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치팀] 김종필(89) 전 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86) 여사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22일 여야 조문객의 발길이 온종일 이어졌다.
새누리당에선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새정치연합에선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정대철 고문, 양승조 사무총장, 유인태 의원 등이 조문했다. 정부에선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병기 국정원장 등이 찾았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 조화를 들고 온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김 실장이 퇴임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가끔 찾아뵙고 외롭지 않게 해달라"며 "그 자리가 외로운 자리여, 그게"라고 했다.
그러면서 "뭐 (박 대통령이) 어떤 인격입니까"라고 묻자, 김 실장은 "제가 감히…"라며 "나라 생각밖에 없으신 분"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어머니(육영수 여사)의 좋은 것만 반반 닮아서 결단력과 판단력도 있다"고 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에게도 "외롭고 힘든 박근혜 대통령을 잘 도와드리라"고 했고, 김 대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적 내각제 개헌론자인 그는 문재인 대표를 만나서는 "내각책임제 잘하면 17년도…(권력을 맡을 수 있다), 그러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며 "대통령 단임제, 대통령 책임제 해서는 큰일을 못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실업(實業)은 열매를 따먹는데 정치는 잘못하면 국민에게 비난받고 열매를 못 따먹기 때문에 정치인 본인으로서는 허업(虛業)"이라며 "맡은 일을 잘하라"고 했다. 이에 문 대표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만나서는 "내가 내각제 주장하다가 망한 사람이지만, (대통령) 5년 동안 뭘 하겠느냐. 시간이 모자란다"며 "대처 전 총리는 영국에서 데모하고 파업하는 것을 12년 (재임)하고 고쳤다"고 했다.
한 배석자가 "이완구 총리는 잘하실 것 같은가"라고 묻자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비판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소리 일절 입에 담지 말라고 했다"며 "할 말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하고, 밖에 나와서 그런 얘기 했다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병기 국정원장에게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피흘리고 싸우는 것을 극렬히 피하면서 평화적으로 통일하려고 인내를 가지고, 현명하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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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