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밖에서는 관광객, 안에서는 해외직구…40% 저렴해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한국화장품·한국콜마도 선전
중국 요우커라는 단어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하이타오라는 신조어가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하이타오는 중국 내에서 온라인을 통해 해외 상품을 사들이는 직구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하이(海)는 ‘바다’, 타오(淘)는 ‘소비하다’를 뜻하는 합성어다. 관광객인 요우커는 직접 방문, 직구족인 하이타오는 인터넷 구매인 셈이다.
정식 수입품은
세금·마진 높아 외면
국내 해외직구족이 그러하듯 중국 직구족 역시 무서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3년 하이타오는 약 1800만 명에 달했으며 시장은 13조 원 규모로 불어났다. 2009년 8900억 원에 비해 4년 만에 14배가 넘게 팽창한 것이다. 같은 해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1700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이 하이타오의 구매력은 1년 만에 2배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구 규모는 26조 원으로 같은 해 국내 직구의 13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전자상거래연구센터는 중국 해외직구 시장이 연평균 60%씩 성장해 2018년에는 1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중 화장품 직구는 6조 원가량으로 전체 직구 품목 중 30%, 중국 화장품 시장의 8%를 차지했다. 그것도 4년 뒤인 2018년에는 47조 원으로 약 8배가 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유통되는 화장품에는 관세 외에도 소비세, 증치세, 유통마진 등이 덕지덕지 붙는 탓이다.
들여다보면 중국 소비세는 정가와 관세를 합한 금액의 30%, 증치세는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성격으로 17%, 유통마진은 평균 20%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직구 확대로 인해 가장 수혜를 많이 받을 국내 업종은 화장품”이라며 “해외직구에 따른 비싼 배송료를 감안해도 중국 소비자에게는 직구가 40%가량 싸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해외직구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처럼 중국인들이 찾는 국내 쇼핑몰의 결제 및 배송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전자상거래도 포함되면서 직구 규모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장 기간 맞은 춘제
씀씀이 두 배씩 늘어
더불어 요우커도 하이타오와 같이 국내 화장품을 쓸어담고 있다. 특히 명동의 경우 기존 다양한 업장들 대다수가 화장품 또는 의류매장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건물도 대부분 관광객의 숙박을 위한 호텔 등이다.
요우커는 씀씀이도 시원시원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요우커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08년 130만 원에서 2013년 236만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일본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은 107만 원에서 103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게다가 이번 중국 춘제 연휴기간에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인은 약 12만6000명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만7000명에 비해 약 30%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의 설 연휴가 길어진 것처럼 중국 춘제도 동시에 최장 기간을 찍은 이유가 크다.
이에 화답하듯 국내 화장품주는 일제히 웃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9일 종가 285만 원으로 신고가를 써내며 주목받았다. 6일에는 장중 293만 원으로 300만 원에 성큼 다가서기도 했다. 지난해 초 100만 원이었던 것이 13개월 만에 300%가량 불어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일 종가 70만 원으로 지난달 26일 종가 59만8000원에 비해 10만 원이 올랐다. 이는 거래일 10일 만에 17%가 뛴 수치로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갭상승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판매 1위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이 아닌 LG생활건강의 한방화장품 ‘후’가 차지했다.
더불어 한국화장품과 한국화장품제조는 지난 11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화장품은 10일부터 2일 연속 상한가, 한국화장품제조는 5일부터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에이블씨엔씨는 5.87%, 코스맥스는 4.44%, 한국콜마는 4.03% 상승했다. 이들은 대부분 갭상승하거나 장대양봉을 그리면서 화장품주의 아성을 공고히 했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시장은 중국 관광객 방문 증가에 따른 면세점 시장 성장, 직구 등 판매채널 다양화, 지속적인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경기에 상관없이 수출형 내수산업으로서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 화장품 관련주들의 인기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