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삼성 vs 신세계 “3.3㎡당 1억 넘어도 괜찮아”
롯데 vs 삼성 vs 신세계 “3.3㎡당 1억 넘어도 괜찮아”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5-02-17 10:47
  • 승인 2015.02.17 10:47
  • 호수 1086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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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의 인천공항 면세점 전쟁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대기업들의 면세점 전쟁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기존 면세 사업자들은 한번 들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애지중지하고 있다. 또 신규 타이틀을 노리는 후보군들은 오랜만에 허용된 사업자 획득에 기업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11일 결과가 나온 인천공항에 이어 제주와 서울 시내 면세점에 이르기까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기존 유통채널 대비 고성장 여전황금알 유효
공항면세 적자인데 왜 인천에 목숨 거나답은 상징성

영업면적 대비 투자금은 신라 웃어알짜 가져와
연달아 3월 제주, 6월 서울 입찰 예정승자는 누구

면세점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을 면제해 판매하는 상점이다. 주로 비행기와 배가 출입하는 공항 및 항만을 비롯해 각 도시의 번화가에 위치한다. 또한 내국인을 대상으로 특별 설치된 면세점의 경우 허가된 지정 도시에 한해 자국민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서는 면세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다소 친근해진 것이 사실이다. 일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해외로 출국하는 빈도가 높아진 탓이다. 올해 들어서는 내국인의 구매한도가 상향되고 구매연령 제한까지 폐지됐다.

여기에 요우커로 대표되는 중국 관광객 등 방한 외국인 이 급증하면서 국내 면세점 사업은 그야말로 활황을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쇼핑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인근 국가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면세점은 타 유통채널과 달리 고속성장 하는 중이다.

이미 국내 면세점 시장은 올해 8조 원의 벽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201045000억 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75000억 원으로 4년간 6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시내 면세점 매출은 공항 면세점 대비 2배 이상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이 갖는 상징성을 제외하면 투자 대비 효율로 볼 때 공항보다는 시내 면세점이 훨씬 나은 셈이다.

특히 전통적인 인기품목인 주류와 담배는 여기에 붙는 각종 세금이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서게 된다. 또한 화장품의 경우 일반 유통채널인 백화점 및 대형마트, 소매점보다 특별 유통채널인 면세점이 오히려 더 부각될 정도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몸집 불린 롯데
임대료 감당할까

때문에 대기업들의 면세점 사업권 유지 및 획득을 둘러싼 전쟁은 어찌보면 당연하기까지 하다. 이는 전통적인 유통채널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떠오르는 황금알 사업을 좇는 기업의 생리이기도 하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핏줄마저도 냉철하게 라이벌로 돌리는 분위기 역시 감지된다. 기존 빅2 사업자인 호텔신라와 새내기 신세계, 잇달아 출사표를 던진 현대산업개발과 현대백화점이 그 예다.

실제로 기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그리고 신규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은 모두 인천공항 입점에 성공했다. 애초 신세계가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해 면세 사업에 발을 담글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롯데는 대기업에 배정된 전체 8개 권역 중 4개 권역을 낙찰받았다. 또 신라는 3개 권역, 신세계는 1개 권역을 따냈다. 롯데의 면적이 가장 커졌고 신라는 다소 줄었으며 신세계는 새로 둥지를 튼 형세다.

세부적으로 보면 롯데의 구역은 알짜인 화장품·향수, 주류·담배를 포함해 패션은 물론 전 품목을 다룰 수 있는 탑승동권까지 넓고 다양하다. 신라의 경우 탑승동에서 빠지고 루이비통을 잃은 대신 기존 화장품·패션을 포함해 수익성이 높은 주류·담배를 함께 얻게 됐다. 신세계는 주류·담배에는 근접하지 못했으나 자리를 얻었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자릿세는 골칫덩이다. 공항 면세점이 시내보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인 높은 임대료는 더욱 고공행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써낸 금액은 5년간 36000억 원으로 연 7200억 원이 임차료로 날아간다. 또 신라는 5년간 13200억 원으로 연 2600억 원, 신세계는 5년간 3800억 원으로 연 760억 원이다.

영업면적 대비 투자금으로 볼 때는 신라가 웃는 형상이다. 롯데는 기존보다 1.5배 늘어난 구역에 자릿세를 2.5배나 지불한다. 신라는 절반으로 줄어든 구역에 알짜 품목을 쟁취하고 자릿세는 임차료 인상으로 10%가량 늘었다. 신세계는 작고 새로운 구역에 알짜 품목이 빠진 대신 가장 싼 자릿세를 내게 됐다.

새내기 신세계
패션으로 승부

이에 증권가에서도 일제히 이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대부분 호텔신라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고 신세계의 약진에 대한 코멘트도 일부 있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영업면적 감소는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탑승동이 제외됐기 때문인데 탑승동 매출 비중은 25%에 불과했다실질적인 매출감소는 여객터미널 게이트 중앙부에 있는 루이비통 매장이 롯데로 넘어가기 때문인데 이 매장은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던 곳이라고 짚었다.

또 성진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탑승동은 비행기를 타기 직전이라 쇼핑 시간이 부족한 유동인구가 대부분인 반면 주류와 담배 판매 구역의 평당 매출은 탑승동에 비해 6배 이상 높아 알짜배기라며 루이비통이 입점한 구역 매출도 2년 전에 비해 40% 줄어든 600억 원대로 과거보다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지목했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호텔신라의 경우 면적 감소로 매출은 14% 정도 줄겠지만 임차료 역시 감소할 전망이라며 인기품목인 담배와 주류 매출이 잘 나와줄 경우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김민정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보다는 질적인 개선을 이룬 호텔신라 영업면적은 기존 대비 작아졌지만 유리한 위치 확보와 기존에 얻지 못했던 주류와 담배 사업권을 확보했다면서 또 영업면적 축소로 임차료 상승 부담도 완화되고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세계에 대해서는 인천공항 대기업 사업자로 처음 선정된 신세계는 화장품·향수, 주류·담배보다 매출 규모가 작은 패션·잡화 사업권을 확보해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 연구원은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김해공항 면세점에 이어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규모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이마트 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 건물에 입점해 직접적인 실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홍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신세계의 인천공항 진출은 곧 있을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며 대형마트 부문의 성장동력이 약해진 이마트가 면세점 사업을 통해 성장을 이어가려는 것은 중장기적인 호재로 봐야 한다고 동의했다.

한편 롯데에 대해서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현 상황은 인천공항에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가 상징성에 치우쳐 신라보다 너무 큰 베팅을 했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실제 낙찰이 사업제안과 가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사실상 고가 순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기에 택한 롯데의 울며 겨자먹기라면서도 그러나 입찰금액 차이로 볼 때는 롯데가 신라의 예상금액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써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어부지리 맛본
인천공항공사

결과적으로 달콤한 어부지리를 맛본 것은 인천공항공사다. 인천공항공사가 오는 9월부터 5년 동안 거둬들이는 면세점 임대료 수익은 입찰이 끝난 것만 해도 총 5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중소기업 구역에 들어오는 참존의 자릿세와 나머지 3곳의 입찰이 끝나면 임대료 수익은 보다 늘어날 예정이다.

이 같은 금액은 임대료 하한선 상승과 기업 간 경쟁을 통해 현재보다 70%가량 상승한 것이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하한선을 3.313400만 원으로 현재보다 15% 올린 바 있다. 또 롯데와 신라 등 기존 사업자는 물론 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도 눈독을 들이면서 입찰금액도 덩달아 올라갔다.

사실 3.313400만 원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게다가 입찰을 거치면서 평균 낙찰가가 하한선의 두 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연간 임대료로만 1년에 1조 원을 벌어들이는 인천공항공사와 달리 상징성 하나에 적자를 감수하는 임차인들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도 있다. 향후 면세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인천공항이 한 해 4500만명이 이용하는 한국의 관문이라는 홍보효과 때문에 과열경쟁이 벌어졌다면서 임대료와 판매가는 서로 연계되지 않도록 가격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
박스] 이부진의 루이비통 사랑 어디로

입점구역 신라서 롯데로 변경만감 교차

루이비통이 입점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구역의 사업자가 오는 9월부터 달라지면서 향후 루이비통의 행보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변경된 해당 구역의 사업자는 얄궂게도 루이비통 입성을 반대했던 롯데다. 지난 11일 입찰 결과 신라면세점이 운영하던 D-5구역은 롯데면세점으로 사업자가 바뀌었다. 이에 여기에 속한 루이비통 역시 함께 운영권이 넘어가게 됐다.

앞서 루이비통이 2010년 전 세계 최초로 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던 당시 일등공신은 단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롯데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던 신라가 루이비통 유치로 단번에 경쟁력 있는 사업자로 발돋움한 것이다.

이에 롯데는 다음해 인천공항을 상대로 신라가 루이비통을 입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가처분 신청은 두 달 만에 취하됐지만 서울 삼성동 코엑스 롯데면세점에 있던 루이비통이 철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잠잠하던 롯데는 이번 입찰로 신라의 구역을 가져오게 됐고 다시금 루이비통과 조우하게 됐다. 이에 루이비통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오는 2021년까지 아직 감정이 남은 롯데와 한 배를 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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