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낙마시킨 박지원 의원 정보력 ‘후폭풍’
천성관 낙마시킨 박지원 의원 정보력 ‘후폭풍’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9-07-21 10:29
  • 승인 2009.07.21 10:29
  • 호수 795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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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검·경 구 정권인맥 제거 대상 1호 급부상
박지원 의원(좌)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험난한 인사청문회의 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검찰총장 후보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청문회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들의 여파로 중앙지검장 자리에서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청문회 기간 동안 단연 주목을 끌었던 것은 민주당의 날선 공격, 특히 박지원(목포·재선) 의원의 허를 찌르는 정보력이었다. 박 의원은 숨겨둔 정보망을 동원해 천 전 지검장의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지검장이 후보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은 천 전 지검장을 발가벗긴 박 의원 정보력을 조명하며 박 의원이 천 전 지검장의 출국기록과 고급 면세품 구입 목록 등을 어떻게 구했는지에 궁금함을 표시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입장에선 충격이 컸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궁금증보다 두려움이 더 크게 퍼지고 있다. 아직 구 정권의 정보력이 살아 있다면 여당의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주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약점 보완의 일환으로 국정원, 검·경찰, 국세청 등의 주요 핵심 기관에 대해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사가 자리 재배치 수준에서 그쳤지만 이번에 단행될 인사는 그야말로 ‘숙청’의 성격을 그대로 담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의원의 마당발 인맥은 과거 DJ정권 때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인맥이 아직도 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박 의원의 정보력에 경악한 것은 한나라당 뿐 아니다. 박 의원의 소속당인 민주당 인사들도 박 의원의 정보력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박 의원의 마당발 인맥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과 현 정권에서도 그의 정보력이 통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첩보원 뺨치는 정보력

천 전 지검장이 신사동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15억 5000만원을 빌린 사업가 박모씨와 골프여행을 떠난 사실, 천 전 지검장 부인의 명품 구매 기록, 아들의 호텔 결혼식과 위장전입 사실 등 모든 정보가 박 의원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박 의원이 입수한 문건은 단순히 떠도는 풍문을 정리한 게 아니라 출입국 기록, 물건 구입 영수증, 전출입기록과 같이 제 3자가 도저히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이를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한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더구나 정보의 주인은 대한민국 검찰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다. 그래서 더 놀랍다. 이 정도면 특급 첩보원도 울고 갈 정도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 의원이 공개한 정보를 보고 넋을 잃었다. 동시에 밀려오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박 의원이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정치생명이 끝장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 의원의 정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현재 그 정보소스에 대해선 일체 밝혀진 바 없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박 의원은 정보력 유지를 위해 소스를 티끌만큼도 노출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의 정보 출처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에선 국정원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일부에선 검찰이 핵심 소스라고도 한다.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면 박 의원의 인맥과 정보력은 DJ정부시절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 박 의원과 긴밀하게 접촉했던 이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강 추측은 가능하다.

박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부장관을 거치는 동안 국정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국정원 내부에 박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전언이다.

천 전 지검장 부인의 명품 속옷 구입내역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관심사다.

일부에선 천 전 지검장 부인의 카드 사용 내역이 흘러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문의 요지는 A카드사가 박 의원에게 카드 사용 내역을 비밀리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청문회 후폭풍 술렁

천 전 지검장의 부인이 현금으로 물건을 구입했다면 면세점 등에서 구입한 것을 제외하고는 파악이 쉽지 않다. 구입자에 대한 정보가 전산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천 전 지검장의 부인이 명품을 일반 매장 백화점 등에서 구입한 사실이 박 의원 측에 입수됐다면 그것은 카드 사용 내역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카드사에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면 국세청에서 정보가 샜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이에 국세청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도 단행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마침 국세청장도 새로 부임한 상황이어서 이번 기회에 조직 정화를 위해 대대적으로 ‘숙청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 일부에선 박 의원이 정보력을 과시한 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정보수집능력이 드러났으니 역풍을 맞아 그나마 남은 정보망이 색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풍을 맞는다면 국정원 내 정보라인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청문회에서 박 의원의 정보력이 드러나자 여권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있을 국정원 인사는 보다 단호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국정원은 검찰과 더불어 구 정권 인사에 대한 개편이 미온적으로 이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DJ정부 때 600여명의 국정원 직원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것에 비하면 지금의 국정원 인사는 ‘관대함 그 자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을 미뤄 볼 때 잦은 인사로 구설수에 시달린 국정원이 이번 청문회로 또 한 차례 인사태풍이라는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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