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의 ‘4대강 사업’보다 졸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
MB정권의 ‘4대강 사업’보다 졸작인 ‘탄소배출권 거래제’
  • 서승만 편집위원
  • 입력 2015-02-17 10:31
  • 승인 2015.02.17 10:31
  • 호수 1085
  • 6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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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이 뛴다]

[일요서울 | 서승만 편집위원] 지난 6일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마침내 관련기업들의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한 해 2만500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530여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할당량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되 여유분과 초과분을 다른 업체와 사고팔게한 제도다.

MB정권은 탄소배출 거래에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가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개발도상국가로 분류되어 의무감축 대상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07년 말 ‘녹색성장 국가로서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점과 선진국과 개도국의 기후 협약 갈등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녹색성장이라는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결국 환경과 경제라는 두 가지 이슈를 접목해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녹색기술 개발’과 ‘녹색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았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2008~2012년까지 1990년 수준에서 5.2%감축하기로 목표를 설정했으며, 개발도상국은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러한 녹색정책에 산업계는 “똑같은 온실가스 감축량을 할당 받아도 철강이나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훨씬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었고 환경부와 환경단체들은 “탄소배출을 미리 적절히 줄여야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편입되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거래제 조기도입으로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맞서 왔다

기후변화협약의
불편한 진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지구가 더워지는 걸 막아보자는 범세계적 합의에서 탄생됐다. 이러한 기후변화협약은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의문이 제기됐고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 1, 2위 국가인 중국(28.6%), 미국(15.1%) 등이 온전히 시행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한국은 2011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7위 국가다.

한 대기업 임원은 “2011년 일본·러시아·캐나다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한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면서 국제 사회의 공조는 무너졌고 대다수의 국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시행을 유보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최대의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녹생성장을 ‘토건’으로 규정하며 또 다른 경제위기와 환경위기를 불러올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즉,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녹색성장이 성공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소비나 더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져 결국 지구를 환경재앙으로부터 구하는 것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까지 2005년 대비 4%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법안상정을 서둘러 18대 국회 마지막 2012년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제도시행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고 제도시행에 그동안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 온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최근 또다시 제도 시행시기가 연기되는 분위기도 보여왔다.

국내 산업계
‘집단반발’ 움직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올해 2월부터 시행하게 되면서 거래가 시작됐지만 산업계의 불만은 고조되고 집단반발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지나친 규제로 규정하고, 정부의 일방 통행식 제도시행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반대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량 감축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기업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우리보다 수십 배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제도를 우리가 앞장서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반대로 배출권거래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대적 요구를 거스를 수 없고, 산업계가 주장하는 배출권거래제로 나타날 손실액은 과장된 것이며 어차피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텐데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하루 빨리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두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 따르면 발전·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글로벌 경쟁력 하락에 직면해 있다. 아울러 전자·자동차·항공 등 전 업종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해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정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강행으로 나타날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배출권 할당량은 기업들의 신청량 20억2100만 톤 대비 4억2300만 톤(20.9%)이 부족, 결국 과징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경련 측은 이에 따라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1차 년도에만 12조7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석유화학업종의 온실가스 감축의무 15% 부과는 글로벌 기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국내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기초소재산업 특성상 자동차, 반도체, 건설 등 전방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턱없이 부족한 배출권 할당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석유화학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부과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좋으나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감축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합의 수준에 맞춘 적절한 정책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고 그 일이 정말 화급하다면,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강한 수준의 총량규제와 함께 배출권거래를 실시하는 강력한 비상대책이라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꾸준히 우리의 생태를 변화시키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좀 더 호흡이 긴 테크놀로지 중심의 정책 옵션들이 선택되어야만 한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solar21c@ilyoseoul.co.kr

서승만 편집위원 solar21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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