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나눔 125운동으로 행복한세상 만들기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제갈정웅 대림대학 전 총장(69)에겐 어디를 가든 애지중지 챙겨갖고 다니는 그만의 보물 3가지가 있다. 바로 X파일과 휴대용 손거울, 그리고 손바닥만한 메모패드다. 그가 지참해 다니는 파일은 얼마 전 세간의 화제가 됐던 연예인들의 X파일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장기 목표를 적은 파일이다. 그 다음엔 자신이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나 스스로 비추어보는 손거울 그리고 자투리시간에 언제라도 아이디어를 기록할 수 있는 메모패드다.
1986년 처음 쓰기 시작, 2085년까지 자신과 (주)대림의 100년간의 장기계획을 수립한 이 파일은 매년 차곡차곡 업그레이드, 그의 목표를 되새기게 하는 삶의 등대가 돼왔다. 이 드림리스트는 자신의 소망뿐 아니라 대림산업등 자신의 환경, 즉 소속 기업의 미래 진로까지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그의 거시적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제갈 전 총장은 자신의 꿈을 분기별로 설정해놓았을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의 롤 모델로서 (주)크라이슬러의 前 CEO 아이아코카 회장 사진을 붙여놓는 등 시각화해놓았다.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장기 목표를 세울 것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왜 미지근한 물에 서서히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삶겨 죽음을 당하는 개구리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목표가 없으면 현실에 매몰되기 쉬워요. 하지만 목표가 있으면 늘 분발하고 매진하게 되지요. 뿐만 아니라 작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롱텀 플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인생에 있어서 장기목표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준비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눈은 하늘(목표)을 향하되 발은 땅을 짚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가 목표관리에서 강조하는 제1조 1항이다.
1970년대 초 남보다 앞서 컴퓨터를 익히고, 80년대에 M&A, 90년대에 지식경영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는 등 늘 변화의 조류에 앞장서는 프론티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같은 목표관리 덕분이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모두 10년 이상 빨리 달성해왔다.
“목표가 확실하고, 준비가 착실하면 변화를 리드할 수가 있지요. 예기치 않은 비상사태에도 늘 소프트랜딩(연착륙)할 태세를 저절로 갖추게 된다고나 할까요.”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임에도 성공한 사람의 변별성은 바로 행간의 괄호를 메우는 작업에서 앞서간다는 점일 것이다. 제갈 전 총장의 성공키워드인 목표관리론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는 목표를 세울 때 명심해야 할 사항중 하나로 조직의 청사진과 자신의 비전을 일치시킬 것을 강조한다.
“회사 속에서의 나를 생각해야지요.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가 무엇인가, 회사가 100년 후 나아가야 할 진로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계획을 짠다는 것은 모래성입니다. 목표설정의 전제는 바로 환경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목표를 성취해나가기 위해서 그가 또 하나의 축으로 강조하는 것은 고객감동주의다. 현재 자신의 조직에서 유용한 인재로 평가받지 않고서 내일의 거목이 되길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혹자는 상사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것을 아부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사도 고객이라고 발상을 전환하면 어려울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 분이 보는 TV프로그램 잡지 등 인포메이션 소스를 공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등 고객감동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은 많지요. 문제는 진심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려 하고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결국 모든 고객감동이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면 대립될 것이 없지요. 상대방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동네방네 흉보러 다닐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그의 눈높이를 맞춰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 생산적이지요.”그의 고객감동주의는 조직에서 뿐 아니라 가족에도 적용된다. 암으로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산문집 ‘하늘에 띄우는 연가’를 보면 그의 부부애가 절절이 드러난다. 가족을 ‘혈연으로 맺어진 경험의 공동체’라 정의하는 그는 은행잔고를 높이기보다는 가족의 경험 잔고를 높이는 게 진정한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어려운 시절에도 동전 탈탈 털어서라도 온 가족이 스키를 타러가고, 중국 70일 배낭여행, 가족데이 가화(家花)를 마련하는 등 서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가족이벤트를 벌였지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함께 경험한 것이 없으면 남이나 다름없지요. 가장 가까운 고객인 가족을 제대로 경영,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조직에서도 리더십을 발휘, 남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지요.” 그가 성공 X파일 외에 꼭 지참하는 물건은 작은 휴대용 손거울이다. 화났을 때나 짜증날 때는 문득 자신의 손거울을 들고 얼굴을 비추어본다.
“찡그린 얼굴은 곧 부정적 마음의 반영이지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자신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는 점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지는 법입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 중 승진에서 탈락, 스스로 실망했을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그같은 일이 종착역이 아니라 중간역이라 생각하면 별로 맘 상할게 없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장애에 고꾸라지는 것은 실패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전면전으로 받아들이는 부정적 태도 때문이지요.” 실제로 그는 모든 인생의 시련에서 긍정적 면을 찾아내려는 긍정주의자다. 얼마 전 끔찍히도 사랑하던 아내를 잃고서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삯바느질하며 자식들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의 외로움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자위하는 데에서는 종교적 달관까지 느껴질 정도다.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면 끝이 없고 극복도 어렵지요. 고통이 있어야 고통이 없는 것에 대해 감사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수용하면 오히려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국 M&A회장인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시인. 이 같은 어울리지 않는(?) 이종결합 경력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은 젊은 시절의 시련에서 비롯됐다. 대학에 떨어져 재수를 하며 300여권의 시집을 읽으며 문학적 자양분을 키웠고, 거기에서 시인으로서의 동기부여를 얻었던 것. “실패도 삶의 일부라 생각하면 두렵지도, 기피할 것도 없이 인생의 뜀틀로 활용할 수 있지요. 내가 만일 젊은 시절에 재수를 안했다면 나는 오늘날 문학적 감수성을 키울 수 없었을 거고, 평생 정년퇴직이 없는 시인이란 직업도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갈 전 총장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약속시간 정각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15분전에 도착, 자세를 다듬고 만나는 것이란 지론을 갖고 있다. 과공은 비례란 말도 있듯 시간낭비는 아닐까. 요즘 시테크를 강조하는 책을 보면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도 낭비라고 돼있지 않은가. 제갈 전 총장의 해법은 이렇다. 미리 도착하되 그 자투리시간을 이용, 자신의 아이디어를 메모패드에 적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행복 나눔 125운동본부를 조직해 1일1선 1월2독 1일5감사 일기쓰기로 착한일하기, 좋은 책읽기, 감사 일기쓰기를 생활화하고 주변에 운동으로 생활화하라고 강조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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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