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2009년 또 다른 연쇄살인범 등장
충격, 2009년 또 다른 연쇄살인범 등장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7-14 15:04
  • 승인 2009.07.14 15:04
  • 호수 794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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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한 강박적 분노가 희생자 늘렸다

새로운 연쇄살인범의 출현인가. 올해 초 무고한 여성들을 살해한 강호순이 검거된데 이어 특정 종교의 신도들을 대상으로 잔혹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8일 광주 광산구 모 성당에서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신도 염모(38·여)씨를 살해한 범인 박모(38)씨가 범행 3시간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지난 5월 광주 북구 모 교회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여의사 안모(41)씨 역시 박씨에게 희생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들이 숨진 곳이 광주시내 특정 종교건물 인근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날카로운 흉기로 목을 공격하는 살해수법도 비슷한 까닭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2개월이 넘는 현재까지 안씨를 살해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박씨가 진짜 연쇄살인범인지 여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6년째 우울증을 앓아 온 것으로 알려진 박씨가 조사과정에서 횡설수설을 반복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 범행수법 역시 비교적 흔한 방식이라 이 같은 정황만으로 박씨를 연쇄살인범으로 모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범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찰은 박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수색하는 한편 지난 3월부터 발생한 유사 살인사건 2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꽃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닮은꼴 살인사건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에 따르면 두 건의 살인 사건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먼저 용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한 방법이다. 여의사 안씨와 성당 여신도 염씨는 모두 목에 치명상을 입었다. 안씨의 목에는 14cm, 염씨는 12cm의 상흔이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손과 팔에 용의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생긴 ‘저항흔’(흉기를 막으려다 생긴 상처)이 있었다.

두 여인 모두 꽃무늬가 그려진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고 키 155~158cm의 호리호리한 체격이라는 점도 닮았다.

또 범인의 도주수법 역시 유사하다. 박씨는 염씨를 살해한 직후 본인 소유의 구형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도망치다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다. 앞서 안씨를 살해한 용의자도 소형 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간 CCTV 기록이 남아있다.

특히 박씨는 지난해까지 안씨가 피살된 장소와 가까운 우산동에 살았으며 원래 갖고 있던 구형 아반떼 승용차를 팔고 최근 프라이드 승용차를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박씨가 차를 바꾼 시기는 안씨가 살해된 직후였다.

앞선 사건의 목격자 진술도 박씨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안씨 피살현장을 발견한 시민이 “키 170cm 정도의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황급히 뛰어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한 것. 붙잡힌 박씨는 키와 연령대에서 목격자의 진술과 맞아떨어진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안씨 살해사건에 연관됐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지만 조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6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온 박씨가 조사과정에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진술내용 자체가 오락가락해 확실한 물증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 빼돌린 교인에 복수하겠다”

수사팀은 박씨가 염씨를 살해한 물증을 상당부분 확보했고 또 다른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을 처음부터 재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파악한 박씨의 범행 동기는 ‘특정종교 신도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다. 교인들이 자신의 몽골인 아내를 빼돌려 살해했다고 믿은 것이다. 박씨의 부인은 정말 교인들의 손에 납치돼 목숨을 잃은 것일까.

수사팀 관계자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씨의 주사(酒肆)를 견디지 못한 아내가 결별을 통보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자 나머지 가족들이 박씨를 따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꾸몄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경찰은 박씨 아내의 행적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노총각이었던 박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20대 초반의 몽골인 여성 A씨를 소개받아 지난해 1월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A씨는 말 한마디 안 통하는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부부사이는 소원해졌다.

결국 A씨는 결혼 1년 3개월여 만인 지난 4월 일방적으로 ‘헤어지자’는 통보를 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박씨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직접 몽골행 비행기를 탔지만 끝내 A씨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인과 장모가 나서 “딸이 죽었다”며 사위를 문전박대한 것.

A씨의 가족들은 “교회인지 성당인지 모를 사람들이 A를 데려갔다. 그길로 소식이 끊겨 죽은 줄 알고 있다”며 박씨를 내몰았다. 결국 그는 비행기삯 만 날린 채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A씨 가족들의 핑계를 박씨가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박씨는 부모에게 수시로 “아내를 죽인 교인들을 찾아내 복수하겠다”며 울분을 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 “교회나 성당을 다니는 사람들이 싫었다”고 밝혔었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비뚤어진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가 교회 근처를 오가는 행인을 상대로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농후한 대목이다.

경찰은 박씨의 정확한 정신상태를 감정하기 위해 전문기관에 심리검사를 요청한 상태다. 정밀 심리검사는 약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검사를 통해 박씨의 정확한 정신병력이나 ‘사이코패스’ 성향 정도 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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