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전 신임 국무총리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정홍원 국무총리가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최근 신년 업무보고가 끝남에 따라 사의를 수용했다. 사실 이 원내대표의 국무총리 임명은 어느정도 예견돼 있던 일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국무총리설이 나돌면서 발표가 머지 않았다는 여론이 많았다.
완벽주의자·정면 돌파 스타일, 공직생활 자부심 강해
친박 인사·화려한 경력 덕분에 잠재적 대통령 후보 분류도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신임 총리에 이 원내대표를 내정한 데 대해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혁신과 국가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당정과 국회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동안 야당과 원만히 협조하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에 기여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효과적인 추진과 공직사회의 기강확립, 대국민 봉사와 소통에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어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몸담은 후 경제와 치안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도지사와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갖춘 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초·최연소 신화
행정·경찰·정치 두루 경험
이 총리 내정자는 최초·최연소 신화를 써 왔다. 덕분에 공직사회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성균관대 3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 15회에 합격하자마자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20대에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행정고시 동기로는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있다.
이 총리 내정자는 경찰직에서도 일했다. 31세에 최연소 경찰서장에 올랐고 최연소 경무관 타이틀도 얻었다. 40대 초반에는 최연소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을 지냈으며 충남 경찰청장 시절에는 관내 200여 곳 파출소를 모두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다.
정치입문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충남 유일의 신한국당 의원으로 당선되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탁월한 정치감각으로 국회의원 생활을 해 왔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 이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국민의 정부’ 당시 자민련으로 옮긴 그는 자민련 대변인 등을 맡다가 2000년 16대 총선에 재선, 원내대표를 지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다시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으로 옮겼고 ‘이적료 파문’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대신 일종의 이적료를 받았다는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UCLA대 교환교수로 1년여를 보냈다. 미국에서 돌아와 2006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충남지사 후보로 당선돼 2년 만에 다시 공직에 복귀했다.
혈액암 극복하고
여당 원내대표로 우뚝
정치·행정·경제에 두루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총리 내정자는 도지사 시절 기업 및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충남을 전국 최고 투자유치지역으로 만들었다.
2009년 도지사 사퇴 후 명예회복을 노렸으나 2012년 1월 뜻하지 않은 다발성 골수종(혈액암) 발병으로 병상에 누웠다. 고통스런 투병생활 끝에 건강을 회복한 그는 2013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됐다. 9년 만의 여의도 컴백이다.
지난해에는 집권여당 원내대표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당 대표 공석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당대회를 관리했고, 재보궐 선거로는 역대 최대규모인 7.30 선거를 지휘하며 선전을 이끌었다.
세월호 참사 후속대책 및 야당과의 원내협상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2년 만에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수락했다“
이 총리 내정자는 청와대의 총리 내정 발표 후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어제 저녁 늦게 연락을 받고 잠을 설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 내정자는 “소통의 가장 중요한 대상은 야당이다. 야당과 소통해야 한다”며 “야당을 이기려 하지 않고 이해하는 내각, 총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돼야 한다”며 “대통령께 직언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밖에 “무너진 기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경제살리기 등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 과제가 동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해 공직 기강 세우기에도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이 총리 내정자는 친박인사로 분류된다. 화려한 경력 덕분에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로 뽑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로 평가한다. 공직생활 40년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직시절부터 주위에서 일처리가 완벽하고 강단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정면 돌파하는 스타일이다. 국회의원 활동 중 법안을 많이 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재산은 지난해 기준 14억을 신고했다. 여야를 합쳐 120위, 여당에서는 80위다.
한편 국회 청문회에서는 이 총리 내정자 차남의 병역면제가 집중적으로 검증될 예정이다. 이 총리 내정자의 차남은 학창시절 인대파열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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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