 선호
 
다만 전세로 눈을 돌리면 세입자들 입장에선 여전히 한숨만 나온다. 오죽했으면 분양 훈풍은 전세난이 만들어 줬다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일 지경이다. 연휴가 끝나더라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나 빌라·오피스텔 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전세 대란이다.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면서 겨울 비수기로 분류되는 지난달 오피스텔 전셋값이 사상 최고조에 올랐다. 
 
저금리 정책이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으로 퍼져 오피스텔 전세는 거의 씨가 말랐는데, 전세를 고집하는 이들은 여전해 수급 불균형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또 서초나 강남구 등 재건축 이주 단지가 밀집된 곳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시세가 과도하게 형성되는 모양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580건으로 통계가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정부의 9·1 부동산대책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1% 넘게 오르며 1월 상승률로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1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3억4047만 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6109만 원이 올랐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전셋값 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강남구 전용면적 60㎡ 기준 아파트 전셋값의 평균액은 3억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실물 거래가로 따져봐도 강남 재건축의 풍향계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84㎡ 평균 전셋값이 4억5000만 원,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이 1000만~3500만 원, 문정래미안은 2000만~2500만 원 수준이 상승했다. 
 
강동구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3억5000만 원 수준이었던 강일동 리버파크4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은 최근 7000만 원이 뛴 4억10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될 만큼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강서구(0.29%↑), 서대문구(0.27%↑), 중랑구(0.24%↑)에서도 전세 대란을 암시하는 양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전셋값이 폭등할 여지가 또 있다. 
 
한두 달 내 이주에 돌입할 사업장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주를 시작한 강동구 고덕주공4단지(410가구)를 비롯해 삼호가든4차(414가구)가 이주를 시작한 데 이어 이달 강동구 삼익1차(1560가구)와 서초구 반포한양(372가구)이 이주에 돌입할 예정이다. 
 
3월 중으로는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2771가구)의 이주 일정이 잡혀 있으며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초구 신반포5차(555가구) ▲서초구 서초한양(456가구)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 ▲강남구 상아3차(230가구) 등도 곧 이주에 나설 전망이다.
 
강남 이외 지역인 ▲동작구 사당1구역(606가구) ▲강동구 삼익그린맨션(315가구) ▲중랑구 면목3구역 ▲은평구 응암3구역 등도 최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상황으로 이주 수요를 더할 전망이다.
 
결국 이들의 움직임으로 전세난이 지속될 확률은 갈수록 높아진다. 수도권도 이 영향권인데 경기도 광주 지역 평균 전셋값(전용면적 59㎡)을 예로 들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1억 원을 밑돌았으나 올해 1월 1억1000만 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가계대출 심화
 
서울 전역과 경기 수도권의 전셋값은 아파트 매매 물결이 일어나면서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이미 보이고 있다. 당연히 대출·부채까지 급증하는 등 하우스 푸어(house poorㆍ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대출이자 등 빚에 짓눌려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 양산도 한창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총 주택 담보대출 규모는 시중은행 27조 원 및 비 은행권 8000억 원을 포함, 28조 원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8월 초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후 5개월 만에 약 27조 원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총 주택 담보대출 금액은 407조 원 정도다. 지난해 가계 대출은 37조2000억 원 정도로 늘어난 가계 대출 중 상당 부분이 주택 담보대출이라는 풀이가 된다. 비록 금융 당국이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높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자는 “나 역시 부동산 중개업을 십수년째 하고 있지만, 요즘 전세 대란은 무서울 정도”라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문의하는 세입자들에게 설명을 하면서도 착찹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설날 연휴를 기분 좋게 지낸 뒤 분양을 준비하고 이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맞이할 대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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