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스타벅스·커피빈 농산물 판매 논란
[소비자고발] 스타벅스·커피빈 농산물 판매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2-23 09:44
  • 승인 2015.02.23 09:44
  • 호수 1086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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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고감·삶은 달걀까지…황당한 마케팅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스타벅스가 ‘옥수수·고구마·감자(이하 옥고감)’ 판매를 시작한 후 커피전문점 업계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커피빈에서도 스타벅스 옥고감의 대항마로 ‘삶은 달걀’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두 메뉴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가성비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커피전문점에서 간식을 파는 일은 놀랍지 않지만, 다소 황당한 메뉴와 과대포장이 쟁점이 됐다. 반면 자릿세 등을 이유로 비싸지 않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소비자들도 있다. 커피전문점의 농산물 판매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일요서울]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가격 책정 놓고 “비싸다” vs “아니다” 시비
무리한 경쟁사 따라하기…메뉴개발 경쟁붙나

커피 전문점에서 간식을 파는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케이크와 쿠키 등 한끼용 먹거리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산물을 최소한의 조리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다.

스타벅스의 옥고감은 한 팩에 옥수수 반조각과 감자, 고구마 한 조각을 담은 메뉴다. 해당 상품은 강원도와 해남 등 국내 산지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다.

또 총 730개 매장 중 600개 매장에서만 옥고감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메뉴 주문 시 판매여부 확인을 해야 한다. 주문하기 전 옥고감은 진열대에서 포장된 상태로만 볼 수 있다.

문제는 270g에 3800원으로 책정된 가격이다. 구성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대형마트 판매 기준 옥수수는 1개에 1200원 꼴, 고구마와 감자는 100g당 각각 400원가량에 판매된다. 소매가로 따졌을 때도 약 1500원이면 만들 수 있는 메뉴이므로 원가를 고려하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은 커피빈에서 삶은 달걀 메뉴를 선보이며 더욱 불붙기 시작했다. 커피빈의 삶은 달걀은 1개당 900원으로 종이상자에 개별포장돼 있고, 커피빈 마크가 찍힌 띠가 둘러 있다.

커피빈은 제품 옆 광고판에 ‘갓 삶은 맛있는 달걀’이라고 적고, 매장에서 달걀이 삶긴 시간을 기재하고 있다.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한 영양가득 웰빙 간식’이라는 문구도 덧붙어 있다.

하지만 커피빈도 제품 판매와 동시에 과대포장, 비싼 가격을 지적받기 시작했다. 삶은 달걀에 커피빈 로고 하나가 붙었을 뿐인데 900원씩 받는다는 지적이다. 이 계란을 한 판으로 구매하면 2만7000원을 줘야 한다. 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논란으로 이어졌다.

또 스타벅스의 건강 간식 콘셉트를 무리하게 따라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도시’를 상징하는 커피전문점에서 ‘농촌’을 떠올리게 하는 메뉴를 판매한다는 것에서 소비자들은 생소함을 넘어 황당함을 드러냈다.

소비자 A씨는 “처음 친구에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장난치는 건줄 알았다”며 “솔직히 밖에서 저 메뉴, 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면 굳이 사먹지 않을 것 같은데 스타벅스, 커피빈 이름 때문에 먹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스타벅스나 커피빈은 정말 커피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해당 브랜드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나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찾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 같다”면서 “계피는 싫고, 시나몬은 좋은 이런 소비자들을 노린 메뉴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이제는 하다하다 구황작물까지 파는 것이냐”며 “편의점이나 찜질방에서 2개 1000원에 살 수 있는 삶은 달걀을 커피 마시러 들어가서 까먹을 걸 생각하니 좀 웃긴다. 이러다 파전, 빈대떡도 팔겠다”고 말했다.

긍정적 반응도 있어

반면 자릿세를 이유로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카페가 이미 누군가의 도서관 혹은 작업 공간이 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머무르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소비자 C씨는 “최근 자리를 맡아둔 뒤 밖에서 밥을 먹고 다시 카페로 돌아오는 무개념 고객들의 얘기가 있을 만큼 소비자들이 카페를 방문했을 때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며 “카페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무료 인터넷도 제공되는 등 부가적으로 받는 서비스를 생각하면 적절한 가격이다. 또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메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판매 메뉴인 케이크, 베이커리 메뉴 등과 비교해보면 비싸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스콘 등은 5000원 안팎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 메뉴의 원가는 판매가의 약 50%인 것으로 알려진다.

뿐만 아니라 커피전문점에서 판매중인 상품의 가격 중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도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판매상품 가격 중에서 임대료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이 때문에 원가에 따른 가격 책정 시비를 가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옥고감에 제공되는 농산물은 ‘미듬영농조합법인’을 통해 국내 농가에서 계약 지배된 것으로 시세보다 20~30% 높은 가격에 구매되고 있다”며 “국내 농가를 살리자는 취지로 만든 메뉴다”고 밝혔다. 또 “수익금 중 일부를 통해  농산물 사랑’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커피빈 측 역시 “단가가 높은 ‘목초란’을 사용하고 있다”며 “소금은 천일염을 제공하고 있으며, 상자는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장에 대한 비용이 청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업계는 이 같은 스타벅스와 커피빈의 행보를 생존경쟁에 따른 결과물로 보고 있다.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옥고감, 삶은 달걀처럼 이색 메뉴 출시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커피 가격을 잇따라 올렸던 만큼 가격을 더 올리기에는 소비자들의 눈치가 보이고,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색 메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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