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보좌진의 세계-24] 삼성그룹과 대관업무-下편
[국회보좌진의 세계-24] 삼성그룹과 대관업무-下편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5-02-09 10:07
  • 승인 2015.02.09 10:07
  • 호수 1084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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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위기때마다 기사회생 ‘탁월’…영향력 막강
- 삼성 측 뇌물받은 검사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위기가 있었다. 상당부분이 기업비리와 범죄와 연관된 것이었다. 위기 때마다 잘 모면해 왔다. 치밀한 정보수집과 인맥관리의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컸지만 성장과정에 대한 비판도 크다. 정경유착 논란도 많았다. 경제성장 기여도가 상당하지만 추악한 이면도 있다. 노조설립 방해논란, 변칙증여와 富의 세습, 하도급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미흡 등 수없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공의 적’이 된 듯하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외부단체 등의 고발로 법적다툼이 있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배정사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배정사건으로 변칙증여 논란이 이어졌다. 1993년에는 경부선 하행선의 구포역 인근 삼성종합건설 공사현장에서 무궁화 열차전복 사고로 78명의 사망자와 198명의 부상자를 낸 사고도 있었다. 최악의 철도사고였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공사현장의 시행사였던 삼성종합건설이 발파작업을 하면서 임의로 작업을 시행함으로써 사고를 일으켰다. 삼성종합건설은 철도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고, 6개월간 영업정지, 사장 구속 등의 처분을 받았다. 이후 삼성종합건설은 1995년에 삼성물산(주)에 흡수합병되었다. 충남 태안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도 있었다. 2007년 12월 7일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 호'와 삼성물산 소속의 '삼성 1호'가 충돌하면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였다. 잊혀가고 있지만 사고의 책임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었다.

권력유착 논란도 여러차례 제기되었다. 검찰의 수사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05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분노케 했던 소위 ‘삼성 X파일’ 사건이 있었을 때도 삼성은 건재했다. 언론과 방송의 대대적인 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 등으로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 후 142일간 X파일 사건에 대해 수사했지만 범죄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살아남았고 오히려 이를 고발한 사람들만 처벌받았다. 아이러니한 결과다.

당시 삼성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을 횡령혐의로 처벌하기 어렵고, 뇌물공여 혐의도 공소시효 완료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X 파일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만천하에 고발한 MBC 이상호 기자 등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또한 나중에 도청녹취록에 거론된 삼성 측이 뇌물을 줬다고 거론된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던 노회찬 전 의원도 그 이유로 인해 의원직마저 상실되었다. 법리적 판단의 옳고 그름은 차후 문제다.

언론이든, 권력기관이든, 정치인이든 삼성을 건드리는 게 조심스럽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과거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던 사카린 밀수사건, 삼성 X파일 사건 등은 큰 사건이었다, 그 때마다 위기를 모면했다. 삼성의 비자금, 로비, 경영권 불법승계 등을 고발한 내용이 담긴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증언과 호소문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을 종합해 보면, 삼성이 얼마나 은밀하게 우리사회를 흔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초의 위기는 삼성의 소위 ‘사카린 밀수사건’일 것이다. 지난 1966년 5월 삼성이 울산공장을 짓고 있던 한국비료에서 사카린 55톤을 건설자재로 위장해 밀수한 것이 적발된 것이다. 당시 재벌의 밀수행위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국회에서도 대정부 질타가 이어졌다. 김두한 의원이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발언 도중 당시 정일권 총리에게 똥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이병철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성명을 냈다. 보유한 한국비료 지분도 국가에 헌납했다. 삼성그룹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래도 삼성은 망하지 않고 건재했다.

X파일사건, 치부 드러내

또 한번의 위기는 ‘삼성 X파일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삼성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던 사건이다. 삼성 X파일 사건은 2005년 7월, 문화방송(MBC)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90분짜리 테이프를 입수하여 삼성그룹과 정치권, 검찰 사이의 관계를 폭로한 사건이다. 과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삼성그룹의 이학수 부회장에게 신라호텔에서 1997년 대선 당시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을 공모한 내용 등이 담겨진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삼성X 파일사건은 ‘미림(美林)팀’이라고 별칭되던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여론조사팀이 불법도청을 통해 생산한 도청테이프가 반출돼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1997년까지 운영되던 미림팀은 도청장비를 이용해 첩보수집에 들어가 주요 정치인과 고위관료 등을 대상으로 도청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해 왔던 것이다. 삼성그룹 핵심인사들도 그들의 타킷이 된 것이다. 이학수 홍석현 등 삼성 핵임인사들이 나눈 밀담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당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중앙일보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라는 사설까지 발표했고, 삼성그룹에서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대단한 사건이었다. 참여연대에서는 불법대선자금 관련자 2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X 파일 사건은 헌정사상 최초로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삼성은 건재했다. 다른 재벌이었으면 고꾸라졌을 것이다. 그룹의 회장과 경영진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을 것이다. 삼성그룹은 끄떡없이 살아남았다.

유전무죄(有錢無罪), 돈이 있으면 죄가 없다는 뜻이다. 재벌에게는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삼성그룹의 대관담당자들은 철저히 삼성맨들이 맡고 있다.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별로 없다. 여타 기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독 삼성만큼은 국회와 정당 출신이 없다. 여타 기업들이 대관업무 담당자로 국회 출신들을 많이 뽑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대신 검찰과 언론계, 공무원 출신들이 많은 것 같다. 공직자들의 효용성이 더 크기 때문일까. 미래전략실의 구성원과 삼성그룹 내 관피아 실태를 파악할 수 있으면 흥미로울 것 같다. 그들의 역할과 연봉도 궁금하다.

‘1위’그룹, 환골탈태해야

삼성그룹은 이병철, 이건희 회장에 이어서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 글로벌 기업답게 행동해야 한다. 경영 투명성을 더욱 제고하고, 부정비리에 연루되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무리 삼성그룹이라고 해도 입법부를 좌지우지하려 해선 안된다. 삼성맨들이 마치 제집 안마당처럼 행동해선 안된다. 권력층과 사법부, 언론 등 힘깨나 쓰는 곳도 관리하려고 해선 안된다. 치밀한 인맥관리, 방대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미치려 해선 안된다. 삼성그룹의 행태를 유심히 지켜보겠다.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김현목 보좌관>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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