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경을 거친 건강한 여성이라면 매달 정해진 날, 혹은 일정한 주기로 생리를 한다.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은 배란을 유도한다.
배란된 난자가 수정되지 못하면 착상을 준비한 자궁내막은 탈락돼 출혈을 보인다. 이는 임신 가능한 몸 상태가 됐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한의학의 오랜 서적 소문·상고천진론(素問·上古天眞論)은 “14세면 천계가 이르고 임맥이 통하며 태충맥이 성하여 월경이 시작되고 이로써 자식을 가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요즈음은 임신출산을 굳이 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충실하려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생리는 여성의 건강도를 체크할 수 있는 “작지만 알찬 건강검진”이 될 수 있다. 절대 단순한 노폐물 배출처럼 혹은 귀찮기만 한 증상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생리는 특히 오장육부가 모두 제 기능을 잘 해줘야 정상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 간은 생리혈의 배출과 정서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위는 혈의 생성과 정상적인 운행을 담당한다. 심폐는 대뇌에 영향을 끼쳐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영향을 끼친다. 신은 생식력을 직접적으로 좌우한다. 물론 선천적으로나 수술·사고 등으로 인해 자궁난소의 기질적 이상이 있다면 정상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라면 각자의 생리반응을 통해 각 장부의 기능을 진단해볼 수 있다.
우선 타고난 간과 신장 기능이 약하거나 다산, 유산, 무절제한 성생활, 만성 질환 등으로 인해 간과 신장 기능이 약해졌다면 무월경이나 월경주기가 미뤄질 수 있다. 이럴 시엔 생리혈이 적거나 묽어지고 생리지속 기간도 짧아진다. 체질적으로 약하고 무릎과 허리 등이 시리고 약한 편이거나 다른 불편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타고난 비위기능까지 약하고 식생활습관과 노동량 등이 많은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이 유발하기도 한다. 더하여 안색이 희거나 노르스름하면서 피로감과 식욕부진, 모발의 윤기나 힘이 없고 심폐기능 역시 떨어진다.
스트레스가 과잉되고 감정적인 소모가 많게 되면 기혈이 뭉쳐 무월경이 되거나 혹은 생리가 당겨지면서 생리혈이 덩어리지고 진해지며 양이 적어진다. 생리통 역시 심하며 생리 전후 감정적으로 예민해진다. 유방창통이나 음부 국소 통증, 혈이 몰려 쏟아질 듯한 통증을 겪기도 한. 만일 워낙 음혈이 부족한 거나 오랜 질환이나 수술 등으로 혈이 소모된 상태에도 비슷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정상 생리 주기를 잃거나 허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홍조를 띈다. 만성 기침, 입마름, 손발이 뜨거워 답답해지는 증상 등을 동반한다.
비만하고 몸이 차면서 습한 경우라면 현대 여성들이 많이들 진단 받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월경량이 줄어들고 주기도 길어지며 무월경이 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점차 피로감이나 식욕부진, 부종, 가슴 답답함과 냉대하량이 많아지게 된다. 이 경우라면 체중 감량이 가장 쉽고 빠른 치료 및 관리법이다.
생리전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이라면 가볍게라도 겪고 있는 증상이다. 유방의 불편감, 부종감, 체중 증가, 두통, 정서적인 불안정 또는 우울증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때로는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를 보이며 정신병적인 상태와 유사한 감정폭발을 보이거나, 두통·복통·설사·신체통·오한 등의 신체증상이 배란기 전후와 생리기간 전반을 지배하기도 한다.
이 경우라면 해당 부위, 혹은 해당 장부의 기능의 불균형이 더 이상 쉽게 조절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이 때는 본인의 평소 생리 주기(정상 생리주기 28~35일)가 3차례 정도 반복될 때까지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생리 전후에 불편한 증상은 생리 전까지 내 몸의 이상이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증상을 잘 체크해 둔 뒤 다음 생리 전까지 다잡아 줘야 한다.
증상이 가볍다고 해도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몸의 경향성을 알고,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관리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생리전증후군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평소 몸을 아끼고 살펴 매달 오는 생리를 반갑게 맞이해 여성들이 보다 건강한 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미가람한의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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