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 기업실적
뚜껑 열린 기업실적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5-02-23 09:40
  • 승인 2015.02.23 09:40
  • 호수 1086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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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라이벌 나란히 발표 눈길…울고 웃는 회장님 누구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재계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실적개선으로 자존심을 회복한 이들과 기대에 미치지 못 하거나 실적이 악화된 이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자, 철강, 항공업계 등 라이벌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발표는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적에 따라 주가에서도 온도차가 났다. 또 비슷한 실적을 냈더라도 주가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들도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각 기업들의 실적발표와 그에 따른 증권가의 움직임을 살펴봤다.

재계 희비교차 따라 증권가 어떤 영향 받았나
부문별 약점 드러낸 전자업계…주가는 정반대

현대제철 사상 최대 영업이익…포스코는 아직
쑥대밭 된 대한항공…미소짓는 아시아나 여유

전자업계의 라이벌 삼성전자(부회장 이재용)와 LG전자(부회장 구본준)는 부문별로 약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약점을 드러냈는데 이는 곧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1년 15조6500억 원이었던 연간 영업이익을 2012년에 29조 원으로까지 성장시킨 바 있다. 2013년에는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돌파하는 등 36조7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은 25조250억 원에 그쳤다. 약 31%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영업이익 감소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컸다. 20조 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매출은 2013년 228조 원에서 2014년 206조 원으로 하락했다. 2013년 정점을 찍으며 급격하게 커진 삼성전자의 이익규모가 늘어난 속도만큼 다시 감소한 셈이다.

IM(IT모바일)부문 매출도 138조 원에서 111조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도 마찬가지다. 24조 원 후반대를 기록했던 IM부문 영업이익은 14조 원 중반대까지 하락했다. 전체 영업이익 감소분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전 분기에 비해 다소 회복돼 바닥을 통과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스마트폰 변수 존재를 이유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가 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감소로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그룹 상장사 18개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3%에서80.9%로 줄어들었다.

또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스마트폰을 투자한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이나텔레콤, 바티에어텔 등 중국, 인도 최대 통신사들의 4G 구축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또 업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해외 시장에서 10여건 이상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2월 이후 이렇다 할 신규 계약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6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혀 재비상을 노리고 있다.

긴장 놓지 않는 LG전자

반면 LG전자는 5년 만에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8286억 원을 기록하며 2013년 대비 46% 증가했다. 매출액은 59조408억 원으로 2013년도보다 4%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46.4% 늘었다.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스마트폰 사업이 됐다. G3출시 등에 힘입어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대비 24% 늘어난 591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스마트폰 사업에 본격 뛰어든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에 힘입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16% 증가한 15조574억 원, 영업이익은 3119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마지막 4분기에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단말기유통법 등 국내 시장 수요 침체와 경쟁 심화로 인한 판가 하락 등의 영향 때문이다. 마음 놓고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는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40.8% 줄었다.

특히 TV 분야는 더욱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지난해 4분기 TV부문 영업이익이 17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이다. 3분기 1342억 원, 전년동기대비 1530억 원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TV부문에서 약점이 드러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 본부와 에어컨 사업 등을 총괄하는 AE사업 본부의 지난해 매출이 각각 2% 하락했다. 시장경쟁과 환율 등의 영향, 국내 시장 침체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는 실적 상승이 예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LG전자는 각 부서별로 긴축경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같은 희비교차가 주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LG전자가 만족스러운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가 상승추세가 여전히 유효한 분위기다.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역시 대거 상향조정되고 있다.

불황 속에도
양호한 철강업계

철강업계 양대산맥인 포스코(회장 권오준)와 현대제철(부회장 우유철)은 같은 날 실적을 발표했다. 양사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대제철이 좀 더 큰 미소를 짓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액 16조329억 원, 영업이익 1조4400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25.1%, 100.9% 증가한 수치이며 현대제철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자동차 업황 호조, 하이스코의 자동차강판 냉연부문 인수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가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고로 3기’의 완공 및 정상 가동으로 생산량과 매출이 대폭 뛴 것도 실적에 반영됐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사상 최대규모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제철 매출은 4조815억 원, 영업이익은 4822억 원이다. 전 분기 대비 각각 6.3%, 31.9% 증가한 실적이다.

포스코 역시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액은 29조2188억 원, 영업이익은 2조2151억 원을 기록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6.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8.0% 증가했지만 현대제철은 9%를 기록하며 소폭 앞섰다. 비교적 선방한 실적이지만 현대제철에는 밀렸다는 관측 나온 이유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7조1451억 원, 영업이익 6319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고, 권오준 회장의 지속적인 솔루션 마케팅 효과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포스코가 지난해 몸집을 줄여 실적개선 효과를 본 만큼 현대제철에 밀린듯 한 상황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제철의 경우 몸집을 불려 영업이익률을 높였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상의 비교만으로 실적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양사의 선전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흑자전환에도
온도차 났다

항공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업계 라이벌 대한항공(회장 조양호)과 아시아나항공(회장 박삼구)은 실적 이외의 요인으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1조99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매출 11조8486억 원보다 0.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3950억 원의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95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2조9815억 원보다 1.0%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비용절감 등의 효과로 전년 동기 178억 원보다 758.0% 증가한 1529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 당기순손실은 2719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흑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98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매출액은 5조8362억 원,당기순이익은 627억 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27억 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93억 원과 1773억 원이 늘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4869억 원으로 5.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5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 모두 유가 하락에 따른 유류비 절감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흑자전환 성공으로 웃음꽃이 피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은 울상을 짓고 있다. 사실 양사는 자산규모, 매출 등에서 동일선상에 견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즉 아시아나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대한항공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 일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실적 이외의 상황에서 두 항공사의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여러 호재가 겹쳐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결의하면서 5년 만에 경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도 지난 연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여기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2013년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항공기 착륙사고로 국토부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여전히 고민거리지만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 됐다.

주가 역시 상승세다. 아시아나항공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 7000원을 돌파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그야말로 쑥대밭인 상황이다. 땅콩회항 파문 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징역1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량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가운데 선고 하루만의 항소, 공탁금 지불 등으로 여전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조현민 전무의 반성문 논란, 복수 문자메시지 등으로 이어진 사건도 대한항공의 악재로 한몫했다는 평가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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