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착-김대중 전 대통령 입원현장
단독포착-김대중 전 대통령 입원현장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7-21 10:20
  • 승인 2009.07.21 10:20
  • 호수 795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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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입원은 연막? “20층 VIP 병동에 답 있다”
김 전 대통령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9층 중환자실 입구(위) 20층 VIP 병동 입구(아래)

폐렴으로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종적이 묘연하다.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 측은 김 전 대통령이 9층 집중치료실(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요서울>의 취재결과 20층 VIP 병동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구 회장 등 유명인사들이 방문해 유명세를 탄 20층 VIP 병동에는 병원 측이 고용한 경호원이 엘리베이터 입구부터 통로 전체를 봉쇄하고 전문의와 간호 인력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9층 집중치료실 A병동에도 경호원 3명이 번갈아가며 출입구를 통제하며 일반 방문객의 출입을 막았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9층 경호원들은 병원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었다. 김 전 대통령 측이 따로 고용한 인력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은 ‘우린 김 전 대통령을 모른다. 여기 안 계신다’며 시치미를 뗐다. 9층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병동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직원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여기 안 계시는 것으로 안다’며 황급히 자리를 뜨기에 바빴다. 이 같은 반응은 20층 VIP 병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대통령의 입원과 관련해 이들은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지난 13일 김 전 대통령이 감기 증세를 호소하며 서울 신촌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폐렴 진단을 받은 김 전 대통령은 입원 이틀 뒤인 지난 15일 증상이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는 호흡곤란 증세까지 겹쳐 다음 날인 지난 16일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치료를 받아왔다.

병원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맥박, 호흡 등이 모두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안정 중이다. 병원 측은 김 전 대통령이 9층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본지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도 병원 측의 주장은 한결 같았다.


9층 경호원 ‘도대체 뭘 지키나’

기자가 내·외과 중환자실이 위치한 9층을 방문했을 때 그곳 분위기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가족 대기실에는 타 언론사 기자 2~3명이 진을 치고 있었고 10여명의 환자 가족들이 TV시청 중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곳 병동에 입원해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의 환자 가족들은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져 치료중이라는 한 40대 여성은 “뉴스에 나와 알고는 있지만 그분(김 전 대통령)을 병동 안에서 본 적은 없다”며 “내 가족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그게 다 무슨 상관이냐. 며칠 전부터 기자들이 하도 귀찮게 이것저것 물어봐 짜증이 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9층 중환자실에는 A~D까지 총 4개의 병동이 마련돼 있다. 하루 두 번씩 만 면회가 허락되는 각 병동 출입구에는 입원 환자 명단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기자가 확인한 결과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은 입원환자 명단에 없었다.

눈에 띄는 것은 유독 A병동 출입구에만 경호원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이 지켜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병동 입구를 막아선 남성은 오전 11시 경이 되자 또 다른 경호원과 교대로 병실을 지켰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3명의 남성이 2시간 간격으로 드나들었다.

타 언론사 기자들도 A병동에 김 전 대통령이 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중환자실 면회시간에 맞춰 ‘가족 병문안 왔다’며 병동으로 들어가려 하자 병실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은 기자에게 “정확한 가족 이름을 대라”고 요구했다. 이 남성들은 기자뿐 아니라 A병동에 출입하는 외부인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기자가 ‘병원 직원이냐’고 묻자 그는 “나는 병원 사람이 아니다. 자세한 것은 간호사들이 있는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라. 이 곳은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다”며 기자를 밀어냈다.

9층에서 일하는 병원 관계자들 역시 김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을 피했다. 한 직원은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환자 관계자가 아니면 나가달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9층 병동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또 있었다. 4개의 병동 중 유독 D중환자실에는 입원 환자 명단이 아예 붙어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출입하는 병원 관계자들 역시 전혀 없었으며 문 또한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의 VIP가 집중 치료를 받았다면 일반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의 눈에 띄지 않는 개별 공간에서 치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A병동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은 언론과 일반인의 눈을 돌리기 위한 일종의 ‘연막’일 가능성이 크다.


20층 병문안 행렬 줄이어

한편 VIP 병동이 위치한 20층에는 김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언론은 이희호 여사 등이 ‘VIP 가족 대기실’에서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해당 VIP 병동에는 가족 대기실이 아예 없고 개별 병실만 있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 역시 집중치료를 마친 뒤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상태로 이곳에 옮겨졌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기자가 20층 VIP 병동으로 올라가자 병원이 고용한 상근 경호원이 병동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한 직후 맞은편 승강기에서 고위층 인사들로 보이는 5명의 방문객이 직원 2명의 안내를 받아 병동으로 들어갔다. 이 같은 방문객들의 행렬은 약 20여분 간 3차례 이상 이어졌다.

기자가 반대쪽 복도를 통해 병동으로 들어서자 곧장 경호원의 제지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소속의 명찰을 단 경호원은 “여긴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다”며 기자에게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기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층에 머물고 계시다고 알고 있다’며 확인을 요청하자 이 경호원은 “여기 안 계신다. 언론사도 사전 허가 없이는 VIP 병동에 출입하실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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