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성형비는 기본, 성형관광 왔다가 뇌사까지
바가지 성형비는 기본, 성형관광 왔다가 뇌사까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5-02-09 10:04
  • 승인 2015.02.09 10:04
  • 호수 1084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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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중국인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성형수술을 받던 중 심장기능이 정지해 인근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금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중국인 뇌사 사고가 발생하자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의료사고가 발생한 병원이 현행 의료법상 금지 대상인 ‘사무장 병원’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무분별한 의료 한류와 의료 영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술경험 적은 의사들, 사고 대처 미숙
중국 현지에서는 도 넘은 호객행위 이뤄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해외환자 유치 등록기관이 보고한 해외환자 진료실적은 2011년 12만 2300여명에서 2013년에는 21만 1200여 명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이나 정식 유치업자가 유치한 환자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내외에서 거액 수수료를 노리고 ‘묻지마 환자 유치’에 나서는 불법 브로커가 판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중국의 미등록 유치업체들이 환자 유치 대가로 진료비의 30∼70%나 되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무장 병원
불법 시술 위험 도사려

의사회에 따르면 이번 중국인 뇌사 사고가 발생한 성형외과가 의료법상 불법인 사무장 병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31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 병원에 상주한 채 환자를 상담하고 수술하게 하는 전형적인 비도덕적 형태의 시스템으로, 국내 환자뿐 아니라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영업해왔다”고 주장했다.

사무장 병원은 설립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의사를 대리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으로 모두 불법이다. 돈을 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장비가 부족하고, 수수료를 주고 무리하게 환자를 유치하기 때문에 사고 확률이 높다.

비록 해당 병원은 사무장 병원이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의사회는 향후 명확한 사고경위가 드러나는 대로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제명조치와 함께 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도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병원뿐만 아니라 많은 성형외과가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불법 시술이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형 환자 1만6천 명
사고로 의료한류 타격

한 해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성형 환자는 5만여 명이다. 중국인 성형 환자들은 눈, 코, 이마는 물론 가슴과 은밀한 부위의 성형수술을 받는다. 간단한 성형수술은 한 시간 이내에 끝나기도 하지만 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는 6시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성형한류 덕분에 국내 관광산업도 활기를 띠었던 것이 사실이다. 성형상품에 숙박상품까지 더해진 여행상품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사고로 인해 의료 한류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성형수술 중에 사고가 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의사의 자질론 시비도 일고 있다. 일반 성형수술의 경우 대부분 전문의가 수술을 진행하지만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레지던트 과정을 갓 마친 경험이 적은 의사가 수술대에 서는 경우가 있다.

또 여성의 은밀한 부위 수술을 할 때는 보통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을 집도해야 하지만 경험이 적은 의사들이 수술을 하다 보니 각종 사고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결국 큰 사고에 이르기도 한다.

가격도 문제다. 보통 성형수술 가격이 한국인들에 비하면 2~3배나 비싼 바가지 가격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의 경우 한국인은 100~150만원 정도인데 반해 중국인에게는 400~500만원을 받기도 한다. 실제 수술비 가격에 브로커 소개비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술을 받으러 와서 자신의 통역에게 큰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성형수술이 실패한 경우다. 한국인의 경우도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해당 병원에 항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들은 더욱더 자신의 권익을 보호받기 쉽지 않다. 대부분 짧은 시간 국내에 체류하기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가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브로커 조직
조폭 연루설 제기

최근에는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들의 조폭 연루설도 제기됐다. 원래 공식적인 채널은 국내 병원과 계약된 브로커들이 성형을 원하는 중국인들을 모아 국내로 보내는 방식이었지만 성형한류가 인기를 끌다보니 불법 브로커가 등장했다.

불법 브로커들은 중국의 미용실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미용실 네트워크는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가장 큰 모집책이다. 이 브로커들은 미용실에서 주로 성형관광객을 모집하는데 한류스타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내가 소개하는 병원이 스타를 수술한 병원이다”라며 성형수술 환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미용실 네트워크 영업을 하는 브로커 조직에 조폭이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으로 올 성형환자들이 내는 돈 중의 일부가 조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국내 성형외과에서도 알고 있지만 이들이 보내는 환자들을 받지 않는 곳은 없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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