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사건’ 2%부족한 경찰 수사
‘故장자연 사건’ 2%부족한 경찰 수사
  • 유길용 기자
  • 입력 2009-07-14 17:43
  • 승인 2009.07.14 17:43
  • 호수 794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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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병폐 개선 성과… 한계 극복 못해 아쉬움
탤런트 故장자연 씨가 술 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경기도 분당 경찰서는 지난 7월 10일 폭행, 협박, 횡령, 도주 등 혐의로 구속된 탤런트 故 장자연 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40)에게 강요 혐의를 추가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 씨와 금융인 2명, 기획사 대표1명, 드라마 PD2명 등 모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故 장자연 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4개월에 걸친 경찰의 수사라고 하기엔 2%부족한 느낌이다. 핵심이 없다. 알맹이가 빠진 느낌이다.

故 장자연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4개월에 걸친 경찰의 수사는 사건 중심인물인 고인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씨(41)를 비롯해 7명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지만 아쉬움도 컸다.

경찰은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했지만 피해자가 죽은 상황에서 철저히 참고인과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극복하진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예계의 그릇된 관행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언론계 등 일부 유력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수사의지 높았지만 한계 넘지 못해

지난 3월7일 고인이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고 일주일 뒤 술 접대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는 고인의 자필문건이 공개됐다. 단순 자살로 여겼던 경찰은 경기 성남분당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수사인력 40여명에 이르는 방대한 수사본부를 꾸리고 재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사건 해결에 대한 경찰의 의지는 높았다.

그러나 김씨의 일본 도피가 장기화 되고 수사 대상자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13만여건에 달하는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 방대한 수사자료를 확보했지만 당사자들의 진술에 철저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건 특성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강요 혐의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서 참고인과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연예계 고질적 관행 개선 성과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연예계 계약 관행의 개선을 이끌어낸 점은 이번 사건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고인이 김씨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술 접대에 나서야 했던 원인이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는 두 당사자의 계약내용 때문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개선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2의 장자연이 나오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무르익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일 연예인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연예인 표준약관을 제정, 발표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고인이 소속사와 체결한 계약서는 고인에게 복종의 의무를, 기획사는 일방적 권리만 보장하고 있었다"며 “이는 법적으로도 무효에 해당하지만 고인이 이를 알지 못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연예계의 그릇된 관행이 사라지고 연예인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꿈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예상된 수순" 사건 축소 비판 제기될 듯

경찰이 수사대상자들 중 유력 언론사 관계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고 성상납 의혹 규명에 실패함에 따라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수사결과가 김씨의 강요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경찰은 10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유력 언론사 관계자 3명을 불기소, 내사종결 처분했다.

일부 언론사 관계자는 알리바이가 입증됐고, 일부는 김씨가 접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서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인이 문건에서 밝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범죄의 은밀성 때문에 목격자가 없고, 피해자도 죽은 터라 밝히기가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입건자 5명 중 개인적인 범죄사실로 입건됐거나 스스로 인정한 감독 2명 외에는 금융계와 기획사 인사들이다.

김씨의 강요 혐의를 입증하려면 고인의 연예활동과 무관한 술자리였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감독들의 경우 고인이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언론사 관계자들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어떤 비판이 나오든 겸허히 수용해야겠지만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 어떤 외압이나 의도를 갖고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2k75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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