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온통 중독병에 걸려있다. 인터넷중독, 게임중독, 스마트폰중독, TV중독, 온통 중독으로 가득 차 있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모바일 기기 사용시간이 203분, 텔레비전 80분, PC 86분, 모바일 게임 62분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중매체로 손꼽히던 신문, 라디오, 잡지(매거진) 등은 밀려나고 있다. 중독도 좋은 쪽으로 걸려 있으면 좋다. 독서중독, 운동중독, 걷기중독, 등산중독, 취미중독, 레크레이션 중독 등 건전한 취미나 여가활동 중독이라면 괜챦겠다.
왜 이런 말은 들어 보지 못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외형적인 국민소득이 2만 7천불 시대를 맞았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에서 OECD국가중 가장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높은 자살률을 갖고 있다.
자살률은 한 나라의 정신건강 실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31.7명으로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살은 국민정신 건강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생산노동인구를 감소시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미국의 5배를 능가하고 있으니 과연 이래도 선진국 맞는가.
이러한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너도 나도 이구동성으로 인문학이 중시되어야 한다, 인성교육, 성품교육, 도덕교육, 예절교육이 학교교육, 가정교육, 사회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이를 위해 정부단체, 교육연구 단체, 지역단체등 할 것 없이 외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이고 기대해 본다.
이 모든 것이 각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행복한 삶을 살자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다운 삶을 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다방면으로 시도해 봐도 안 되어 최고 통첩의 수단으로 법 제정을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여·야가 공동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을 199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여되었다.
이 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덕목은 예(禮)와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이법 제1조(목적)을 보면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에 따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人性)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에서의 인성은 ‘사람의 성품' 또는 ‘개인의 사고·태도·행동의 특성'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인성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남들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억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말한다.
인성교육진흥법은 홍익인간의 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새로 만들어질 장관급의 국가인성교육위원회가 5년마다 인성교육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학교가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주체가 된다. 정부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인증해 주고, 초중등의 모든 교사들에게 연수를 실시한다. 인성교육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 가정과 지역사회도 국가의 이런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만 한다.
이 법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법이라고 한다. 이제 7월부터는 국가·지자체·학교에 강력한 인성교육 의무를 부여하는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져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어떠한 법도 고위층, 지식층의 솔선수범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청소년들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며 어른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어른들은 “주춧돌이 튼튼해야 집이 견고하다”라고 청소년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인성교육도 먼저 입법기관, 정부, 지자체, 학교, 가정 등 앞에 서 있는 자, 어른들로부터 솔선해야 한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부인 미셸은 퍼스트레이디이면서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가정교육으로 유명하다. 자녀들에게 컴퓨터, TV, 핸드폰을 허락하지 않는 삼무(三無) 교육을 시키고 있다니 얼마나 훌륭한 가정교육인가?
필자는 현재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에서 명예퇴직하여 대학 강단에 서게 되었다. 은행에서 고객관리 등 영업에만 전념했던 나에게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인성교육이 무엇인지조차도 몰랐다. 전공과목에 대한 강의만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수업마다 반장을 뽑았다. 강의가 끝나면 나와 반장은 책상 위에 버려진 음료수병, 버려진 휴지줍기, 소등이 공동 임무였다. 교문 앞에서 강의실에 이르는 동안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였다.
껌을 건물 바닥에 버리기도 하고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 온통 바닥이 시커멓게 되었다. 한번은 옥상에서 내려 오는 계단에서 담배꽁초와 함께 가래침을 뱉는 학생을 목격했다. 필자는 자동적으로 엎드려 버려진 꽁초를 주우며 “나는 이 학교의 교수다. 잘못 가르친 책임이 내게 있다”고 하여 그 학생을 시정하게 한 일이 있다.
이후로 여러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캠퍼스 전체에 그린캠퍼스 운동으로까지 펼쳐지게 되었다. 이외에도 학생 각자가 가진 역량을 인정하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주는 학습방법이 인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작은 실천이라도 앞선자들이 솔선수범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성교육중심 수업이 학교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며 국가백년대계를 위하여 실시되는 인성교육이 사회 각계 지도층의 솔선수범으로부터 뿌리를 내려 각자가 가진 핵심역량이 제고되길 희망한다.
김의식 교수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