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취재] 방산비리 수사 칼끝 MB 핵심 겨냥
[밀착 취재] 방산비리 수사 칼끝 MB 핵심 겨냥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5-02-09 10:18
  • 승인 2015.02.09 10:18
  • 호수 1084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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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사단 33명 투입, 정치권 촉각

무제한 기동감찰 방식 수사…특별감사단 33명 투입
친이계 연루 방산업체 등 수사 확대에 정치권 촉각

[일요서울 | 김재현 프리랜서]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수사가 정점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직 해군 장성이 방산비리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한강에 투신한 사건이 발생, 방산비리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방산비리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합수단은 군과 방산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정치권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합수단은 MB정부 때 대규모 방산물자 거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로비스트가 개입했는지 여부도 살피고 있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MB정부 실세와 연결된 로비스트가 무기거래에 개입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합수단이 로비스트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경우 여권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대규모의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1월 21일 공식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듯 했으나 최근 들어 성과를 내고 있다.

합수단은 우선 방위력 개선사업이나 군수품 납품 계약 업체로 선정되기 위한 각종 범죄와 비리를 적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정부의 무기체계 도입 계획과 같은 군사기밀을 빼내거나 각종 시험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범행을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합수단은 단장을 포함해 검사 18명과 군 검찰관 6명 등 105명 규모로 모두 4개의 팀이 구성됐다. 여기에는 국방부와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파견된 46명을 각각 팀별로 배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토록 했다.

군과 관련된 비리를 그 뿌리가 매우 깊고 권력과 고질적으로 유착돼 있어 발본색원이 쉽지 않아 일부에서는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최근 성과를 통해 기대치가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산비리 척결이 정치적인 목적이 투영돼 있는 만큼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군피아 척결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합수단이 출범할 당시 방산 비리 등에 대해 “이것은 타협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반드시 밝혀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합수단은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방산비리의 출발점부터 추적하고 있다. 합수단은 시험성적서 등을 위·변조하거나 묵인하는 범행,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군인이 군수품 납품 등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는 이른바 ‘군피아’를 잡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합수단 관계자에 따르면 계약업체로 선정된 후에도 계약금액을 부풀리기 위해 원가자료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불량품을 납품한 경우가 있는지, 납품 편의를 위한 뇌물을 수수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군피아 척결을 위한 전방위적 수사에 감사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부터 방위산업비리를 전담할 범 정부 협업조직인 ‘방산비리특별감사단’을 설치하고 본격조사에 착수했다. 또 감사원은 이를 통해 개별적으로 운영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연계, 범 정부 차원의 합동대응을 전개하고 있다.

MB정부
‘권력형 비리’가 핵심

감사원 외에 검찰청, 국방부, 국세청, 관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정예인력 33명이 참여해 대대적으로 방산비리를 조사하고 있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감사를 주도한 문호승 제2사무차장이 특감단장을, 통영함 납품비리와 소해함 노무비 원가조작 등을 감사한 이영하 국방감사 1과장이 부단장을 각각 맡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친 경력이 있는 박길배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법률지원을 담당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감단은 현장감사 기간을 정해놓고 인력을 투입하는 일반적인 감사방식과 달리 ‘무제한 기동감찰’ 방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비리혐의 정보를 입수하면 소규모의 감사팀을 현장에 즉각 투입해 기간제약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이다. 특감단은 비리 혐의를 입증했을 경우 정부합동수사단에 바로 수사를 의뢰하는 등 공조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방산비리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일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산비리수사 지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한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합수단의 칼날이 전 정권뿐만 아니라 친이계 인사들에까지 미칠 것”이라며 우려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합수단이 조사 중인 해군 통영함·소해함 등 거액의 군함 건조사업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명박 정부는 최첨단 군함 건조와 함께 방위산업을 국가 주요 핵심사업을 지정하고 2020년까지 국방산업 수출 및 국방기술 분야에서 세계 7대 국가 대열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정권 말기인 2012년에는 14조원에 이르는 무기 도입사업도 추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MB정부는 무인기 사업을 비롯해 한국형 헬기사업, 한국형 개인화기 개발사업 등 각종 사업을 추진했으나 해당 사업체들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는가 하면 개발된 무기와 관련해서도 각종 결함과 의혹으로 범벅돼 권력형 비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합수단이 수사하고 있는 방산업체들 중 A사와 B사 등은 친이계 인사들이 이 회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이 업체는 MB정부 당시 국방사업에 참여한 대표적인 업체로 알려졌다. 또 B사의 경우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특혜에 가까운 정부의 지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B사에 대한 의혹은 곧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방사업과 관련해 상장한 뒤 먹튀 논란을 일으킨 C사도 조사대상이다. 이 회사 역시 정권실세 P씨와 L씨가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P씨와 더불어 역시 정권 실세 S씨는 이 회사를 통해 상당한 비자금을 챙긴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C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될 경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C사의 비리 의혹에는 새누리당의 고위 관계자 D씨도 일부 연루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D씨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D씨 측은 “C사가 어떤 회사인지 전혀 모르고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들에 박 대통령이 칼을 뽑자 이를 보는 시각은 양분된다. 일부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적인 의도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 “박근혜 정부가 친이계를 타깃으로 방산비리 수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MB정부 핵심이었던 친이계 인사들이 수사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없지 않다.

MB정권은 정권 말기인 2012년 14조원에 이르는 무기도입사업을 추진했다. 이 중 8조는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하는 FX 사업으로 5세대 전투기 60대를 들여오기 위해 예산 8조 2천억 원이 투입, 2012년 10월 중 구입을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했다.

전투기는 유럽 EADS의 유로파이터, 보잉사 F-15SE, 그리고 스텔스 기능 등을 탑재한 F-35였다. 이외에 대형공격헬기(AH-X·1조8,384억원), KF-16전투기 성능개량(1조8,052억원) 및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HUAV·5,002억원)와 해상작전헬기(5,538억원) 등을 구입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미국의 2011 회계연도 무기수출액 461억달러(약 50조원)의 30%에 가까운 것으로 전례가 없는 규모였다. 차기전투기와 대형공격·해상작전헬기 3개 사업만 따져도 2012년 국방예산(약 31조4,000억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 사업에 대해 “30년간 운용비용까지 따지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수십조~수백조 원짜리 무기도입사업은 효율성이 의심스럽다”고 ‘검은거래’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 후폭풍 정가 폭탄되나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수사로 여권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권이 ‘4자방(4대강 사업ㆍ자원외교ㆍ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면서 방산비리 수사는 연초부터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은 감사원의 선두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정 감사에서 국산 무기에 대한 문제가 잇따라 지적됨에 따라 ‘방산비리’를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군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실태에 대한 특정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이 군의 무기체계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은 2008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감사원은 이를 위해 국방감사단 인력 전원을 투입해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그 산하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을 상대로 육·해·공군의 각종 무기체계 연구개발 실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방위산업 비리 기동점검’을 통해 방사청이 이들 연구개발 과제에 대해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100억 원대의 예산을 낭비한 정황을 적발한 바 있어 검찰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추진된 사업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방사청이 2008년 이후 추진한 군함 설계, 군함용 엔진·기어 개발, 탄환 및 탄약 개발 등의 총 39개 연구개발 사업도 감사원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연구과제 선정의 시의성 및 필요성과 개발된 무기체계의 성능 등에 감사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연구비 집행의 적절성이다. 감사원은 연구비가 부당하게 사용된 정황을 파악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원은 ‘최첨단 수상 구조함’이라던 통영함이 2012년 완성되고도 세월호 참사에 투입되지 못한 원인이 핵심 장비 연구개발 과정의 부당업무였던 사실을 밝혀내고 유사 사례를 발굴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감사원과 더불어 검찰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영함과 소해함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해군 대령 '로비스트'를 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통영함과 소해함의 납품비리 외에도 방사청과 방산업체 간의 납품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
위적인 ‘군피아'(군대+마피아) 비리 수사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군 검찰·국정원 등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방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lyo@ilyoseoul.co.kr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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