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지난 6일 충격적인 일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그것도 부의 상징으로 유명한 도곡동 타워펠리스 인근 마을인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벌어졌다. 이곳은 서울 강남의 유일한 판자촌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날 카메라를 든 언론사와 시민들이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건설장비와 용역, 그리고 입주민들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과연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행정대집행 2시간 만에 중단…법의 판단은?
장비 모두 철수했지만…이미 심각하게 ‘파손’

그러나 이후 주민자치회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으로 간판을 걸고 일부 토지주의 주택과 사무실 등으로 사용해온 불법 건축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축물을 부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청 측은 “마을회관 건물은 농수산물센터로 이용하겠다는 설치 당시 목적에도 맞지 않고 존치 기한도 지난해 말 이후 만료된 불법 건축물”이라며 “안전상 우려가 커 건물을 철거하겠으니 건물을 비워달라고 주민들에게 여러 번 알렸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 100여명이 회관에 모여 거세게 항의하면서 철거 용역 직원들과 대치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주민 20여 명은 긴장된 표정으로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건물 앞에서 스크럼을 짰으며 80여 명은 건물 안에서 대기 했다.
주민들은 구룡마을 개발을 앞둔 구청 측의 ‘주민 흔들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 이모씨는 “자치회관을 없애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재개발을 두고 주민들의 구심점을 흔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4개 중대 320명이 파견돼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구룡마을 인근 도로는 경찰차와 소방차 등으로 인해 혼잡을 빚었다.
어쩌다 지금까지?
그러나 7시40분께 예고된 대로 용역 수백 명이 투입돼 주민자치회관 철거가 시작했다.
철거에 동원된 인력은 주민들이 철문과 폐타이어를 엮어 만든 바리게이트를 순식간에 해체하고 자치회관에 진입했다.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주민들은 서로의 팔짱을 끼고 격렬히 저항했지만 용역 직원들을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 입구를 막거나 회관에 진입하며 저항하는 주민 200여 명(경찰 추산)과 충돌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 김모(45·여)씨는 용역 직원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벽에 부딪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건물잔재에 눈물을 쏟는 입주민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행정대집행이 진행된 지 2시간 남짓한 시간에 변수가 발생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박연욱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구모가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철거작업을 오는 13일까지 잠정적으로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철거작업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강남구 측은 4일 심문에서 ‘아직 대집행 영장은 발부되지 않았고, 2월 6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갑자기 철거작업을 개시한 것은) 종전의 진술과 반대돼 신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오전 10시9분께 철거현장 인근에서 대기하던 주민들은 법원 결정을 접하고 환호하며 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구청 측이 굴삭기로 10여 분간 철거작업을 더 진행하면서 이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용역업체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민들은 구청의 성급한 집행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강남구청 관계자는 “법원 결정을 전달받은 시점이 10시20분쯤"이라며 "통보받은 시점에 맞추어 철거를 중지했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 측은 무리한 회관 철거로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양측 대립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가면서 향후 당국과 주민 간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구룡마을은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의 자연마을로 마지막 남은 서울 강남의 판자촌이다.
구룡마을은 어떤 곳
잇달아 화재가 나는 등 노후화해 서울시에서는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심의 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서 형성된 마을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현재 1242가구에 약 253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구룡마을 개발에 따른 내홍이 끊이지 않았다. 개발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며 한동안 사업이 표류했다. 급기야 지난 6일엔 강남구가 마을 자치회관 철거를 시도하면서 주민과 당국 간 갈등이 폭발했다.
한편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법원 구룡마을 철거 중단, 이미 다 부서졌네” “법원 구룡마을 철거 중단, 13일 이후엔 어떻게 되나?” “법원 구룡마을 철거 중단, 크게 다친 사람은 없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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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