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11세 친딸 살해한 50대…징역 23년 선고
'충격' 11세 친딸 살해한 50대…징역 23년 선고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5-02-17 10:13
  • 승인 2015.02.17 10:13
  • 호수 1085
  • 4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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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더러운 아내에게 딸을 보낼 수 없었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지난 11일 친딸을 목 졸라 살해한 50대 탈북남성 윤모(50)씨가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부인이 바람을 핀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부인과 의붓아들을 향해 잦은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자신의 딸에게만큼은 애틋했다. 하지만 윤 씨는 11세 난 딸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결국 자신의 어린 딸을 살해한 것이다. 경찰에서 그는 “딸을 죽이고 나도 총살 당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자신의 딸을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폭력 상담 담당형사와 외도 의심…계속된 폭력
매일 칼 갈고 보관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22일. 오후 2시30분께 동대문에서 옷을 구경하던 신모씨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들 이모(25)씨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이 군은 엄마에게 “동생이 죽었다. 아버지가 동생을 죽였다. 지금 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놀란 신 씨는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딸 A양은 깨어나지 못했다. 불과 4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이였다. 신 씨는 ‘A양을 집에 두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뒤늦게 후회했다. A양을 살해한 범인은 바로 A양의 친부이자 신 씨의 남편인 윤 씨였다.

탈북하다 큰 아들 잃고
애지중지 막내딸마저…

신 씨는 2000년대 초반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탈북했다. 그러나 힘든 탈북 과정으로 인해 큰 아들은 중국에 놓아둔 채 작은 아들 이모씨만 데리고 탈북에 성공했다. 그리고 바로 큰 아들을 데려오려 했으나 이미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상태였다. 큰 아들은 결국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슬픔을 겪고 있는 신 씨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바로 A양이었다.

신 씨는 2002년 지인의 소개로 같은 탈북 남성 윤 씨를 만나게 됐고 그 해 결혼했다. 그리고 2003년 사랑스런 막내딸 A양이 태어났다. 하지만 신 씨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착실한 줄 알았던 윤 씨가 매일 술을 마시고 신 씨를 폭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정 폭력으로 윤 씨를 경찰에 신고해도 다음날 윤 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에 신 씨는 자신을 담당하는 보안과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을 했다. 그러나 윤 씨는 이를 보고 신 씨가 담당형사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폭행은 심해졌다. 윤 씨는 의붓아들인 이 씨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신 씨는 2007년 쯤 법원에 윤 씨의 접근금지를 신청했다. 윤 씨는 신 씨에게 천만 원을 요구했고, 그 돈을 받고는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신 씨는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비는 윤 씨를 다시 받아줬다. A양의 친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윤 씨는 변한 것이 없었다. 집에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여전히 술을 마시면 신 씨와 이 씨를 폭행했다. 담당 형사와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도 계속했다. 뿐만 아니라 밤마다 술을 마신 뒤 칼을 갈기 시작했다. 윤 씨는 여러 흉기를 가지고 있었다.

칼을 갈며 “나에게 피해주는 놈들은 언젠가 다 죽일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소리를 들은 이 씨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는 동안 윤 씨가 들어와 가족을 살해할 것 같은 공포에 시달렸다. 뿐만 아니라 윤 씨는 자신의 방에 쇠파이프도 보관하고 있었다.

“피해주는 놈들 죽이겠다”
 방 안에 흉기·쇠파이프 

사건 발생 2일 전인 지난해 11월20일. 갑상선 수술을 받은 신 씨는 윤 씨에게 “나는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들다. 당신이 나가서 돈을 벌어라”고 요구했다. 또 “더 이상 술을 사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 씨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일을 하지 않던 윤 씨는 항상 신 씨에게 돈을 받아 술을 사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 당일까지 어떤 다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은 윤 씨는 폭행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사건 당일 신 씨는 이 씨와 함께 옷을 바꾸기 위해 오전 10시께 동대문으로 향했다. A양은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집에 남기로 했다. 집에는 윤 씨도 함께 있었다. 윤 씨는 자신의 친딸인 A양에게 한 번도 폭행을 행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사랑하는 딸 죽이고
 나도 총살 당하겠다”

이에 신 씨는 아무 생각 없이 이 씨와 둘이서 집을 나섰다. 그러나 옷가게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워 시간이 늦어졌고 이에 이 씨 먼저 집으로 향했다. 귀가한 이 씨를 맞이한 사람은 쇠파이프를 들고있는 윤 씨였다. 윤 씨는 이 씨의 머리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놀란 이 씨는 팔로 쇠파이프를 막고 윤 씨를 제압했다. 그런데 A양이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에 이 씨는 A양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윤 씨의 침대에 누워있는 A양을 발견했다. 발견당시 이미 A양의 눈은 감겨 있었다. 그때 경찰이 집에 들어와 윤 씨를 검거했다. A양을 살해한 윤 씨가 먼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경찰에서 윤 씨는 “신 씨가 담당형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10시에 나간 아내가 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며 “바람을 피우는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양은 윤 씨에게 “엄마 오늘 일 있어서 늦어”라고 대답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A양을 보고 윤 씨는 분노했다. 윤 씨는 “이미 아내가 딸을 세뇌시켰다. 바람이나 피우는 더러운 아내에게 사랑스러운 딸을 보낼 수 없었다”며 “딸을 죽이고 나도 총살당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에서 윤 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자신의 비상금으로 술을 사 마셨으며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딸이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선희)는 “불륜을 저지른 부인 편을 들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불륜 사실이 실제로 존재하였는지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정이 있다 해도 그것이 11세의 피해자를 향한 범행 동기가 될 수는 없어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윤 씨에게 징역 23년과 위치추적전자장치 부착 20년을 선고했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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